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히어로FGI 후일담] 청소년 알바, ‘용돈벌이’가 아닌 ‘노동자’다

글쓴이: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박홍근

‘청소년 아르바이트’ 하면 떠올리는 것은 ‘용돈벌이’다. 그래서 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고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청소년 알바생을 무시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용주가 ‘저 애는 그저 용돈이나 벌려는 거니까, 그 정도만 쥐어주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청소년 알바는 청소년 노동착취로 변하게 된다.

지난 5일 참여연대에서 ‘노동 히어로’란 이름으로 청소년 알바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을 때도, 이런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러 노동착취를 경험한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꽤나 심각한 사건이 여럿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노동착취를 한 업주들이 알바생을 소모품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들 ‘청소년’을 ‘어린애’로만 보고, ‘노동자’대우를 해 주지 않는다.

“내거 널 가족같이 대했는데…”, 한 패널이 최저시급을 달라고 찾아간 업소에서 업주에게 들은 말이다. 최저시급을 주는 것과 가족같이 대해 주는 것은 전혀 별개의 층위다. 그런데도 업주는 최저시급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한 시급을 달라는 알바생을 배신자 취급한 것이다. 그가 ‘고용주-노동자’가 아니라, ‘주인-하인’으로 알바생을 관계 짓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받을 돈을, 욕을 먹어가면서 받은 그 패널은 마지막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최저시급제 지키려면 너 안 쓰지” 그렇다. 결국 ‘가족’ 운운하던 고용주는 사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였다는 속마음을 밝힌 것이다. 아예 양심을 던져버린 고용주도 있다. 또 한 패널은 2년 전 일한 분식집에서 시간 당 1500원을 받기도 했다는 충격적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마저도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주면, 일을 그만 둘까봐, 두 달에 걸쳐 나눠줬다.

어쩌면, 그 고용주는 최저 시급이 3770원인 올해에도 여전히 1500원을 주고, 알바를 처음 시작한 학생들을 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높은데, 알바를 시작하는 대다수 청소년들은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3770원이 최저시급이나, 청소년은 야간근로와 휴일근로를 시킬 수 없다는 조항, 초과 근무시 50%의 가산임금을 받는다는 조항 등이다. 1500원을 주는 사장님에게 이런 조항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고용주도 정도는 달라도 다들 ‘위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시급 1500원을 받았던 그 패널이, “그 곳 뿐 아니라 그 일대가 다 비슷했다. 1500~2000원을 줬다.”고 말 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악덕 고용주를 찾기보다, 악덕 고용주가 아닌 이들을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용주들은 할 말이 있을지 모른다. ‘자신들도 미처 몰랐다’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 단속반이 나오면서 최저시급을 지키고 있는지를 물어볼 때, 업주들은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알 수밖에 없다. 단속이 자주 나오진 않더라도, 심지어 형식적인 단속이라 하더라도 최저시급이나 여러 고용조건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용주는 모를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고용주는 거짓말을 시킨다. 단속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업주들은 3000원 받는 알바생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단속반이 물어보면, 4000원 받는 다고 말해라” 그곳이 바로 우리가 자주 가는 명소 신림동 순대촌의 이면이다.
패널들은 모두 단속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는데, 패널 7명 중에서 단속을 실제 나온 것을 본 이는 두 명뿐 이었다. 나온 걸 본 패널들도 ‘형식적’이라거나 ‘쇼’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시급을 1000원대 주는 분식점 신고 했는데, ‘거기 또 그래요? 그리고 그냥 끊더라. 물론 단속도 안 나오고”라는 패널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속은 느슨하고, 알바생은 (법을) 잘 모르고, 업주는 속이려고 하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이런 삼박자는 곳곳에서 감지되기 때문에, 노동착취는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을 더 움츠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회의 시선이다. 처음 말했듯, 사람들은 ‘용돈벌이’ 정도로 청소년들의 알바를 폄하한다. 그러면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란 눈으로 청소년 알바생들을 쳐다본다.

“그 시선이 너무 싫었다.”고 말한 패널들은, 청소년은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사회적 윤리 관념에 희생자다. 차가운 시선, 깔보는 시선의 이면에는 알바 청소년들을 ‘탈선’의 전주곡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선은 이중적이다. 청소년 알바생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그러니까 왜 그 나이에 공부 안하고 알바를 하냐는 질책을 동시에 보내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의 편견적 시선과, 고용주의 착취, 단속반의 쇼를 보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는다. 이는 노동부의 단속 강화 정도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적극 개입을 해야 풀리는 실타래다. “우리가 서비스 산업에 정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를 소모품 취급하나요.”란 패널이 말처럼, 실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적어도 영세업소들은 청소년이 사라지는 순간, 모두 도산할 것이다.

청소년 알바는 당당한 한명의 노동자이고, 경제를 떠받치는 또 다른 주체다. 이 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지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을 증폭시켜 나중에 폭발하게 남겨두느냐, 빨리 건드려 상처를 터뜨리고 치료하느냐. 우리는 당연히 후자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