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2월 2020-12-01   1610

[회원생각] 길고양이, 반려동물인 듯 아닌 듯

회원생각❹

길고양이, 반려동물인 듯 아닌 듯

 

글. 조재훈 회원 경기도 시흥시, 고양이돌봄가

 

회원생각-길고양이-사진교체

 

길고양이와 인간의 불편한 동거 생활

반려동물 이외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동물은 무엇일까? 아마도 길고양이가 아닐 듯싶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사람의 시선을 피해 재빨리 몸을 숨기는 길고양이 한두 마리 보는 것쯤은 이제 일상이 됐다. 길고양이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고 싶지만,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멀어지는 모습이 서운하기보다 애처롭다. 

 

길고양이가 인간의 공간을 함께 쓰게 되면서(기실 길고양이가 사람들 공간에 더부살이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손꼽히는 문제는 사람이 내다버린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놓는 것이다. 적절한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길거리 생활에서 고양이에게 그것은 생존을 위한 행위지만, 사람들 시선에는 기껏 내다버린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 주변을 더럽히는 길고양이가 야속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영역다툼이나 발정기로 인한 고양이 특유의 울음소리다. 이것 또한 고양이에게는 본능적인 행동일 뿐이지만, 사람들 귀에는 소음으로 인식돼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 외에도 길고양이와 사람이 일상공간을 공유하면서 야기된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두 가지가 사람들 일상에 가장 불편을 야기하는 요소일 게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두 갈래의 시선

이렇듯 고요한 일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길고양이는 여간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때문에 길고양이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거나, 길고양이를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온갖 학대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자체는 최근 길고양이 민원이 끊이지 않자 길고양이 대상으로 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NR’이란 ‘Trap-Neuter-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다음 방사Return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중성화된 개체를 구별하기 위해 한쪽 귀를 조금 잘라 표식으로 남긴다.

 

TNR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길고양이 특성상, 타 지역 고양이의 유입이나 번식 등에 의해 개체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므로 중성화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TNR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 중심의 도시개발로 터전을 잃은 길고양이들이 인간과 공존할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인간 편의에 따라 길고양이의 생래적生來的 본능을 무력화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주장한다. 또한 중성화 이후 감염이나 통증 관리 없이 방사하면 오히려 생존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TNR이 과연 공존을 위한 정책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다.

 

TNR, 구조적 관점에서 톺아보기

길고양이 포획은 주로 고양이돌봄가(캣맘 또는 캣대디)들이 지자체 담당 부서에 신청하여 진행된다. 포획된 길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거친 후 통상 수컷 1~2일, 암컷 1~3일 만에 방사되는데, 고양이들이 충분히 회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일이다. 또한 원래 활동영역으로 방사됐다고 해서 길고양이들의 온전한 안전이 확보됐다고 할 수는 없다. 방사 후에도 고양이들 간 영역다툼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충분한 회복 기간을 거치지 않은 길고양이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방사 후 중성화 개체의 적응 여부나 중성화 수술 부작용에 따른 적응 실패 개체 수는 얼마인지 등에 관한 모니터링이 전무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TNR 일련의 과정, 그 어디에도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맥락이 닿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포획’이라는 말에는 대상을 점유해 임의 처분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고, ‘중성화’는 길고양이의 생식능력을 무력화해 인간 환경에 순응케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방사‘는 효과적인 개체 수 감소로 얻게 될 유해환경(지극히 전지적 인간시점의) 개선일 뿐이다. 

 

TNR 사업이 진정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것이라면, 포획 이전 단계부터 고양이돌봄가와 지역 주민 그리고 길고양이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고양이돌봄가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영역 환경이 길고양이에게 우호적일 때만 중성화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중성화를 결정했다면 수술 후 회복시일을 적어도 1~2일 연장하여 수술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길고양이들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확보해야 한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중성화하는 데 들어가는 제반 비용은 약 1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인간이 들이는 비용에 비해 길고양이가 치르는 대가는 너무 크지 않은가? 공존(순응)을 명분으로 길고양이의 생래적 본능을 무력화했으면, 인간 또한 길고양이와 공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최소한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인간이 길고양이와 공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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