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2월 2016-11-30   758

[특집] 촛불,  일찍 끄지 말자

특집_굿바이, 박근혜의 나라

 

 

촛불, 
일찍 끄지 말자

 

 

글. 한송이 10대

 

 

 

참여사회 2016년 12월호 (통권 241호)

 

박근혜는 나에게 있어 첫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이전까지는 누가 대통령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박근혜를 주변 어른들이 많이 욕했다. 고향이 전라도인 부모와 친지들은 만나기만 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욕했다. 나도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유신 잔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탓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하루하루 뉴스를 접하고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박근혜에 반대하는 민주당, 국민의당 같은 이른바 ‘야권’ 성향의 사람들도 권력자의 위치에서 약자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이 보였다. 6학년 때 내가 성소수자인걸 알았을 때는 그런 것들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나름 진보적이라 불리는 교사들도, 노무현 문재인을 존경한다는 사람들도, 나의 시각에서는 권력자이고 가해자들이었다. 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만든 것이 비단 박근혜나 새누리당과 같은 일부 세력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면 방관하는 태도나 눈에 거슬리는 약자나 소수자들을 짓밟아 버리고 갑질 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 하야’, ‘새누리당 해체’ 같은 구호만을 외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것은 우발적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번 시국의 전조 현상이 나타났었다. 세월호 참사, 어버이연합 게이트, 노동개악, 악질 재벌 등 도저히 상식적 범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혼이 비정상적인 일들이 수도 없이 터져 나왔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계속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전조 현상들을 외면하고, 심지어 누군가는 억압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히 박근혜, 최순실 개인의 일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갑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온 사회, 비정상을 묵인한 사회, 그것을 묵인한 모두가 이 시국을 낳은 것이다. 잘못된 사회구조가 낳은 참극이다.

이제 와서 사회운동을 안 하는 이른바 일반 시민들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피해 당사자가 되어서 그런 건가 싶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정부가 알지도 못하는 인물에 의해 조종되었다. 즉, 민주주의가 파괴된 국가의 국민이라는 ‘직접적인’ 당사자성을 모두가 얻게 된 것이다. 당사자의 위치에서, 국민들은 새롭게 사회를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시국을 통해서, 그동안 핍박받고 고통받아왔던 이들을 이해하고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사건 자체를 보기 보다는, 왜 이런 일이 터졌는지, 어떤 구도가 사건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사건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구조를 해체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사회 구조로 인한 피해자들과 소수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장애인 등, 이들의 눈물을 외면한다면, 늘 그래 왔듯이 더 끔찍한 참사를 일으킬 것이다. 이번 시국을 통해 소수자의 편에서, 약자의 편에서 같이 싸워주웠으면 한다. 빨리 감으로 인해 누군가 뒤처지는 것보다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가자. 모두를 위한 촛불을 들자. 모두가 행복한 대동세상이 올 때까지, 촛불을 일찍 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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