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3-23   4107

양형위원회의 배임횡령죄 처벌기준에 대한 의견




지난 2003년에 사법개혁을 위해 구성된 사법개혁위원회는 여러 개혁과제를 검토하면서, 법관의 재량적 양형관한에 제한을 두고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고자 양형기준안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대법원에 양형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이번에 양형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를 요청받은 ‘강도범죄/횡령・배임범죄/위증・무고범죄 양형기준안’ 가운데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시합니다.

양형위원회가, 참여연대가 제시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변되는 배임횡령죄 처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고, 사법부 양형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라는 원래 취지를 잘 살린 양형기준안을 확정하기를 기대합니다.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안(배임횡령죄)에 대한 의견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 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양형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를 요청받은 ‘강도범죄/횡령・배임범죄/위증・무고범죄 양형기준안’ 가운데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해 검토하였음.


참여연대는 양형기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 그 자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법관의 재량적 양형권한을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함.


그러나 구체적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횡령・배임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기준안이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님.


특히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와 경영인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워 이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바로잡고 양형과정에서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양형기준안이 마련된 것인데, 이번 기준안을 보면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됨.


이를 포함하여 이번 기준안이 가진 아래에서 지적할 몇 가지 문제점들이 개선되면서 양형기준안이 확정되기를 바람.



Ⅰ.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안의 전제요건

첫째, 법관의 양형판단이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이것이 일반인의 정의감정・법의식에 비추어 납득할 수 있는 것임을 소명하여야 함. 이는 양형기준의 존재와 관계없이 법관은 양형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공판을 통해 일반국민을 향해 설명하고 그들의 (잠재적) 이해를 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임.


둘째, 법관의 재량이 발휘될 여지가 너무 많은 주관적 양형요소를 비롯해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감경사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함.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점, 횡령·배임죄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거나 재판을 받게된 후에라도 회사에 끼친 손해를 갚거나 갚으려고 했다는 점, 개인적 이득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는 점, 피해자로 볼 수 있는 회사 임직원들과 계열사, 협력업체 등이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선처해줄 것을 탄원한다는 점 등은 그동안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대표적인 선처사유였음. 이 외에도 재량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거나 일반 횡령·배임죄와 대기업 횡령·배임죄 사이의 차이를 무시한 감경 또는 집행유예 사유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셋째, 일반 횡령・배임과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을 구분하는 것이 실무상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둘을 구분하여 별도의 양형기준안을 제시하되, 후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강하고 범죄의 특성도 다른 만큼 별도의 적절한 양형기준안을 제시해야만 사회적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임.




Ⅱ. 횡령・배임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세부 의견 및 수정방안

1. 대상 기준안의 유형분류에 대한 의견


이번 양형기준안은 기본적으로 횡령・배임의 금액을 기준으로 유형분류를 하고 있음.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통칭되는 대표적인 사법 불신의 대상범죄는 모든 횡령・배임범죄가 아니라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범죄임.


일반 횡령・배임의 경우에는 재산 권리자만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므로, 그 처분권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그 처분권자의 피해를 회복하면 가벌성이 감소하는 반면,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은 지배관계가 왜곡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피해가 사회 전체로 파급된다는 특징을 가짐.
그럼에도 이번 양형기준안에서는 국민적 관심이 큰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에 의한 대기업 범죄 사안을 다양한 형태의 일반 횡령・배임의 일부로 편입시켜 일반화시키려다 보니, 대기업 범죄의 특성에 맞는 양형요인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반 횡령・배임과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을 구분하는 것이 실무상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둘을 구분하여 별도의 양형기준안을 제시하되, 후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강하고 범죄의 특성도 다른 만큼 별도의 적절한 양형기준안을 제시해야만 사회적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임.


2. 형량범위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
: 300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에 대하여는 감경요소가 있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야 함.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의 횡령・배임에 대하여는 별도의 감경요소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고, 300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에 대하여는 감경요소가 있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는 이번 양형기준안은, 적절하고 최종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임.
다만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 중 비상장주식의 평가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횡령・배임 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므로(예, 최태원 SK 그룹 회장 사건), 이러한 경우에 대한 형량범위의 기준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3. 횡령배임죄 양형과정에서 고려 또는 배제되어야 할 양형인자


1) ‘피해회복’은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죄에서는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여야 함.


양형기준안에서는 피해회복을,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로 공통적으로 정하고 있음.
지금까지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취득한 주식을 모두 회사에 반환’, 징역2년, 집유3년),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피고인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횡령금 전액을 각 회사로 반환한 점’, 징역3년, 집유 5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거의 대부분의 피해를 회복한 점’, 징역 3년, 집유 5년) 등이 검찰의 수사를 받기 시작한 후에 기업의 손실을 보전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유로 낮은 처벌을 받는 데 그쳤던 전례가 있음.


