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히어로시즌2-영세자영업자] “절반은 임대료도 못내 보증금으로 버텨요”

경제위기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먼저 먹잇감으로 삼는다. 최근의 경기침체 역시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우리사회의 약한 고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면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더 낮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나 월 100만원짜리 한시적 인턴제로 청년실업을 땜질하려는 발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향신문과 참여연대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대안은 무엇인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노래방·중국집·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5명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의 사회로 2시간30분 동안 좌담회를 열고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높은 건물 임대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불황이라 자장면 500원만 올려도 소비 ‘뚝’
 ‘알바’ 월급 주기도 힘겨워 부모형제 총동원”


노래방·중국집·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5명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회로 좌담회를 열고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사회(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자영업자로서 살아가기 어떠십니까.

전재성(노래방)= 광고회사를 다니다 10년 전에 그만두고 마포에서 노래방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수익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노래방 사업이 잘 됐습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점점 어려워졌어요. 지금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임대료를 못내 명도소송까지 당했습니다. 조그만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운영했는데 거의 바닥났습니다. 서울시의 정책자금 같은 것은 한계가 있고 대부업체의 위험한 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핵심은 임대료입니다. 건물주는 융자를 받아서 이자를 내고 있는 걸로 아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떨어지고 감가상각비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왜 임대료는 그대로인지 모르겠습니다. 칼자루 쥔 사람 마음대로입니다. 내일 모레 200% 올려도 아무말 못하고 나가야 해요.

이옥수(미용실)= 미용업을 23년째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직원 둘 데리고 셋이서 했는데 요즘은 어려워져서 혼자 합니다. 경기하락 추세 탓이기도 하지만 미용도구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염색도 요즘은 다 집에서 하잖아요. 파마와 커트 정도만 미용실을 찾는데 젊은 사람들이 긴 머리를 선호해 할 일이 없어요. 또 전에는 직장인들이 출근하면서 머리를 하러 왔는데 이제는 다 집에서 스스로 해요. 경기도 안좋고 일자리 잃는 남편이 많아 미용실을 새로 차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가에 엄청 늘면서 나눠먹기식이 되었죠. 주택가는 권리금이 없어서 개업하기가 쉬워요.

◀ 안정희씨

안정희(꽃집)= 꽃 경매장에서 꽃을 사다가 배달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꽃배달 서비스 업체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나니 쉬워보이고 돈이 적게 들 것 같아 하게 됐습니다. 7년 정도 됐는데 나름 전문성이 있어서 시작했지만 경쟁업체가 너무 많아요. 이 업종이 초기자본이 적게 들다 보니 너도나도 진입하게 된 거죠. 덤핑 같은 것도 많아지고 해서 마진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꽃배달은 또 불경기에는 타격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수입이 줄어들면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전 가족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저도 아내와 둘이서 하고 있는데 일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다 같이 일하는 거죠. 자영업자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숙자(중국음식점)= 회사 명퇴하고 나서 초등학교 5학년 늦둥이도 있고 남편도 일거리가 없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친구들 보면 장사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조건 돈 버는 줄 알았죠. 그런데 처음부터 사람 부리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아침 8시에 온다고 했는데 사람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불을 가까이 하고 워낙 힘든 일이다보니 술을 많이 먹고 가정생활도 불화있는 분들도 좀 있고요.

김용길(식당)= 15년쯤 보쌈, 바비큐 등 여러가지 업종을 돌아가며 음식집을 운영하다 작년 4월 곱창집을 개업했는데 광우병 파동이 나서 바로 내렸어요. 음식점 차린 후에도 금융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직장인들이 5000원짜리 밥보다 2000~3000원짜리 분식을 먹으니까 장사가 안됩니다. 김밥집을 차릴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 덕분에 장사는 좀 됩니다. 하지만 저녁에 술도 좀 드시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먹어요.

사회= 요즘 경기침체 때문에 장사가 더 어려워졌습니까.

