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위의 비극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한국 증시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외부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외부의존 경제의 취약성은 국가 차원에서만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에도 같은 문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한국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지역이 어디일까? 정답은 충남이다. 충남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2009년 기준으로 3,370만원으로 울산(4,622만원)에 이어 전국 2위이며(전국 평균 2,187만원), 그 성장률은 1위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은 9%로 전국평균(4.2%)의 두 배가 넘는다. 세계적인 생산 현장인 삼성LCD 공장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도 있다.   

성장률 1위 충남 도민의 생활수준도 높아지고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충남의 1인당 민간소비 지출은 전국 평균(1,007만원)보다 177만 원이 적다. 성장률이 높다지만 실질 소득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공공서비스를 책임지는 충남도의 재정자립도는 어떨까? 36.6%로 전국 평균(52.2%)에 턱 없이 미달이다. 고용의 질은 더 나쁘다. 평균임금의 60% 이하를 받는 취약계층이 비율도 절반이 넘어(53.5%) 전국 1위다. 외형 성장률은 전국 1위지만 생활수준은 보잘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일자리가 생긴다는 기대는 어떤가. 그 결과도 신통치 않다는 것을 삼성전자LCD사업부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산과 천안의 삼성전자LCD사업부에 지난 3년간 국세와 지방세 감면을 통해 지원된 정부지원금은 4,326억 원이다. 그러나 신규채용자 중 충남도민은 10%가 채 안되었다.

GRDP 10억 원당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취업계수도 현저히 악화됐다. 10년간 충남의 취업계수는 14.4나 감소하여, 전국 평균(7.7)의 2배나 줄어들었다. 성장률 1위인 충남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 팽창 효과와 외자유치 1위를 기록하며 달성해 온 충남의 경제성장은 외형은 화려하지만 그 내용은 이렇게 부실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의존 경제구조 때문이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지역 소재 대기업들은 75%가 외지에서 원료를 구입하고, 86%가 지역 내에선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또 25%만이 지역주민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대기업을 유치했지만 대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지역에서 순화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성장률 1위에도 주민들의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외부자원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난리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 전쟁도 그렇고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나 대구의 세계육상대회, 전남 영암의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와 같은 일도 크게 보면 외부 자원을 끌어들여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자본과 대형토건사업, 국제행사를 유치하려 노력하는 배경에는, 사람도 자본도 없는 지방의 비참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형 행사와 토목공사의 뒤안길은 경제적 성과는 빈약한데 적자규모는 창대한 것이 대개의 현실이었다. 

성장률 1위라지만 잘살고 있지는 못한 충남의 사례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외부자원을 끌어들여 외형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 생활수준을 높이는 순환과 공생의 지역발전 전략이 먼저고, 외부자원은 그 이후에 덧붙여야 함을 보여준다. 충남도가 최근 정책의 중심을 내발적지역발전전략으로 전환한다면서, 3농(농업, 농민,농친)혁신과 사회적경제의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정책 전환은 그래서 반갑다. 무분별한 외부 자원의 유치 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지연산업 혁신을 통한 발전일 수밖에 없다. 이런 기초체력의 바탕이 있어야 외부자원도 잘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방자치 20년, 이제 지역발전 전략의 패러다임이 외부 의존에서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내발적 발전으로 전환되길 소망해본다.


김제선.jpg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위의 글은 내일신문 8월 10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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