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2-10-17   2273

[성명] 예비역 군법무관들의 군사법개혁 촉구 성명 발표

예비역 군법무관들, 군사법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17일 이른 10시,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군사법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예비역 군법무관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 서명한 예비역 군법무관들은 현직 판사와 변호사들로 총 9명이다.

예비역 군법무관들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예비역 군법무관들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참여연대에 전달했고, 참여연대는 “이들의 주장과 요구사항이 군사법개혁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간 사법개혁운동의 한 분야로서 ‘군사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천착해왔다. 지난 8일 김창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직권남용혐의 등을 고발하면서 참여연대는 “이 같은 문제는 군검찰관과 재판관이 직무수행에 있어 지휘관 혹은 계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군사법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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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식 예비역 군법무관

군법무관 출신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군의 특수성, 부당한 제도와 왜곡된 관행으로 인해 군검찰의 검찰권 행사와 군판사의 재판은 단지 절차적 완결성을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군사법제도의 개혁을 위해 △군검찰관의 직무의 독립성 보장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지휘관의 확인제도 폐지 △이를 포괄하는 군사법제도에 대한 개혁 등의 안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지휘관의 무원칙한 결재권 행사로 인해 군검찰관 및 군재판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상급자가 지휘권을 특정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데 악용하더라도 현행 군사법제도 아래서는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군사법제도의 불합리함과 잘못된 관행 속에서 법정의 실현과 장병의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다수 군법무관들은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한 참여연대는 지휘관과 계급체계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군사법체계의 불합리성 공론화 계기될 것

관할관 확인조치권에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확인조치권이 군지휘권을 보장하고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근본 취지를 두고 있지만, 그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해 기준 없이 개별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대폭 감형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할관 확인조치권의 폐해 때문에 지난 1994년 군사법원법에서도 확인권 행사의 대상과 범위를 일부 조정한 바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권한이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채 군사법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01년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장교와 일반사병 간의 감형비율이 각각 34%와 17.6%로 나타나 신분별 감형률이 형평성을 잃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군의 특성상 지휘관의 확인제도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재판 결과에 대한 장병들의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관할관이 행사할 수 있는 감경범위를 명문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예비역 법무관들이 지적한 문제점과 개혁방안은 군사법체계의 왜곡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첫 걸음으로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위해 조만간 관련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관할관 확인조치권’

군사재판 판결 직후 군사령관이 직권으로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제도. 무죄, 면소(免訴), 공소기각, 형의 면제, 형의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의 판결을 제외한 판결에 대하여 관할관이 ‘확인’을 통해, 정상을 참작하여 형이 과중하다고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다음은 이날 성명의 전문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예비역 군법무관들의 입장

우리는 군법무관으로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법조인들이다.

우리는 과거 군법무관이라는 명예스런 직무를 수행하면서 군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장병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군 복무기간 동안의 우리의 결정과 재판이 직무상 엄정함과 업무의 공정성을 실현하지 못한 채 군 조직의 명령, 복종 체계 속에서 외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우리는 군사법의 왜곡된 관행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씁쓸한 기억으로 묻어두려 하였고 군복을 벗은 후에는 나름대로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며 그저 먼 추억으로만 돌리려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일련의 사태에 직면하여,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그 동안 각자의 경험을 통해 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던 군사법 절차의 왜곡된 관행과 부당한 제도들을 공론화함으로써 대안을 모색하여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판단되어, 그 동안의 나태함과 안이함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그 동안 미흡한 제도와 왜곡된 관행 속에서도 장병의 권익과 인권보장을 위하여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대다수 선,후배 군법무관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입장을 밝혀보고자 한다.

군은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의 과정을 거쳐 오는 동안, 국가안보, 군사기밀 보호 등을 수행하여야 하는 군조직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내세워 외부로부터의 감시 및 견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신성의 영역으로 남게 되었다. 나아가, 군사법제도 또한 군의 특수성을 반영하라는 논리만이 팽배하여 부당한 제도들이 그대로 존치되었고, 그 결과 군검찰관의 검찰권 행사와 군판사의 재판은 절차적 완결성을 위한 요식행위에 그친 채 적지 않은 군 형사사건이 사법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군사법개혁을 촉구한다.

하나, 군검찰관의 직무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

민간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권력형비리 수사에 있어 소극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검찰은 지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항상 문제가 된다.

