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고령노동자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문범 노무사(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

한국은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서 짧은 기간(2000~2020년 사이 약 20년) 내에 고령화 사회(ageing society)에서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20년에는 전체 노동력 중 50세 이상의 비율이 약 40%, 2050년에는 약 50%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취업층을 보면 아직 이러한 징후는 찾기 힘들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고령인구는 31.2% 증가하였지만 2007년 전체근로자 중 60세 이상의 고령근로자의 비중은 3.6%에 불과하여 2000년에 비해 그 비중이 약간 높아졌을 뿐이다. 고령사회가 눈앞에 있는데 고령자의 취업이 증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직까지 고령자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로자는 이중적인 은퇴제도를 가지고 있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0-54세까지의 취업률은 74%, 60-64세는 54.8%, 65세 이상은 30%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취업률이 급속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근로자 대부분이 55세 전후에 퇴직하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조사기관(한국노동연구원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약 50% 정도는 50대 중반 이전에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전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남성근로자의 약 70%, 여성근로자의 약 66%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을 하게 되어 60세 이후에도 계속 고용되어 있는 비율은 약 1/3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한국의 근로자들은 전반적으로 직장에서 50대 초반에 조기퇴직을 하지만 퇴직 이후 상당히 긴 제2의 근로생애를 거쳐 60대 후반에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의 근로자는 이중의 은퇴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고령자 근로자는 신분하락을 겪는다.

고령자가 문제되는 것은 근로자로 생활하다 조기에 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고용자체가 불안정하고, 그간 본인이 습득했던 기능과 지식을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근로시간이 길지만 임금수준이 낮아 연금 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령근로자의 경우 생활자체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처럼 고령자의 신분하락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계기로 미국식의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인적자원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외환위기만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고도 경제성장 시기에 확립되었던 전통적인 연공주의적 인적자원관리가 가진 인건비 부담 및 경직성 등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노령화된 노동력을 퇴직시켜 인건비 지출을 억제하려는 기업의 수량적 고용조정적 기능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고임금 기업이나 직종의 경우, 정년을 준해고제도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업들의 대응이 고령자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고령층의 빈곤비율이 높고 수입원 또한 불완전하다

또한 한 조사기관(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자는 서구선진국에 비해 빈곤률이 매우 높고, 고령자간 소득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또한 연로해 감에 따라 소득이 급속히 감소하고, 근로소득에 의지하여 생활하는 고령층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한국의 고령층은 공적연금에 의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개인의 수입에 의하여 고령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산이 없는 고령자의 경우 개인의 근로소득이 중요한 수입원이다. 또한 개인의 근로소득이 없거나 근로소득이 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족이나 자녀의 지원에 의하여 그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수입이나 소득에 의존하여야 하는 고령층은 빈곤률이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으며, 고령층의 소득원도 개인의 근로소득이나 가족 등의 지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고령 노동자에 대책 기업, 정부가 나서야 

우리사회는 급속히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공적연금 도입이 짧은 우리나라는 서구국가와 달리 고령층이 공적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재 진입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고령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는 일자라는 대부분 고용관계가 불안전하고, 근로시간이 길고 임금은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정년제로 고령 근로자를 그대로 퇴직시키기보다는 정년퇴직 연령을 연장하거나, 아니면 정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고령 근로자의 활용을 높여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 고령자가 가진 업무상의 지식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노사간에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중·고령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제고를 위한 평생 직업훈련체제의 강화와 고령자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고령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어야 하고, 고령근로자의 생산적인 근로생애를 연장하는 의미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은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

세 번째로 고령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도 다양한 지원책이 있지만 고령자 취업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하며 아울러 정부 스스로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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