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히어로시즌2-정책위의장간담회]“노동환경도 모르고 노동정책 만들면 안됩니다”

정책위의장-시민 간담회
김성조 “좋은 정책 나오게 가슴과 귀 열겠다”
박병석 “대기업·부자위주에 너무 치우쳤다”

특수고용 노동자·일용직·청년구직자·영세자영업자 등 시민 6명이 여야 정책위의장을 만나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의 사회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90분간 진행된 이 자리에서 시민은 경제위기 이후 각 부문별로 열악해진 노동조건을 토로했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각 당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이병훈 중앙대교수) = 오늘 간담회는 경향신문과 참여연대 공동기획의 결산으로 준비했다. 경제위기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분들이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청년실업자 등이다. 그들의 문제를 제대로 사회에 알리고 해결책을 찾자는 취지였다. 그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양당 정책위의장에게 이분들의 의견을 말하면서 소통하고자 오늘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먼저 여섯분이 질문을 하고 양당 의장께서 각 당에서 고민하고 구상했던 바를 답변해 주시길 바란다.

한나라 김성조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이하 김성조) = 사실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여러분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 소외받는 분들을 위한 배려의 정책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18대 국회 2년차 되는 정책위의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에 가장 관심을 갖는 정책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이야기한 바 있다. 오늘 이 자리도 저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책이 나오도록 최대한 가슴과 귀를 열도록 하겠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하 박병석) = 여러분들의 문제는 사회와 국가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고 민주당으로서는 특히 집중해야 할 사안이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문제는 경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받는 영향도 크지만 정부 정책도 문제가 있다. 효율·성과 위주의 정책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기업 프렌들리’라는 큰 전제 하에 부자감세라든가 하는 대기업·부자 위주의 정책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특수고용직
노동법·4대보험 적용 최우선


사회 = 최근 노사관계 현안으로 화물연대 파업도 있었다. 특수고용 종사자의 이야기부터 듣도록 하겠다.

양용민(퀵서비스 배달원) = 이 땅에 퀵서비스업이 생긴 지 20년이 되었다. 정부, 국회, 관공서도 퀵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퀵서비스가 얼마만큼 소득이 있고 법적 보호를 받는지 모를 것이다. 16, 17대 국회 때도 특수고용 관련 입법이 있었지만 다 사장됐다. 박종태씨가 얼마 전에 사망했는데 일단 특수고용 관련 입법이 발의돼 있다. 외계인이 아닌 일반 국민이 종사하는 곳인데 최소한의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
박병석 =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지난해 11월 제출한 바 있다.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다. 크게 보면 노동 3권 중에 두 가지를 보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은 보장하고 단체행동권은 제한을 두는 내용이다. 이른 시일 내에 입법돼야 한다. 소관 상임위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

김성조 = 특수 형태 근로자들의 보호 법안을 만들려면 정치권 혹은 여기 오신 분들의 의견만으로 만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야말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큰 맥락에서 박 의장처럼 노동3권을 다 인정하기는 힘들겠지만 점차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겠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분들의 경우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분들과 사용자간의 계약을 오로지 사용종속 계약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계약당사자간 계약을 했는데 그것이 불평등하므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법의 진척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을 못 봤다. 요즘은 그래도 보험설계자, 캐디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보호가 되고 있지 않나. 박 의장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하겠다. 그래도 사회적 약자 편에 서야 하지 않겠나.

양용민 = 노동 3권 중에 단결권, 교섭권이라도 일부 준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최상위법인 헌법 33조 1항에는 이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헌법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김성조 = 노동3권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유는 종속계약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약자의 입장인 고용된 분들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데 지금 그런 종속관계로 보느냐, 계약당사자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 상존하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보지만 사실상 그런 법으로 가기 위해 기초 조사라든가 이 법이 만들어져야 할 때 사용자의 입장 등을 모두 포함한 복잡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정금자(간병인) = 우리는 병원에 종속되어 있고 이미 노동자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직업군이다. 그런데 노동자성이 인정이 안 돼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장시간 노동하면서도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노동법이 적용되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 요양업무는 공식노동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에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제도가 되어 있는 요양보호사는 제대로 되도록 하고 간병노동자는 공식화되어야 할 때다.

