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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사회위원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노동정책대안을 제시합니다

  • 산업재해
  • 2021.04.13
  • 949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훼손하는 하위령 건의서를 제출한
경총 등 6개 경제단체 규탄한다!

 

4월 13일 경총 등 6개 경제단체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대하여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총 12가지의 의견을 밝혔다. 우선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운동본부 입장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먼저 처벌대상이 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관한 부분이다(법 제2조 제2호). 경제단체들은 직업성 질병 범위를 “동일한 장소, 작업형태, 작업조건하에서 발생한”, 즉 ‘동시에’ 유해요인에 노출된 경우로 좁혀야 한다고 한다. 같은 유해요인이 원인이 되더라도, 발생 장소와 시간이 다른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로 좁혀서 해석할 근거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화학물질 노출의 경우, 1회적인(동시에) 노출로 3명의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와, 관리부실로 계속적인 노출이 있어서 3명의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제단체는 전자만 처벌하고 후자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인데, 관리부실이 지속되는 측면을 고려하면 오히려 후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더 커 보이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사고는 ‘동일한 사고’라고 하여 동시성이 강조되지만, 질병은 그렇게 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동시성’이 필요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 경제단체들은 ‘질병’의 범위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3에서 정하는 12가지 급성중독으로만 제한하고,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좁혀야 한다고 한다(법 제2조 제2호의 위임사항). 만성질환은 제외될 필요가 있고 중등도 기준이 없으면 처벌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중대한 모순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법 제2조 가목의 “사망자”의 경우는 그 원인이 만성인지 급성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 질환으로 사망하면 처벌대상이 되지만 사망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급성중독 외의 질환을 모두 만성질환으로 규정짓는 주장도 틀렸다.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소음성 난청, 정신질환도 짧은 기간 동안의 유해요인 노출을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급성과 만성을 나누는 의학적 기준조차도 모호하다. 무엇이 처벌대상 질병에 포함되어야 할지는 1)현대과학의 수준으로 인과관계 규명이 가능한지 2)사업주가 조치를 취하면 예방이 가능함에도 그러하지 못해서 발생하여 사업주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지 3)지나치게 피해가 가벼운 질병이어서 처벌의 필요성이 없는지 등의 요소를 종합하여 평가함이 타당하다. 

 

또한, 경제단체들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판단 기준일을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승인일로 하자는 의견도 제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수사기관이 할 일을 행정청에 떠넘기자는 것과 다를바 없다. 법이 시행되면 실무상 비교적 인과관계가 명확한 질병들 위주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 것이므로, 굳이 공단의 승인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 책임을 피하려고 이런 저런 명목을 끌어들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관한 부분이다(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제4호). 경제단체들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서의 “인력 및 예산계획이 적정하게 수립되었는지 연 1회 이상 확인”하는 의무로 좁히고, 또 여기서 “인력”이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전문인력으로 정하자고 한다. 달리 말하면 1년에 1회 정도 관련 사항을 보고받기만 하고, 관계 법령에서 법으로 선임할 의무가 있는 인력만 선임한다면 제1호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구의역 김군 사건에서 보듯이, 스크린도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2인 1조 작업이 불가피함을 알면서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지 않은 경우에 원청의 대표자가 처벌받은 사례가 있고, 제1호의 의무위반은 바로 그러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6. 8. 선고 2017고단1506 판결). 따라서 제1호의 의무는 관련 사항을 적정하게 수립되었는지 확인하고 연1회 보고받을 의무가 아닌, 관련 사항이 ‘적정한지’를 실질적으로 살펴볼 의무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경제단체들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법 제4조 제1항 제4호)의 “관계 법령”을 산안법으로 특정하고, “관리상의 조치”도 담당자로부터 연 1회 이상 관련 사항을 보고받는 것으로 좁히며, 이러한 관리상의 조치를 외부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산업현장에서 안전과 관련하여 지켜야 할 법령의 종류와 내용은 이미 사업주 스스로가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산안법으로 제한하자는 논의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 광산보안법, 원자력법, 항공법, 선박안전법 등으로 산안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이 차고 넘친다. 또한, 의무이행에 관한 관리상의 조치를 단순히 연 1회 보고받는 것으로 좁히자거나, 나아가 이를 외부기관에 위탁하자는 논의도 반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서, 위험관리까지도 외주화시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은 훌륭한 경영실적은 모두 자신의 치적이라며 미담에 후일담까지 섞어서 언론에 흘려대고,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은 외주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가. 사람을 써서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사람의 생명과 건강과 관계된 법령에서 정하는 의무이행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법을 뛰어넘은 무언가를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키기 위한 관리상의 조치를 하라는 요구가 그렇게도 부담스러워서 외주화를 하려는 것인가!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가 자신을 위하여 일하는 모든 종사자들에 대하여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포괄적인 의무를 지우고자 하는 법이다.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소 부족하지만 이 법의 취지를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 정신을 존중하여 하위법령이 제정되어야 한다.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뜯어보면, 이 법의 제정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취급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의 이러한 불순한 행동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 법 제정 취지를 살리는 하위령 제정을 위해 다시 투쟁이 필요하다면 지난겨울의 투쟁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4월 1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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