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달에 생각해 보는 아동의 사회적 보호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기능이 끊임없이 변화되고, 약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누구든지 동의할 것이다. 가족의 해체가 하루하루 심화되어 가는 가운데, 과거에는 가족 해체라고 여겨지던 것들이 이제는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 가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가족의 기능이고, 어디부터가 가족의 해체인지 혼란스러운 지경이다.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과 국가라는 공적 영역이 어느 정도 소통해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자녀에 대해서도 그렇다.

흔히들 자녀와 관련된 가족 기능으로 출산의 기능, 보호의 기능, 사회화의 기능, 교육의 기능 등을 언급할 것이다. 그런데 합계출산율은 1.17(2002년)로 뚝 떨어져 출산율 최하위 국가군에 속하게 되었으며, 여성취업률이 50% 가까이로 증가하면서(노동시장 참여율은 연령별 M 커브를 그리고 있으며, 출산과 영유아 자녀를 둔 시기가 최저수준이다) 어머니가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 동안 자녀를 돌보는 일에 적신호가 켜졌다. 개인주의로 내모는 사회 환경으로 인해 가족과 친인척, 친구와 이웃, 지역사회에 대해 무관심하고 관계가 약화되는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덜 강조되고, 가정에서의 교육은 마치 자녀에게 사교육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가가 중요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가족기능의 약화와 왜곡은 우리 사회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환경의 산물의 하나이다.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어 온 가족은 공적 또는 사회적 환경(input)으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아, 약화되고 왜곡되어(thruput), 저출산, 방임, 청소년 비행 등의 일탈, 입시경쟁교육 및 사교육의 기승과 뒷전으로 밀려난 인성교육 등의 문제가 유발되어(output),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의 인구 구조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적극적인 대처가 없다면 경제성장, 사회보장의 유지, 사회통합 등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사회비용(빈곤, 의료, 개인 및 가족,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 지출 등)을 확대해야 하고, 사회적 일탈이 확대되면서 사회 불안이 야기되며, 입시경쟁교육에서 탈락하고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한 이들의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좌절감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마치 부메랑처럼 맞고 있거나 맞게 될 것이다(outcome).

그러므로 가족을 사회의 기본 단위라고 하면서도 가족을 단순한 사적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모순이다. 다만, 가족의 역할이 국가와 사회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체로 순기능적이었거나, 또는 가족 구성원 한명 한명의 삶을 그 다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우리는 가족 기능의 약화이든, 왜곡이든, 아니면 더 이상 가족의 기능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 있든지 간에 여전히 가족이 사회의 중요한 단위이고, 가족의 기능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가족에는 사적 성격과 공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는 만큼, 가족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가족원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도 중요해진다.

가족의 달, 제 1회 어린이 주간을 맞이하여, 가족의 육아의 기능(보호, 사회화, 교육의 기능을 통칭하여 사용한다)과 사회적 보호를 한 예로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육아기능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회복지사업은 영유아보육사업이다. 1991년에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어 0세부터 취학전 아동을 위한 영유아보육시설을 확충해 왔는데, 현재(2994.12) 27만여개의 보육시설에서 보육하고 있는 아동의 수만도 93만여명에 이른다. 2005년에 제정된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도 보호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종일제 유치원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유치원은 현재(2004.4) 8천3백여개가 있고, 54만여명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05년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위해 평가인증제도를 도입하고 보육교사의 자격관리를 강화하는 등 양적 확충에 이은 서비스 질 관리를 정책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미취학아동에 대한 보육료 또는 교육비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유아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보호망이 갖춰진데 비해 초등학생을 위한 인프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정부의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등학생의 69%가 방과후에 사설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9%가 공부방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12%는 집에서 보호자와 함께, 5%는 보호자 없이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의 사설학원 의존도가 높고,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서 혼자 집에서 보내게 하는 방임의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저학년을 둔 어머니의 취업률이 48%라고 하니, 아이들의 사설학원 이용은 학업이나 예체능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에 보호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집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영유아보육시설이나 유치원과는 달리 초등학생을 보호해줄 사회적 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방과후 보육을 위한 공공서비스 기관으로 지역아동센터(공부방), 방과후보육시설,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이 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빈곤아동을 위해 운영하는 전국의 500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1만3천여명(초등학생은 약1만명)의 아동이, 여성부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239개 방과후전담보육시설과 1,188개 방과후통합(영유아+초등학생)보육시설에서는 2만여명의 아동이,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430개의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에서는 8천5백명의 아동만이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초등학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 수는 4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2004년 기준). 이것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에서 추계한 방과후보육수요 210만여명, 여성부가 전국 실태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추계한 158여명의 2%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방과후보육을 담당할 전문 인력이나, 서비스 내용과 환경 등에 관한 사회적 기준도 취약하다.

여성의 사회참여를 비롯한 사회환경의 변화와 의식의 변화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기능이라고 하는 ‘육아’에 대해 가족과 사회와 국가의 파트너십을 요구하고 있다. 추상적으로 그렇게 해줄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의 삶의 조건으로서의 적극적인 요구이다.

그런데 그 동안 사회는 영유아들에 대해서는 성인의 절대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시각에서 사회적 지원 대책을 꾸준히 마련하여 왔으며, 학교교육을 받는 초ㆍ중ㆍ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다는 ‘자립’의 시각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초등학생에게까지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라다니, 이것은 지나친 과대평가이거나 무관심이다. 그 속에서 많은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열쇠를 목에 걸고 방과후에 학원으로, 거리로 배회하고, 햄버거와 자장면으로 그도 아니라면 굶으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기둥들이 말이다.

이들에 대해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이라고 말하지 말자. 더 이상 열쇠아동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사회가 같이 길러야 할 우리의 아이들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아동, 특히 초등학생들의 방과후 보육을 비롯한 종합적인 사회적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희망의 부메랑을 위해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주요 참고자료>

백선희, 2005. 5. 2, “취학아동의 사회적 보호: 방과후 보육의 현실과 과제”, [아동의 사회적 보호와 보육 공공성 확대 방안] 토론회 자료집,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여성부, 2005, “2004년도 전국 보육ㆍ교육 실태조사 1 : 보육ㆍ교육 이용 및 욕구 실태조사 보고 자료”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2005. 4. 11. “아동의 사회적 보호와 일자리 확충을 위한 보육공공성 확대 전국공동행동 계획발표” 기자회견 정책과제 설명자료


백선희 /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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