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지 위해 콘도를 사라

충청남도가 태안군 안면도에 세워지는 호텔형 고급 콘도미니엄 ‘롯데오션캐슬’ 회원권을 시·군에 억지로 팔아 도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도내 15개 시·군 대부분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콘도 회원권을 매입하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서산시 5200만 원, 논산시 9600만 원, 천안시 5200만 원, 부여군 4900만 원, 공주시 1억9800만 원, 당진군 7000만 원, 청양군 3900만 원 등 7개 시·군이 모두 5억5600만 원어치의 콘도 회원권을 샀다. 또한 내년 예산에 천안시 1억4000만 원, 예산군 1억9500만 원, 당진군 1억3000만 원, 청양군 1억6000만 원 등 9개 시·군에서 모두 24억 원의 콘도 회원권 구입 예산을 세워 놓았다.

내년 4월 꽃박람회 주전시장 부근에 세워지는 이 콘도의 분양가는 20∼30평형대는 2500∼6000만 원, 40∼80평형은 8000만∼1억8000만 원 수준으로 일반 콘도에 비해 20% 이상 비싼 고급형. 분양중인 이 고급 콘도의 회원권을 가장 많이 사들인 이는 충청남도다. 충청남도는 지난 99년, 꽃박람회 개최 이전까지 이곳에 대형 콘도를 완공하는 조건으로 당시 투자업체인 안면도국제해양개발㈜(대표 신상수)로부터 52억4800만 원 상당(243계좌/1실 10계좌)의 콘도회원권을 샀다.

이를 두고 당시 도민들은 “충청남도가 민간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회원권을 구입해 공사비를 지원할 만큼 형편이 넉넉하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충청남도는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투자업체를 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해 왔다.

그런데 충청남도가 이번에는 구입해 놓은 콘도회원권을 시·군에 억지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시·군 관계자들은 “오션캐슬은 주변 지역과 연계되지 않는 단일 콘도인데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아 구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충남도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 입장은 단호하다. 충남지역 10개 시·군 시민단체의 상설 연대기구인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공무원 후생복리를 명분으로 어려운 지방 살림을 꾸리고 있는 시·군에 수억 원씩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도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충청남도는 콘도 회원권 강매를 즉각 중단하고 각 시·군은 불요불급한 콘도회원권 구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충청남도는 “올해 6개 시·군이 공무원 후생 복리를 위해 콘도회원권을 구입한 것을 보고 다른 시·군들도 구입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팔 수 있는 회원권이 있다는 얘기는 했지만 사도록 강요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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