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11-07-17   3469

산재노동자와 유족 고통 외면한 근로복지공단

백혈병 1심판결 항소, 산재제도 본질 외면하고 삼성 눈치 살핀 처신
이해당사자 참여 없고 데이터도 비공개한 삼성 조사결과 신뢰 못해 

어제(7/14)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백혈병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근로복지공단의 항소제기는 “지난 6/23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 재해노동자들의 산재인정 폭을 넓히려는 법원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신속한 보상’을 목적으로 한 산재보험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강행하는 것은 산재 노동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재활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삼성의 눈치만 살핀 처신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근로복지공단은 “행정소송의 상소는 검찰청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소송사무처리 내부규정을 근거로 공단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찰에서 항소를 결정한 만큼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행정소송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검찰이 단독적으로 항소를 추진할 수 없는 만큼 항소여부의 최종결정은 근로복지공단의 의지에 달렸다 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7일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유족과의 면담에서 “의학적, 법률적인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들어 검찰과 협의해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도 단 하루 만에 검찰지휘를 이유로 항소를 결정한 것은 애초 항소포기 의사나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음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설령 항소결정이 근로복지공단의 의지와 무관하게 검찰의 단독 의사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국가기관이 유족을 상대로 항소를 강행하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없으며, 결국 삼성재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과 검찰은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인 만큼 근로복지공단과 검찰은 노동자들의 치료와 생계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더 이상 제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삼성백혈병이 1심 선고를 통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2심 선고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그 동안 피해자와 유족들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견뎌야 하며, 이는 분명히 산재보험법의 목적과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다. 차제에 사회보장수급권과 관련된 행정소송의 경우는 피고(국가기관 등)의 항소권을 제안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산업안전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Environ)`에 의뢰하여 받은 근무환경 재조사를 토대로 어제(7/14) “삼성 반도체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주장에 가까운 이번 결과를 과연 누가 믿어줄지 의문이다. 이번 조사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결여되어 국내 산업안전 전문가들 뿐 아니라 해외의 투자자들조차 조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결국 삼성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백혈병과 근무환경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삼성전자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였지만 소속 종업원들에 대한 산업안전조차 무시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족에 대한 사과와 반성보다 변명과 책임회피에 급급한 삼성전자의 모습은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논평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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