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6-04-05   1441

[배심제 경험기 2] “배심원 설득하는게 판사 못지 않게 어려워”

변호사 최수령의 국민참여 형사재판(배심재판) 경험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국민참여 형사재판’, 즉 배심재판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4월 12일 열리는 모의배심재판 방청을 돕기위해 모의배심재판에 먼저 참여한 경험이 있는 두 분의 경험기를 소개합니다.

이 글을 쓰신 최수령 님은 작년 8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실시한 제1차 국민참여모의형사재판(모의배심재판)에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인으로 참여한 현직 변호사입니다. 편집자 주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배심원에 의한 재판이 우리나라 법정에서 행하여진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주변에서 만나던 평범한 이웃들이 배심원이라는 역할을 담당하며 법정 배심원석에 앉아 판사와 같은 높이에서 피고인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고 피고인이 유죄라면 그 양형까지도 판단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진귀한 풍경일 것입니다.

지난해 8월 형사재판에서 국민참여 제도인 배심원 재판이 도입될 경우의 모의재판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주관으로 개최된 적 있습니다. 저는 이 모의재판에서 살인교사로 사형의 구형을 받은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인의 역할로 참여를 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처음 모의재판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는, 큰 부담없이 배심원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배심원이 심리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 어떻게 재판이 진행이 될까하는 호기심 정도에 참여를 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의재판의 리허설을 수차례하면서 (현행법상 배심원 제도가 없기 때문에 이 제도에 낯선 판사, 변호사, 검사 역시 모의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예행연습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리허설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너무나도 진지한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모의재판에 더 열심히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재판진행방식은 재판기일은 짧은 시간에 진행되고 주로 서면심리에 의존하여 ‘직업법관’이 단독 혹은 합의부를 통하여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피고인이 유죄일 경우 그 양형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사실 현행 방식대로라면 변호사로서는 서면만 잘 쓰고 재판기일에 충실히 참석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기일에서 구술을 하는(입으로 설득을 하는)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국민참여 형사재판(배심재판)의 경우 비록 모의재판이었지만, 일반 국민을 배심원으로 참여시키고 실제 판사, 검사, 변호사가 그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고, 법정에서 서면진술이 아닌 구두진술로 배심원에게 증거를 이해시키고 피고인의 입장을 설득시키고 동시에 검사 측의 논고에 대비하여 법리적인 충분한 검토까지 하여야 하니,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아마도 변호사입장에서는 국민참여 형사재판 제도가 입법화된다면 지금의 재판준비에 비한다면 두세 배는 어려운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국민의 재판참여로 인하여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각자 맡은 바 영역에서 보다 충실한 재판준비를 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앞으로는 법률적인 실력뿐만 아니라 발표력과 설득력까지 갖춘 검사, 변호인이어야 하는 부담감까지 밀려올 것 같습니다. 국민의 적극적인 배심원으로서의 참여가 우리 법조의 수준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이 곧 사적인 법무부 장관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모의재판에 참여하면서 일반인이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재판을 하면 피고인에게 그래도 유리할 것이 아닐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직업법관을 설득하는 것보다 일반국민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이 분명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모의재판에서는 각각의 리허설마다 새로운 배심원들이 판단을 하였는데 평의과정을 보면 배심원들이 너무나도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평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변호인이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각각의 경험칙을 통하여 쟁점화 하는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배심원 제도의 도입이 시기상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choi.jpg배심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 증거에 의한 재판,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는 재판, 위법수집증거가 배제되는 재판의 원칙은 더욱 확고히 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물론 우리 각각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그러한 배심원 재판은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이 외면하는 배심원 제도라면 이 제도의 도입은 그 자체로써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4월 12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대법정(동관 466호)에서 제3차 모의배심재판 열립니다. 우리나라에서 배심재판이 시행될 경우 어떤 재판 풍경이 펼쳐질지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냉철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따스한 4월의 봄날에 봄기운을 느끼며 우리 법정에서 생생하게 진행될 국민 참여 재판을 방청하러 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최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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