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12월 2016-11-30   912

[특집] 최순실과 재벌의  ‘부당거래’

특집_굿바이, 박근혜의 나라

 

최순실과 재벌의 
‘부당거래’

 

 

글. 김균 참여사회 편집장

 

 

미르·K스포츠 재단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다들 이 사건이 최순실과 청와대가 전경련을 앞잡이로 내세워 재벌들에게서 재단출연금 수백억 원을 강제 모금한 사건인 줄 알았다. 청와대 권력을 앞세운 비선실세 최순실이 재벌들을 겁주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낸 게 사건의 전부처럼 보였다. 비유하자면 최순실은 일진이고 재벌은 일진에게 돈 뜯기는 순진무구한 모범생이었다. 긴가민가하면서도 재벌도 청와대권력 앞에서는 힘없는 피해자일 뿐이구나 했다. 얼마 뒤 삼성이 독일에 있던 최순실과 그의 딸 정유라에게 수십억 원을 갖다 바치고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추가로 알려지자, 삼성은 승마협회 회장사라서 지원했다는 둥 아귀가 맞지 않는 변명들을 늘어놓았다. 뭔가 수상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삼성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208억 원, 최순실 등에게 78억 원, 장시호에게 16억 원을 지원했다. 삼성은 비선실세에게 당한 걸까?

그 뒤 국민연금 건이 다시 불거져 나왔을 때 사태는 좀 더 분명해졌다. 작년 7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의 손실규모가 4천억 원이 넘을 거라는 추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의심스러운 의사결정과정 끝에 굳이 합병에 찬성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작용한 것 아닌가하는 정도의 근거 없는 의혹이 증권가를 떠돌아 다녔다. 여기에 최순실을 끼워 넣으면 그림이 맞춰진다. 검찰 측의 의심은 최순실이 곧 청와대였고, 삼성은 최순실이 국민연금을 움직이게끔 뇌물로 수백억 원을 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삼성의 이재용은 수천억 원의 합병이득을 볼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가 훨씬 수월해진다. 결국 국민연금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미래연금소득을 희생해서 삼성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이득을 안겨준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 이 거래는 남는 장사다. 기껏 수백억 원의 비용을 들여 수천억 원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최순실이 삼성에 먼저 접근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을 찾아내 청와대를 움직이고 국민연금의 팔을 뒤틀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검찰 조사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다른 재벌들도 대부분 청와대 권력의 힘이 필요한 처지였다. CJ, SK, 한화는 총수 사면이 다급했고 롯데는 형제의 난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과 권력은 서로 주고받기를 했던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재벌과 국가권력 간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가 여전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50년 전 박정희 시대의 산물인 정경유착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오늘 날의 우리 민주주의가 빈 껍데기 뿐이라는 자괴감이 든다. 190만 개 광장의 촛불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명령하는 바는 단순히 박근혜 퇴진이 아니다. 촛불민심은 우리 사회의 수십 년 묵은 구조적 잘못들을 깨끗이 털어내고 새롭게 전면 개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것은 대체로 경제민주화, 심화된 민주주의의 방향일 것이다. 그리고 재벌을 합법과 공정한 게임 룰에 가두고, 순환출자구조와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바꾸고, 부당내부거래를 막고, 하청기업과 동반성장하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 또는 심화된 민주주의의 핵심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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