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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2월
  • 2018.12.02
  • 520

특집 3_가짜보수 진짜보수

영국 보수당은
지금

 

글.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영국 보수당은 180년이 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1834년 로버트 필이 창당했다. 1830년대 언론에서 이전에 사용했던 ‘토리(Tory)’ 대신에 ‘보수주의자(Conservatives)’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점차 보수당으로 용어가 정착되었다. 1688~1689년 발발한 명예혁명은 왕권에 대한 의회의 우위를 확립했다. 이후 영국의회는 젠트리(향반)에 기반한 토리와 대귀족과 신흥 자본가 등이 중심이 된 휘그(Whig)라는 정파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꾸준하게 발전시켜왔다. 

 

토리파는 보통 ‘애국자’라고 자부했는데 국교인 성공회를 인정하고 외세의 개입을 배격했다. 반면 휘그파는 종교적 관용의 인정과 의회 민주주의의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휘그파는 18세기 말에 발발한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면서 선거권 확대 등 개혁을 요구했지만 토리는 초기에 이를 거부했다. 이런 역사적 공방을 거치면서 19세기 중반 보수당, 그리고 휘그파가 중심이 된 자유당이라는 양당체제가 확립되었다. 당시 보수당은 왕실과 국교를 인정하고 전통적 가치를 지킨다는 의미였고 자유당은 개혁정당의 이미지였다. 현재 영국의 제2정당인 노동당은 1900년 지식인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도시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창당했고 1920년대 들어서야 자유당을 제치고 제2정당이 되었다.

 

보수당 장수의 비결: 실용주의와 유연성, 시대 요구를 반영 

소 피트, 윈스턴 처칠, 마가릿 대처…. 보수당 당수이자 총리로 보수정치의 기반을 확립하고 리더십을 보여준 지도자들이다. 소 피트는 최초의 보수당 총리로 불린다. 1783년 24살에 총리가 되어 1801년까지, 이어 1804년부터 3년 간 더 총리로 재직했다. 당시 휘그파는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는 파와 반대하는 파로 양분되어 일부가 토리로 넘어왔다. 이 당시 소 피트는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성장한 신흥 자본가의 요구를 수용해 부패 선거구를 개혁했다. 유권자가 급감한 선거구로 신흥 자본가들은 이런 선거구의 축소와 자신들의 선거구 확대를 요구했는데 피트는 이를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정권이 장수하게 된 것은 이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늦지 않게 제 때 수용했기 때문이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2차대전 당시 거국내각의 총리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보수정치인의 전형으로 불린다. 처칠은 독일의 히틀러 정권에 대항해 미국 및 소련과 대동맹을 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국민들과 함께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2002년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영국을 빛낸 100명 가운데 1위로 뽑혔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보수당 최초의 여성 총리 마가릿 대처는 1979~1990년, 재직기간 중에 민영화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라는 일련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했다.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노동당 정부는 집권 당시 경기침체로 197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서민은 경제성장을 원했는데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은 경제부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필요한 개혁을 실행해 ‘영국병’을 고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보수당은 18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경제성장과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을 적절한 시기에 수용했다. 영국에서 보수가 의미하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을 지키고 변화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21세기에 들어서도 보수당의 시대에 부응한 개혁은 계속되었다. 2015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보수당은 최저 임금을 크게 인상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영국도 경기성장률이 점차 둔화되었고 긴축재정정책을 실시해 서민의 삶이 크게 어려워졌다. 보수당은 2016년 10월 서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며 최저 임금제를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1998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도입한 정책을 보수당이 수용해 당시 시간당 7.2 파운드에 불과한 최저 임금을 2020년까지 9파운드로 올리기로 결정했고 현재 시행중이다.

 

‘브렉시트’로 분열을 거듭 중인 집권 보수당 

하지만 보수당의 이런 역사적 업적은 영국의 EU탈퇴, 브렉시트(Brexit)를 두고 크게 흔들린다. 집권 보수당은 생존 비결이었던 실용주의와 유연성을 버리고 2010년 이후 유럽문제로 거의 내란을 벌여왔다.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영국 유권자들은 3.8% 차이로 EU탈퇴를 결정했다. 제국주의 당시 위대한 영국의 향수에 젖어 있는 일부 보수당 의원들, 즉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EU로부터 신속한 탈퇴를 주장한다. 반면 3분의 2 정도의 보수당 의원들과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유럽연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탈퇴 방식을 선호한다. 경제적 손실 최소화와 탈퇴 후 EU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영국의 국익인데 좀 더 조직된 소수의 강경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실용주의와 유연성을 집어 던지려 한다. 

 

올해 안에 영국 하원은 EU와 합의한 탈퇴 조약 비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보수당이 자당 총리가 합의한 탈퇴조약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럴 경우 영국은 큰 혼란에 빠진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조기 총선이나 탈퇴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혹은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해 노딜 브렉시트, 아니면 EU잔류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만큼 EU문제를 두고 현재 영국 보수당의 분란은 심각한 상황이다.

 

‘반공’과 ‘개발’을 넘어선 합리적 보수가 필요한 한국 

역사적 발전과정이 다르고 의회 민주주의가 매우 서서히 확립된 영국과 압축 성장을 거듭한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의 보수는 과거 개발독재의 시대에 반공, 그리고 경제개발이라는 가치를 수호해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21세기, 시대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우리를 비롯해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불거진 소득 불평등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국경 없는 세계화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소득은 계속하여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 해소는 하나의 시대적 과제이다. 아울러 분단국가라는 역사적 질곡 때문에 분단의 관리와 평화체제 정착도 시급하다.

 

2018년 8월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49%로 반대자보다 16.5%나 높다. 11월 5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남북경협 예산 확대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51%로 반대하는 반대 41%를 크게 앞지른다. 한국의 합리적 보수도 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득불평등 해소는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도 분단 비용을 줄여 남북 경제의 상생에 이를 수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친노동적인 노동당이 도입한 최저 임금제를 과감하게 수용하여 실천중이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정책을 제때 수용하고 지킬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게 진짜 보수다.  

 

 


특집. 가짜보수 진짜보수 2018년 12월호 월간참여사회 

1. 대한민국에서 보수는 누구인가 김민하

2. 진보·보수의 오남용 고승우

3. 영국 보수당은 지금 안병억

4. 보수를 위한 제언 박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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