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09-03-03   1187

[통인동窓] 내놓는 대책마다 ‘반노동’


글쓴이: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F학점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드리’를 자처하던 MB정부의 노동정책에는 ‘친기업’만 존재하지 ‘친노동’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또한 경제위기를 맞아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실업대책들은 그저 퇴행적이거나 엇박자·땜질식에 더하여 ‘반노동적’이기까지하다. 현 정부 출범 직후에는 공공부문의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노동배제적인 개혁정책 시동을 걸려 했으나, 당시 엄청난 촛불운동에 떠밀려 크게 축소된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MB정부는 실업대책으로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의 개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함으로써 반노동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더욱이 정부는 ‘비정규직 실업대란’설의 과장된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기까지 하면서 이번 기회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친기업적 탈규제정책을 확실하게 관철시키려 함으로써 아예 노동자를 보호하는 규제장치들을 폐기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고용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정부는 연일 실업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그릇된 정책처방을 내놓아 오히려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실업대란의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MB정부는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하여 96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성장뉴딜’정책을 야심차게 공표했다. 그러나 그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4대강 하천정비를 위시하여 대부분 토목공사형 사업에 치중되어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대다수가 단순노무직인 것으로 밝혀져 오히려 퇴행적인 ‘녹슨 삽질’대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 청년 실업대책으로 최대 10개월간 100만원 수준의 한시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년인턴제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엇박자의 땜질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 주요 추진 방향 역시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 배려와 대비되는 방식으로 임금삭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전가를 강요하여 노정 간의 갈등과 사회적 위화감을 초래하고 있고 있다. 아울러 MB정부는 촛불운동과 관련하여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수감과 비정규노조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탄압 등에서 보여주듯이 노사관계 사안에 대해 그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법치주의의 대증적이며 공안적인 방식으로 대처함으로써 노정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1년 동안 MB정부의 노동정책은 태생적으로 ‘반노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바, 공세적인 노동시장 유연화와 엇박자-땜질식 실업대책 그리고 공안적 노사관계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고 열악하게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날로 심각해지는 고용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제2촛불운동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MB정부는 기업을 위한 노동정책이 아닌, 노동자를 위한 노동정책으로 궤도수정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 2009년 3월 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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