김성조 =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실상에 대해 더 파악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또한 파악된 결과를 보고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각오를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법안을 만드는 상황은 아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파악하고 제도를 만들겠다. 요양보호사는 법안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제도적 보호나 정책 관여를 할 수 있지만 간병인은 법 자체가 없으니까 우선 제도권 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 = 간병인을 포함한 특수고용직의 공통점이 4대 보험 적용 문제다. 이들의 4대 보험 적용에 대해 두 당에서 검토한 것이 있나.

박병석 =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는 남녀차별 금지와 산재·고용·건강·국민연금을 다 대상자로 해 달라는 것이다. 냉철하게 보셔야 할 것이 소위 특고들이 근로자냐 사용자냐 하는 논란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외국도 마찬가지로 유사근로자라는 말까지 쓴다. 그 자체를 무시한다면 문제가 있다.

김성조 = 4대 보험에 가입하게 하려면 산재보험 경우, 확실한 실태파악이 돼야 한다. ‘요율은 얼마 되어야 하나’ ‘다른 사람은 인정할 수 있나’ 이런 것들을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것이 제도권 안으로 묶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고용보험의 경우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 임의 가입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법안이 제출되면 그래도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들어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청년실업
알바보다 못한 행정인턴제도

박종원(취업준비생) = 행정 인턴에 대해 지나가는 사람을 뜻하는 ‘행인’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10개월이면 끝난다. 취업에 도움도 안 되고 심부름, 복사, 인사 인턴으로 불리는 게 더 잘 어울린다. 실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를 구경하고 있다.

박병석 = 청년실업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일정기간 취업하지 않으면 앞으로 할 기회는 점점 없어진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것을 보면 인턴 사원의 경우 당초 책정했던 예산의 무려 15배를 초과했다. 그런데 그것이 ‘행인’이라고 했는데 버려지는 카드가 되면 안 된다. 10개월 임시 채용해 줄 테니까 실업률 통계 낮춰지고 버리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도움 안 된다.

김성조 = 행정 인턴이 사실상 완벽한 제도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행정 인턴 3500명을 설문조사해 보니 87%가 취업 후 업무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행정 인턴이 다른 인턴과 달리 그래도 전문성과 자격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걸로 알고 있다. 막무가내로 많이 뽑은 것도 아니다. 전문지식과 자격을 갖춘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전문자격에 맞추지 못한 미션(업무)을 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훈련을 통해 좀더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그분들이 업무에 참여해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 나가도록 하겠다.

▲비정규직법
기업들 말만 듣고 법안 바꾸나

성향아(공무원연금관리공단 비정규직 해고자) = 비정규직 해고 대란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고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1순위 아닌가. 2년 유예하는 게 한나라당 당론이라고 하는데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가 된다면 그 법이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는 서러움 떨치고 사람 대접 좀 받겠거니 했는데 이제 잘리기 싫으면 또 계약하라는 것인데 기대하고 믿었던 사람들을 저버리는 것은 기업 편에 서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박병석 = 비정규직법은 많은 기대를 받았던 사람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2년 근무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자르는 것이다. 저희는 지금도 연기하거나 유예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대로 실시하라는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중에서 경영상 어려운 곳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지원금 주겠다는 것이다. 일인당 50만원, 12개월 600만원 줄 테니 자르지 말고 정규직으로 옮기라고 하는 것이다. ‘20만면 × 600만원’ 하면 1조2000억원이다. 3년간만 하면 비정규직문제 해결할 수 있다