전재성(노래방)= 자영업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자꾸 거리로 다니면서 돈을 쓰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많이 줄었습니다.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어요. 각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가격이 무너지고 있어요. 자영업자는 개인, 가족 중심이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서비스를 혁신하기 힘들어요. 신규투자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분들에게 계속 눌리게 돼요. 고용문제도 있습니다. 자영업에는 보통 비정규 고용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알바월급 70만~80만원도 주기도 어려워서 형, 동생, 제부, 부모, 자식까지 불러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이게 공통된 상황인 듯해요. 가장 크게 들어가는 게 임대료입니다. 동네상권은 좀 덜하겠지만 저는 시내쪽에 있으니까 임대료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임대료 연관 비용이 모두 하향세인데 왜 그대로일까요. 일자리까지 나누자고 하는데 수십억원짜리 건물 가지신 분들이 이럴 수 있나요.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대금액 2억4000만원(1억원당 월 140만원) 미만에 한해서는 연 12%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내리는 규정은 없고 상한선만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희(꽃집)= 꽃배달은 개인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을 상대로 합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제일 먼저 끊는 게 경조사비고 먹거리가 그나마 제일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거래처는 늘었는데 매출이 50% 이상 떨어졌어요.

◀이옥수씨

이옥수(미용실)= 미용실은 결혼식 같은 거 아니면 거의 안와요. 15년 전 가격을 그대로 받는데 자재값은 다 올라도 가격을 올릴 수 없어요. 거의가 단골들이어서 그저 오는 게 반가운데 100원 한 장 더 받을 수 있나요. 다들 어렵다고 울상인데 저만 가격을 올릴 수는 없잖아요. 하루에 보통 파마는 거의 없고 남자 커트는 대중 없지만 다 합해서 10~20명 정도 옵니다. 직장인은 주 5일 근무가 좋겠지만 저희는 울상이죠. 토요일에 노니까 상가들도 같이 놀 수밖에 없어요.

안정희(꽃집)= 저희가 경기에 가장 민감한데 꽃이 안나간다 생각해서 주변 상가에 물어보면 예약손님이 줄었다고들 합니다.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작년에 좀 심해졌고 올 4월에 들어오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50%밖에 안돼요. 언론에서는 부동산 경기 상승, 환율 안정 된다고 좋다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외환위기 시절에는 그나마 실직자 창업 붐 때문에 간판가게가 잘 됐다고들 하죠. 최근 몇 년간은 실직자가 늘었는데도 간판가게도 안된답니다. 창업을 안하는 것이죠. 지금 정부 대책이라고 나온 거 보면 10년 전에 같은 정책 폈던 이들이 내놓은 듯 똑같아요.

이숙자(중국음식점)= 재료비, 인건비는 많이 올랐는데 가격은 안올랐습니다. 소비의 가장 저점에 있어서 500원 올리면 언제 올렸냐며 안먹습니다. 밀가루 가격도 한 번 오르고 나서 떨어질 줄 모르고 야채값도 올랐어요. 최근 2년반 중에서 지금이 가장 안좋습니다. 인건비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에요.

사회= 사실 여러분들도 어렵겠지만 또 다른 경쟁자들도 어려울 겁니다. 주변 양상은 어떤가요.

전재성(노래방)= 문 닫는 노래방도 많고 또 신규로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시장보다도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그래서 포화상태가 되죠. 매출은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비용절감의 첫 단계가 유급직원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 자리는 가족으로 채우게 되고 그것마저도 어렵게 되면 혼자 목을 매고 뛰어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도 임대료는 가만히 있어요. 대부자금이라도 끌어써야 할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과가 뻔하지 않겠습니까.

이옥수(미용실)= 자영업자들은 건물주 잘 만나는 게 행운이죠. 장사 안되면 양심적으로 좀 깎아주고 해야 존경심도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질 만능주의가 되다보니 다른 여건은 다 무시하고 물가에 비례해서 막 올립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여서 돈 들 데가 많은 사람들은 정말 막막할 거예요. 손 놓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집에서 놀 수도 없어서 그냥 합니다.

안정희(꽃집)= 영세자영업은 혼자 하거나 온가족이 합니다. 여자 혼자 하는 분들 중에는 수입이 없어 매출신고도 안하는 분도 있어요. 주변상가 200군데를 조사했는데 50% 가까이가 임대료를 못 내고 있었어요. 1년 이상 못 내서 보증금을 다 깎아먹고도 못 나가는 곳도 10~15군데 정도 됐어요. 문제는 탈출구가 없다는 거죠. 4월 들어서는 노력을 하는데도 안돼서 이러다간 안되겠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다른 업종을 찾아볼까 생각도 했는데 쉽지가 않죠.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은데 현 정부는 형식적 대책만 내놓는 것 같기도 해요

“정부 대책, 서민들 실정 몰라도 너무 몰라요”

“국가가 은행 살려줬는데 은행은 부자만 대접하죠
국민연금도 못내는데 고용보험료 낼 수 있겠어요?”

