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9월 2021-09-01   1122

[특집] 주식투자 없이도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

주식투자 없이도 평범한 삶을 누릴 권리

 

글. 한영섭 세상을 바꾸는 금융연구소 소장

 

 

50,000,000

‘5천만’은 우리나라 인구수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 원 이상,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적 있는 증권 계좌를 가리킨다. ‘전 국민 주식 시대’가 온 것이다. 너도, 나도 여기저기 온통 주식투자 이야기다. 아침 출근과 퇴근길, 전철과 버스에서 주식시세를 확인하는 모습은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TV, 라디오, 신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주식투자에 대한 내용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집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경제금융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시대에 적응 못 하는 루저 취급받기에 십상이다. 특히 2030세대에서는 주식투자가 삶의 기본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작년 신규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54.1%가 넘었다. 동학개미, 영끌, 벼락거지, 패닉바잉, 빚투 등 여러 가지 신조어가 등장하기 이르렀다. 

 

60%는 마이너스

작년 초 탄생한 신조어인 동학개미. 이 동학개미는 투자에 성공했을까? 불행하게도 동학개미는 실패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 204,004명의 투자 형태와 투자성과를 분석한 결과, 작년 신규 투자자의 60%는 수익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남성·소액투자자는 현저히 수익이 낮다. 수익이 낮은 이유는 가지고 있는 자산이 적기 때문에 중소형 주에 투자를 하고, 거래회전율, 일중거래 비중이 높은 것이 원인이다. 쉽게 말해 부족한 자금으로 단타 거래를 하다 보니 수익이 낮은 것이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작년 신규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로 54.1%가 넘었다. 동학개미, 영끌, 벼락거지, 패닉바잉, 빚투 등 여러 가지 신조어가 등장하기 이르렀다

 

13조 6,435억 원은 누구 돈?

13조 6,435억 원은 지난해 국내 57개 증권사 수수료수익이다. 이는 증권사가 자신의 매매손실이 등 손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보건·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동안 증권사는 동학개미를 앞세워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 실적도 발표가 되었는데 1분기만 4조 5479억 원 작년의 기록을 갱신했다. 이 수수료수익은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상당 부분 2030세대의 지갑에서 나온 것이다.

 

아무것도 안할 수 없다

2030세대가 이렇게 불확실한 투자 혹은 투전판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언론, 증권전문가의 부추김 등 여러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격차 때문이다. 지금 받는 소득과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미래의 평범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삶을 방치하게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뭐라도 하는 것이 지금 ‘재테크 권하는 혹은 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도 어렵다. 

 

‘투자는 무작정 뛰어들면 위험하니 꼼꼼히 공부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과 투자해서 얼마를 돈을 벌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조급함은 배가 된다. ‘누군가는 열심히 공부해서 이익을 얻는구나. 나는 공부할 시간도 여윳돈도 없는데 이러다가 이번 생은 망하는 것 아닌가’ 하고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온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정치를 봐도 대선주자들의 신변잡기식 이야기만 난무하니 도무지 믿을 곳이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248만 원

248만 원은 가구주 29세 이하 연령층이 2017년에서 2020년 말 사이 순자산이 감소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전 연령에서 자산이 증가할 때 유일하게 29세 이하 가구주는 순자산이 감소하였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현상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여기에 있다. 

 

2020년 가구주 29세 이하의 평균 순자산은 7,241만 원로 나타나 있다. 이는 착시이다. 평균값이고 이를 중앙값과 함께 살펴보면 그 격차의 심각성이 보인다. 2017년 29세 이하 가구주의 순자산 중앙값은 3,750만 원이고 2020년은 3,152만 원으로 순자산이 598만 원이 줄어 들었다. 더 나아가 세대 안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2017년 가구주 29세 이하 순자산의 평균값과 중앙값의 차이는 약 3,739만 원이였는데 2020년은 4,089만 원으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는 20대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20대에서 도드라졌다.

 

이런 데이터를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우리의 생활 현장에서 매일 느끼고 살고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다중불평등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세대 간 격차와 세대 내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의 여러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무분별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월간참여사회 2021년 9월호 (통권 288호)

 

‘내구제’로 나타나는 사회보장의 취약함

‘내구제’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내구재’와 다르다. 내구제는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대출해주지) 않으니 핸드폰을 개통하거나 가전제품 렌탈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출 아닌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칭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원을 받을 방법이 없으니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금융에 무지해서 발생하는 일도 아니고, 금융차별에 따른 금융 소외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OECD 국가 중에 사회복지 지출은 2015년 GDP 대비 11.2%로 회원국 평균 22.4%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회보험 가입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2019년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94.9%인데. 특수고용직을 제외한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을 74%로 나타나 있고, 건강보험 가입률은 정규직 98.2% 비정규직은 64.2%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도 정규직 98%, 비정규직 61%의 가입률을 보인다. 이런 허약한 노동복지가 삶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는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불확실한 투전판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주식투자∙재테크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권리

주식투자가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주식시장은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 우리의 보편적이고 평범함 삶이 저당 잡혀서는 안될 일이다. 주식투자, 재태크를 고려하지 않아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는 보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장소득(사업, 근로소득)을 통해서 소득이 원활히 분배가 되지 않는다면 국가 공적자금을 통해 소득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시간 소득 파악을 통해 최저소득보장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일하고 싶은 누구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자리보장제 등도 함께 고려해야겠다. 동시에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 전반적인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양을 늘려야 한다. 이를 통해야 평범한 사람들이 보편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사회에 요구해야 하는 일은 주식투자, 재테크할 기회가 아니라, 누구나 안정적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중앙일보, 전국민이 뛰어들었다 주식계좌수 5,000만 개 돌파, 2021년 8월 8일

 자본시장연구원,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투자형태와 투자성과, 2021년

 금융감독원, 2021년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 2021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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