시대역행적인 대법원의 민주화운동 전력자 임용 거부

1.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이 민주화운동 전력자에 대해 예비판사 임용을 거부했다. 대법원이 임용을 거부한 이봉재 씨는 지난 1996년 ‘전국학생정치연합’ 간부로 활동하던 중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가입,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뒤 1999년 사면된 전력이 있다.

2. 이와 관련 대법원은 “전과사실이 부적격 판정의 주된 이유였기는 하지만, 전과의 배경, 이적표현물 제작 등 가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비록 실정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되었다 하나 이미 사면되었을 뿐 아니라 그 원인이 되었던 민주화운동에 대한 시대적 평가로 관련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대법원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3. 또한 대법원은 “종전에도 국보법 위반자 중에 기소유예자 4명, 집행유예 선고자 1명 등 5명을 임용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보법 위반 자체가 결격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00년 국정감사 자료(2000년 송영길의원 국정감사 정책자료집-2)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법관 임용 신청자 가운데 임용이 거부된 사람은 총 17명이었고, 이 가운데 시국사건 관련 전과가 있는 사람이 9명이었다. 이는 시국사건 관련 전과가 있는 사람이 판사로 임용되는 것 자체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즉, ‘법관 임용불가’라는 딱지가 붙여진 채 아주 특수한 일부 경우에만 딱지를 떼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4. 무엇보다도 이번 임용불가 결정은 법원이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사회 변화와 시대적 정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각계의 지적에 대해 대법원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사상은 나날이 더욱 폭넓게 확장되어 가고 있지만 사회적 가치기준을 세우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법원이 구시대적인 냉전적 사고틀에 매몰돼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5. 특히, 대법원은 이번 임용거부 건이 외부인사 4명이 포함된 임용심사위원회의 판단을 따른 결과라며 심사의 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부인사 구성의 적정성과 민주화운동 전력자에 대한 사상검증 차원의 심사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시도는 좋았으되 결과로 인해 각계의 비난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충분히 감안, 다음에 구성될 임용심사위원회에서는 적정성 시비나 특정 전력자에 대한 잘라내기식 심사라는 비난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jwe200402270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