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4-04-27   2194

사법시험 대신하는 로스쿨 제도 도입되나

사개위 공청회에서 ‘대세’ 확인… 로스쿨 정원 문제가 쟁점될 듯

법조인 양성 방식을 현행 사법시험 대신 미국식 전문법학대학원(Law School) 제도로 대체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가 26일 개최한 ‘법조인 양성 및 선발’ 공청회에서 법조계와 학계, 사개위 등 참석 관계자들 상당수가 로스쿨 도입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입장을 취해, 향후 정부의 사법개혁과 관련하여 로스쿨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법조인 적정 규모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 및 시민단체를 한 축으로 하고, 현직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를 다른 한 축으로 하는 대립이 여전해 향후 사법개혁 논의에 이 이해대립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학계-시민단체-재계 등 ‘로스쿨 도입’ 한 목소리

로스쿨 제도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사법개혁의 중요한 안건이었으나, 변호사단체나 판검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어제 열린 사개위 공청회에서는, 개인 자격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현직 부장판사가 로스쿨 도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학계, 시민단체, 재계 등 각계의 의견도 로스쿨 도입에 무게를 싣고 있어, 이번 사개위에서는 정식 안건으로 채택돼 대통령에게 보고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공청회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법조인 양성에 관한 문제는 결국 지금처럼 양성 및 교육을 국가가 맡는 현행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다른 제도를 도입하느냐, 다른 제도를 도입한다면 미국식 로스쿨이냐 다른 제도냐 하는 큰 줄기에 관한 논의가 먼저”라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한 교수는 “로스쿨 제도는 법조와 사법의 민주화, 사법 서비스의 질적·양적 확대, 세계화 시대에 맞는 법조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불기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이해관계자들도 로스쿨 도입에 상당수 찬성하고 나섰다. 우창록 변호사는 “일단 로스쿨에 입학한 사람은 정상적으로 그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어려움 없이 최종 시험에 합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로스쿨 도입에 찬성했다. 대한변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현직 변호사가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이다.

역시 개인 자격으로 나왔지만 현직 판사가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문용호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개인적으로 법조인 적정 규모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 역시 “로스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수험 법학의 멍에를 벗고 세계화시대가 요구하는 전문 식견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의 미봉책 개선으로는 역부족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한국경총 노동경제연구원의 이승길 법학박사 등 각계 각층을 대표해서 나온 대부분 인사들이 로스쿨 제도에 찬성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부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이광택 국민대 교수는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 법의 성격에 맞게 미국식 로스쿨 대신 2년제 법률대학원을 설치하는 이른바 ‘4+2안’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법과대학 입시는 결국 법학대학원 입시로 연기될 뿐이며, 대학원이란 이름 하에 오히려 4년제 법학교육이 3년제의 법학교육으로 단축돼 법학교육의 부실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로스쿨 도입에 반대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 대안으로 “학부 졸업자를 대상으로 1차 시험 합격자가 법률대학원에 진학하고, 법률대학원 졸업을 2차 시험으로 하되 시험은 대학과 법무부가 공동관리하며, 전국 법과대학은 법조시험 최종 합격자 수의 2배를 넘지 않도록 총 정원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지정 토론자로 나온 정용상 부산외국어대 법학부 교수도 이 교수의 ‘4+2안’에 동의했다.

현직 검사로는 진경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가 참석해서 로스쿨 도입에 반대의견을 냈다. 진 검사는 “미국식 로스쿨 도입은 저소득층에게 진입장벽을 설치함으로써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 사법시험의 장점을 살릴 수 없고, 사회 전체 인재 배치의 왜곡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로스쿨 도입 전제로 적정 법조인 규모 싸고 대립 빚을 듯

공청회에서 나타난 결과로만 보면 로스쿨 도입이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의 양질의 저렴한 법률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로스쿨 제도 도입 요구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로스쿨 제도 도입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측면이다.

공청회에 나와서 사개위 논의 과정을 간략히 보고한 이은영 사개위 제 1분과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로스쿨 도입의 높은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로스쿨 제도 도입 문제를 놓고 사개위에서 토론을 벌인 결과 압도적으로 도입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면서 “처음 변호사 측에서 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법조인 증가를 우려해 소극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재는 검사 측 저항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공청회에서 로스쿨 도입 반대 의견을 발표할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정도로 오늘 공청회가 로스쿨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하에 진행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 날 공청회와 이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사개위에서 로스쿨 도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 도입은 실력과 교양을 갖춘 전문 법조인 양성의 필요성과 더불어, 법조인 수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로스쿨을 도입할 경우 로스쿨의 정원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정토론자로 나온 문용호 부장판사는 “1995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여론몰이식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숨겨진 실질적인 목표는 ‘법조인 수의 대폭적인 증가’에 있었다”면서 로스쿨 입학 규모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창록 변호사 역시 “로스쿨 인가 요건을 엄격히 함으로써 선발인원이 자연스럽게 제한되도록 하여야 한다”며 정원 제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같은 법조인 정원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변호사의 한 달 수입이 얼마 이상이 되려면 적정 법조인 규모가 얼마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변호사 교육제도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정원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한 양질의 법률 서비스는 요원할 것”이라며 정원제 폐지를 주장했다.

공청회를 마치고 난 뒤 한상희 교수는 “로스쿨 도입이 대세인 것 같은데, 결국 법조인 수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면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장기적으로는 적정 법조인의 수가 늘 수밖에 없지만 단기적으로 확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로스쿨 탈락율을 20%로 보고, 자격시험 합격률을 3분의 2 정도로 잡는다면, 현행 1000명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약 1800명 정도가 로스쿨 입학자의 적정 규모”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로스쿨 도입과 적정 법조인 배출 문제는 다른 문제이므로, 논의도 따로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밝혔다.

<관련자료> [참여연대 의견서] 법조인양성및충원-로스쿨도입과변호사자격시험
장흥배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