이숙자(중국음식점)= 우리가 한숨 쉬면 재료상들도 한숨 짓습니다. 물어보면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하고 폐업하는 곳도 많습니다. 업종을 바꾸고 싶어도 뭘 할까 싶기도 하고 돈도 없어요. 아이가 셋인데 건사도 못하고 집도 엉망이에요. 은행에 가서 시골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 달라고 했더니 아파트 아니면 절대 안해 준다고 하더군요. 창업자금 같은 것도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받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용길씨 ▶
김용길(식당)= 좀 전에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재료공급업체인데 주문이 감소해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요일은 쉬겠다고 합니다. 나는 매일 시켜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에요. 어느 정도 안되는지 말은 안해도 이런 겁니다. 기막힌 일이죠. 정신없이 토, 일 뛰던 사람들이 주말은 일을 거의 안하고 목요일까지 쉬겠다는 겁니다. 이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는 거죠.

사회= 정부도 상황 인식은 하고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정부대책이 도움이 되는지 아니라면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요.

전재성(노래방)=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 취지가 영세상인에 대한 보호인데 보증금 상한선을 좀더 올리거나 해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늘렸으면 합니다. 그렇게 규제가 많은 나라에서 왜 임대료 규제는 없는지 모르겠어요.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1000만명은 넘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맞벌이를 할 수 없고 젊은 학생들 알바비까지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그 소비가 또 줄어들게 되죠. 우리도 어쩌면 꽃집, 미용실, 중국집의 소비자 아닙니까. 계속 소비가 줄게 되면 미래는 뻔하죠.

이옥수(미용실)= 선진국의 세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1000만원 버는 사람과 100만원 버는 사람들은 세금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사람은 종부세고 뭐고 다 면제해주면서 우리는 왜 안해 줍니까. 임대차보호법도 영세업자들을 기준으로 해서 만든 게 아니라 있는 자들 시선에서 만든 잘못된 법입니다. 카드 수수료나 대출을 받아도 영세업자들에게는 이자율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환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은행은 부동산 바람난 집있는 사람들한테만 대출해 줍니다. 은행들은 국가가 다 살려줬고 결국 없는 사람들이 다 책임진 건데 말이죠.

김용길(식당)= 임대료에 붙는 부가세를 세입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문젭니다. 월세 130만원이라고 했다가 2~3개월 지나니 거기에 부가세 13만원을 더 내라고 해요. 건물주가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데 왜 이걸 세입자에게 부담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카드회사 수수료도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배를 불리고 나서 깎아줄지 궁금합니다.

안정희(꽃집)= 자영업자가 몰락하면 가족까지 합쳐 몇 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500만원 지원대책을 발표했는데 이거 가지고 얼마나 버티겠습니까. 3~4개월 유예시키는 것뿐이지 경영 개선해서 나갈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저는 2001년에 경영지원자금 3000만원을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7~8년 전과 달라 이 돈보다 지원액수를 더 높여야죠. 푼돈을 어정쩡하게 주기보다 실질적으로 물가와 경기에 맞는 지원책을 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 폐업 상인들 재창업을 도와준다는 게 추가된 것 같은데 그건 유예밖에 안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제가 얼마 전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개인도 하는데 정부가 돈이 많으면서 그런 조사조차 안하고 10년 전 자료로 정책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사회= 정부에서 현실과는 관계없이 숫자만 보고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듯합니다.

안정희(꽃집)= 폐업 때문에 자살하고 가정 파탄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긴급구제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해요. 특히 아이들 학비 같은 것은 긴급구제가 꼭 필요합니다. 정부 대책을 보면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게 없어요.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데 국민연금도 제대로 못 내는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낼 사람이 없습니다.

전재성(노래방)= 필요한 금액만큼 융자를 받을 형편은 아니지만 조금은 대출받을 형편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어려워지면 힘들어요. 임대료에 붙는 부가세 10%를 모아서 기금으로 적립해 배드뱅크, 서민은행 같은 걸 좀 만들어서 서로 상호부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옥수(미용실)= 관료들 월급을 50% 깎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서민들의 삶을 외면할 수 있나요.


<경향신문 강병한·황경상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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