그러나 이런 일은 대기업의 지배주주와 주요 경영진으로서는 자신들이 피해회복을 위한 자산만 있으면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도 불법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없음. 만일 피해회복 여부에 따라 집행유예 선고가 결정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몰락한 기업의 지배주주와 경영진 정도만 실형을 받게 될 것임.
따라서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의 경우에는 ‘피해회복’을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거나, 설사 고려하더라도 ‘일반’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기타’ 참작사유 정도로만 반영하여야 할 것임.


2) ‘피해자 처벌불원(합의)’는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죄에서는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여야 함.


양형기준안에서는 피해자 처벌불원(합의)를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로 공통적으로 정하고 있음.
그러나 지배주주와 주요 경영진에 의하여 선단식 경영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상, 회장과 사장이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이라면 모든 이사회가 지배주주와 주요 경영진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것임.
하청기업이나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대기업 총수나 주요 경영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들 업체들이 탄원서를 제출해달라는 주변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도 고려해야 함.
따라서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죄의 경우에는 ‘피해자 처벌불원(합의)’는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거나, 설사 고려하더라도 ‘일반’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기타’ 참작사유 정도로만 반영하여야 할 것임.


3) ‘오로지 피해자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특별 감경인자에서 배제하여야 함.


양형기준안에서는 ‘오로지 피해자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특별감경인자로 정하고 있음.
그러나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사건이나, 박건배 해태그룹 회장 사건,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사건,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 사건 등에서, 재벌총수들이 자신은 개인적으로 취한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낮은 형량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음.


‘오로지 피해자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는 개념은 불분명하여, 남용의 가능성이 높음. 진정으로 ‘오로지 피해자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면 횡령과 배임죄의 주관적 구성요건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요인임. 즉 횡령과 배임의 구성요건 단계에서 검토해 횡령과 배임죄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지 감경요소로 활용해서는 안 됨.
따라서 ‘오로지 피해자 회사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는 특별감경인자에서 아예 배제하여야 할 것임. 


4) ‘사실상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을 특별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여야 함.
 
양형기준안에서는 ‘사실상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을 특별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로 공통적으로 정하고 있음.
그러나 기준안에서는 ‘사실상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재벌총수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전문경영인 항변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음.


그러나 횡령배임 범죄를 억제하고 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한 단계 혁신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지배주주 일가에 대한 책임을 보다 엄격하게 묻는 전향적인 법원의 태도가 필요함.
또한 ‘주범이 아닌 공범의 경우’를 일반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기타 참작사유로 정하고 있어, ‘사실상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은 ‘주범이 아닌 공범의 경우’와 중첩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음.
따라서 대기업 관련 횡령・배임죄의 경우에는 ‘사실상의 압력에 의한 소극적 범행 가담’을 특별 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참작사유에서 배제하거나, 설사 고려하더라도 ‘일반’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기타’ 참작사유 정도로만 반영하여야 할 것임.


5) 실체적으로 동일한 영역의 사유를 중복적으로 감경사유로 삼아서는 안 됨.


양형기준안에서는 실체적으로 동일한 것들이 중복적으로 감경사유가 될 수 있게 하고 있음.


예를 들면, 피고인이 피해자 기업을 소유하거나 지배권을 보유하는 경우 피고인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함. 따라서 해당 범죄행위를 ‘오로지 피해자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실행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고, 피해기업의 이사회는 당연히 지배주주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게 될 것이며, 피고인이 1인 회사나 지배회사의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결국 자산의 관리주체를 자신으로부터 회사로 옮겨 놓는 것에 지나지 않음.
이런 경우에 ‘피해자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피해를 회복한 경우’ 같은 사유들을 제각각 감경요소들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부당할 뿐 아니라 실체적으로는 동일한 사유를 모양만 바꾸어 중복되는 수 개의 감경사유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함.
이것은 양형기준제정의 취지와는 달리 기업범죄를 저지른 이가 다른 범죄에 비해 부당하게 유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임.


4. 기타 양형기준 설정 시 고려할 점
: 감경요소로 제시된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여야 할 것임.


양형기준안에서는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경우’를 특별감형요인으로 정하고, ‘사회적 유대관계 분명’을 집행유예의 일반요인으로 정하고 있음.
그러나 지금까지 대기업 범죄의 양형에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대기업의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의 경제에 기여한 공로 또는 사회공헌 활동임.
그런데 대기업의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은 그 사회적 지위로 말미암아 어떤 경위로든 대부분 각종 협회나 스포츠단체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기업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은 일반인들에 비하여 대기업의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함.
이와 같은 요소는 국민의 사법불신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이 되기도 하므로 양형기준안에서는 단순히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경우’라고만 정하지 않고, 일반국민들이 수긍할만한 구체적인 기준을 예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

JWo200903230a.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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