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일반(lb) 2021-08-10   703

[기자회견]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즉각 발표하라!

한국 사회에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21세기 노비문서, 인간자유이용권’으로 불리는 포괄임금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포괄임금제로 장시간 노동, 공짜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포괄임금제 규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 2017년 10월로 예정됐던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4년 가까이 미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일정을 묻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2021.08.04)에서 “전문가 논의, 노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침의 내용 및 발표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끝내 구체적인 규제 일정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임기 초에 마련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임기 말인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 정부가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이고, 국정과제인 포괄임금제 규제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정부가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할 것을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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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화) 오전 11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기자회견문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즉각 발표하라!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노동을 비롯한 초과근무수당을 월급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입니다.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사업장은 노동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니 사실상 주52시간 상한제가 무력화되고,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임금이 고정되니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됩니다.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도 가능해집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울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쓰여야 하고, 노동시간 계산이 쉬운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쓰이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한 사업장 다수가 초과근로수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으로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합니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2020.11.18. 발표한 <판교 IT·게임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 판교지역 IT·게임업계 노동자 46.4%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IT 노동자들이 일하는 판교테크노밸리는 포괄임금제가 야기하는 잦은 야근과 밤샘 근무로 꺼지지 않는 불빛 때문에 ‘오징어배’로도 불립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비공개 자료 ‘2020 포괄임금제 실태조사’를 입수하여 발표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포괄임금제 적용사업체는 조사 대상인 2522곳 중 749곳(29.7%)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유발하는 오징어배 현상은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사회에 만연한 상황입니다.

 

포괄임금제 오남용이 만연한 이유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할 법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포괄임금제를 규정하는 내용은 노동관계법령에 없고, 대법원 판례를 지침으로 관행처럼 사용되어 왔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노동시간이 달라지는 염전 회사 직원이나 사업장 밖에서 장거리 운행을 하는 트랙터 트레일러 운전원과 같이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괄임금제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번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이기도 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무려 4년째 반복해서 미루고 있습니다. 2017.8.31.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던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2017년 10월까지 마련하고,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고, 2018.4.10. 이성기 전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동시간 단축 후속조치 설명회’에서 “포괄임금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지침을 2018년 6월 중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2018.6.29. 김왕 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2018년 8월에 포괄임금제 지침을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으며, 2019.3.4.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2018년)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대법원 판례 등을 반영해 최종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보완 중이라던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은 2년 5개월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최근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계획을 묻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2021.08.04)에서 “전문가 논의, 노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침의 내용 및 발표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끝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가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입니다.

 

’21세기 노비문서·인간자유이용권’이라고도 불리는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긴 노동시간,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과로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을 야기하는 포괄임금제입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포괄임금제는 주 52시간 상한제가 안착되는 데에도 주요한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 합니다.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21년 8월 10일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화섬식품노조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일시·장소 : 8월 10일(화) 오전 10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 주최 : 참여연대, 민변 노동위원회, 알바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화섬식품노조
  • 프로그램
    • 사회 : 이조은 선임간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 발언 1 : 서승욱 위원장(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카카오지회 지회장)
    • 발언 2 : 김강호 정책팀장 (청년유니온)
    • 발언 3 : 신정웅 위원장 (알바노조)
    • 기자회견문 낭독 : 기호운 활동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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