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12월 2015-11-30   1303

[경제] 대기업의 과다 사내유보금 활용의 기본 방향

대기업의
과다 사내유보금
활용의 기본 방향

 

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출생. 서울대와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조교수로 근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 후 홍익대 경제학과에 현재까지 재직 중.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음.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유리한 투자기회가 점차 소진되면서 기업의 사내유보가 급증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 임금인상 억제, 하청업체 권리 외면 등 노무현 정부 이래 이명박 정부를 거쳐 이번 정부까지 줄기차게 추진해 온 친기업 정책은 급증하는 유보금중 상당수가 ‘부적절한 것’이라는 요소를 더하고 있다. 오죽 했으면 작년 7월에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것을 들고 나왔겠는가. 그러나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최 부총리의 약속은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이 글에서는 대기업이 보유한 과다 사내유보금을 활용하는 데 참고해야 할 기본 원칙을 살펴보기로 한다.

 

‘과다’한 사내유보금은 노동자와 하청업체의 몫
우선 정책적 적용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과다’한 사내유보금 부분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정부의 과도한 법인세율 인하에 의해 기업이 적정한 세금을 내지 않은 부분과 노동자의 임금을 지나치게 억제하여 축적한 이익, 그리고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부당하게 축적한 이익의 합계를 말한다. 대기업이 보유한 사내유보 중 기술 혁신 등 정상적인 경쟁 우위에 의해 획득한 이윤을 축적한 사내유보 부분은 철저하게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잘못된 조세 정책이나 부당한 갑질에 의해 축적한 이익의 잔존물로서의 사내유보, 즉 ‘과다’ 사내유보금은 기본적으로 원래의 정당한 주인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과다 사내유보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먼저 과다한 사내유보는 그 축적 자체가 부당한 것이었으므로 반드시 기업 외로 배출하여 정당한 소유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으로 배분하거나 (또는 신규 노동자를 채용하거나), 협력업체에게 배분하거나 또는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이 때 한 가지 강조할 점이 있다. 기업이 ‘좋은 곳’에 쓰겠다면서 재단을 만들어서 이 돈을 계속 주무르는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이 이런 ‘장난질’을 봐 왔다. 삼성이 만든 공익재단이 삼성의 지배구조에 이용되고, 보험 계약자를 위한 사회공헌용으로 만든 삼성병원에서 가장 높은 곳은 이건희 회장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철저하게 ‘노, 땡큐’하고 그 돈은 기업 외로 배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이 이 돈을 ‘투자 용도’나 ‘주주 배당’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도 불허해야 한다. 정당하게 축적한 사내유보금이라면 그것을 투자에 쓸 수도 있고, 주주에게 배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떤 용도에 사용할 것인지는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것은 부당하게 축적된 과다 사내유보금이다. 이것은 당초 기업이나 주주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용도가 무엇이건 기업이나 주주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리한 투자사업 기회가 있다면 정당하게 축적한 사내 유보금을 사용하든지, 주도면밀한 계산 끝에 부채나 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내유보금의 활용, 가능한 기업자발에 맡겨야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대기업에게 부당하게 축적한 과다 사내유보금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그 축적 과정이 비록 부당하기는 하나, 현재 이 사내유보금은 형식적으로는 기업의 사유 재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최대한 그 형식적 표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유보금의 활용은 가능한 한 기업이 자발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사실 동반성장과 임금주도성장에 대한 기업의 맞장구이기도 하다. 물론 정책 당국도 이런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지시키며 기업의 동참을 호소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일 때는 어찌할 것인가? 부득이 그 때는 채찍이 나갈 수밖에 없다. 부당하게 축적한 과다 사내유보금 활용의 마지막 통로인 세금을 통한 환수가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율을 정상화한 후 초과 사내유보금을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 신규 고용, 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성과 배분 등에 사용하면 일정 부분 세액을 감면해 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법인세 부담이 이익을 내는 기업에 국한되기 때문에 손실을 보는 기업에게는 적절한 강제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른 대안으로 과다 보유중인 사내유보금을 적당히 정의하고 이를 직접적인 과세 대상으로 하는 제한된 범위의 ‘기업 자산에 대한 과세’를 고려할 수도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정당한 용도로 사내 유보금을 기업 밖으로 배출하는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점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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