김성조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국민은 한 명도 없다. 비정규직 해고를 원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개정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대와는 달리 기업에서 대량 해고를 할 수 있으니 사전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면 여야 합의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드는 예산을 책정하겠다. 또 추가적인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가 다 생각하고 있다. 다만 너무 많은 금액을 책정했을 경우에 어떤 기업이든지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선발하면서 정부 지원받아 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면 처음부터 기업의 정규직 채용 의지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용직
임금유보·불법하도급 없애야

김태범(건설노동자) = 현장 용어로 ‘쓰메끼리(임금유보)’라는 관행 때문에 현장노동자가 겪는 고통이 상당히 크다. 정부에서 쓰메끼리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지 알고 싶다. 또 다른 산업보다 유별나게 심한 부분이 불법하도급 문제다. 한국은 건설업 3관왕이란 말이 있는데 체불, 산재,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다. 이 불명예스러운 3관왕을 기록하는 게 이 쓰메끼리와 불법하도급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성조 = 체불임금 발생이 통계상으로 건설부문에서는 줄어들고 있다고 나오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일을 못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일을 하고도 임금을 못받는 것도 참 분하고 시정돼야 하는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공부문은 그래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알고 있다. 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발주의 경우에는 원도급자가 1회만 하도급자에게 대금을 주면 발주자가 직불할 수 있도록 발주자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부문에는 해소되고 있는데 민간부문에도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민간은 시장 경제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률적 적용이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서 지난해 1월부터 건설하도급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면 직상 수급인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개정했다. 여러가지 법을 개정하려고 하지만 공공부문과 달리 어려운 점이 많다. 올 9월부터 다단계하도급 현장에 대해 노동부가 직접 대대적인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 불법하도급이 근절되게 행정감독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박병석 = 수개월씩 임금체불은 위법이지만 또 오래된 관행이다.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걸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관행은 인식, 문화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임금채권보장법을 내실화시켜서 떼먹고 도망가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건설사 경영인들의 개선의지도 대단히 중요하다. 현장 안전교육이나 이런 것도 사인만 시키고 하는 잘못된 관행을 경영진을 통해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관급공사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한다.

▲영세자영업
통합적 지원안하면 무용지물

안정희(꽃집 운영) =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 수가 전년 대비 30만~40만명 줄었다고 한다. 사실 자영업자는 570만명이면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0만명이 넘는다고 본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가 불거지니 평택 지역에 있는 화원, 꽃집 등 모든 자영업자들이 연달아 매출이 멈췄다. 단순히 자영업 정책 별도, 비정규직 정책 별도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보셨으면 한다. 또한 정부에서 내놓은 자영업자 예산이 거의 12조원이라고 하는데 근로복지공단, 여성부, 소상공인지원센터 등 각각의 지원주체들이 다르다.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부서도 모르고 해서 통합적인 지원이 부족한 것 같다.

김성조 = 고통이 이리저리로 전가되었으니 전체적인 정책을 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각 분야별로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 고통은 여기저기로 옮아다니고 있다. 총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도 전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보건복지예산도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대상도 중복되어 있다. 이런 것들을 합리화, 단일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력해왔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또한 여러가지 소상공인 정책이 많은데 중첩되는 부분이 있으면 합리화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옮겨줄 수 있도록 하겠다.

박병석 = 자영업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외환위기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자영업이 더 생기고 문닫고 하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임대료 문제가 큰데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여지가 있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골목상점, 재래시장은 대형 마트 때문에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 경쟁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활성화할 수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

사회 = 쌍용차 문제가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인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병석 = 지식경제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성조 = 쌍용차 문제는 노조와 사용자를 초청해서 대책회의도 했지만 주장하는 바의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데 법원의 결정에 의해 수순을 밟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다. 정치권에서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기에는 조심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당에서는 공권력 투입은 자제하고 대화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이다. 지금도 그 정도 입장에서 더 나가기는 어렵다.

정리 | 강병한·황경상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기획 | 참여연대·경향신문 공동기획

노동히어로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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