군대 내 형사사건의 경우 부사관, 장교 등 간부들의 구속과 같은 신병 처리 및 간부사건을 포함한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의 결정은 사단장, 군단장 등 지휘관의 결재를 얻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개별 사건에 있어서의 결재권은 현행법상 근거가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각급 부대에서는 내규 등에 이를 명시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군검찰관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의 독립성은 보장되기가 힘들고, 제보나 첩보를 입수하여 인지수사를 하려 하거나, 통상의 송치사건의 경우에도 지휘관이나 군 고위장성, 기무부 대원 등 소위 군 내의 실세들의 입김에 의해 결정이 왜곡되거나 수사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휘관이 군사작전상의 필요에 따라 자기 부하장병의 신병처리를 결정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시나 계엄상황도 아닌 평시에 순정 군사범이 아닌 교통사고, 폭행, 성추행 등 군대 내 혹은 대민 관련 일반 형사범이나 군납비리나 독직과 같이 검찰관 직무 수행에 있어 독립성이 요구되는 사건까지 모두 지휘관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선 동종 범죄를 저지른 민간인과 심지어는 다른 부대의 군인과도 처분의 차이를 가져와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 다음으로 의문사, 독직, 군납비리 등 군이나 부대 혹은 지휘관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에 있어서는 지휘관들은 군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스스로 신성불가침이라고 생각하는 지휘권이라는 권한을 발동하여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의 군사법제도 하에서는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실제로 군대에서는 입건이 되면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군 고위층 인사에게 청탁하여 사건 처리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종종 있다.

하나,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군사재판도 위와 같은 지휘관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군사재판은 차상급 부대 군판사 1인과 지원군판사 1인, 일반장교인 재판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체로 수사검찰관이 공소유지를, 인접 부대 검찰관이 국선변호를 번갈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판과정에 있어서 아무런 법적인 근거 없이 법무참모가 재판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무참모가 미리 지휘관에게 의견을 묻고, 지휘관이 원하는 대로 처단형을 결정하여 평의 도중에 군판사에게 자신의 뜻이 관철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다. 물론 모든 부대에서 항상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법무참모들이 나서서 재판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법원이 사단급 부대까지 각급 부대에 설치되어 사실상 법무참모부에 소속되어 있고, 군판사의 계급이 법무참모보다 낮은 현실에서 위와 같이 지휘관이 법무참모를 통하여 개별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경향 혹은 위험은 상시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법관이 아닌 심판관(군판사가 아닌 일반장교)이 재판을 하는 제도에도 문제점은 많다. 군대 경험이 많은 장교가 재판에 관여하게 함으로써 군대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하지만 재판에 대한 외압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 지휘관의 확인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지휘관의 확인조치권이란 실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모든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형량을 지휘관이 일일이 확인하고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감경하여 주는 권한을 말한다. 이러한 확인, 감경 권한 행사에는 아무런 기준이 없으며 전적으로 개별 지휘관이 판단하고 행사한다. 말하자면 민간사건의 경우 대통령이라야 행사할 수 있는 사면권을 사단장 이상의 각급 부대 지휘관들은 매 재판마다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재판에서 평의를 거쳐 3년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에 지휘관은 이를 징역 6개월로 감형할 수 있으며 실제 이러한 예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이러한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하나, 군사법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어느 한 지휘관, 어느 한 군검찰관, 군판사, 법무참모의 선의나 열정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어느 한 피해자의 가족이 목청을 높인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사법제도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며 이를 위한 본질적인 전제는 사법의 독립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문제들은 군 사법권과 민간의 사법권이 분리된 상황에서 지휘권이 군사법권 위에 군림하는 현행의 제도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는 단순히 지휘관과 군법무관들 사이의 알력의 문제가 아니라 군형사사법이 봉사하고자 하는 가치인 장병들의 생명과 신체보호 나아가 군형사사법 정의실현에 대한 위협이며 그 대가는 군대 내의 각종 비리, 의문사, 군대 간 자식에 대한 걱정과 근심, 군대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병역기피, 병역비리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는 전 평시를 구분하여 평시에는 군형사사법에 있어 지휘권의 영향을 배제하거나 아니면 민간법원이 군사재판을 담당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군형사사법제도 역시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이는 전시에 효율적인 지휘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현재의 군사법제도에 깔려 있는 철학을 유지할 것인지, 군대가 신뢰할 수 없고, 자식들을 보내기 두려운 곳으로 남아 있는 구조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군형사사법제도의 틀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 앞으로 군사법 정의실현을 위한 제도적인 대한 모색을 위한 다양한 주장과 제언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변호사 김경환(대구), 김지홍(사법연수원27기), 강윤구(이하 사법연수원28기), 부준호, 김대식, 이행규, 전경준

판 사 이한일, 방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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