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5월 2019-05-02   4457

[특집] 플랫폼경제, 상생의 공유와 승자독식 사이

특집3_플랫폼, 노동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플랫폼경제,
상생의 공유와 승자독식 사이

 

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국가 소유의 중앙 집중화된 자산 관리 시스템을 보통 공적 소유, 즉 ‘공유(公有)’에 기반해 있다고 말한다. 보통 공유에는 ‘사유(私有)’의 자본주의 시장질서가 이에 대비돼 언급된다. 이 둘에 덧붙여 ‘공유(共有, commons)’는 특정 자원을 둘러싸고 커뮤니티 성원 자체가 그들 자신의 자율과 자치 운영을 공동으로 행하는 소유 관계를 의미한다. 보통 자립형 마을공동체나 부족 문화나 ‘제 3섹터’ 경제 모델에서 발견된다.

 

최근 커먼즈(commons) 운동은 시민 공동의 소유권, 자율 생산과 공정 배분, 사회적 증여 행위가 그 중심에 있는, ‘반종획(anti-Enclosure)’ 운동으로 확장 중이다. 즉 약탈적 시장 포획 논리를 벗어나 공동의 호혜적 가치를 세우는 대안 경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그 내포적 의미가 전혀 다른 ‘공유경제’에서의 ‘공유(sharing)’가 갖는 혼동스런 쓰임새다. 신종 플랫폼 시장 모델로서 공유 개념은 단순히 서로 남는 유·무형의 자원을 최적화해 매칭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공유경제는 플랫폼이란 기술 장치를 통해서 거래되는 유휴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배치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상 무늬만 공유일 뿐, 커먼즈 개념에 대비해 보면 서로 나누는 행위를 빼곤 공동 소유나 분배, 더 나아가 사회 증여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 오늘날 ‘공유경제’의 실상이다. 

 

공유경제와 시장 혁신

많은 이들은 공유경제의 플랫폼 기술에 열광한다. 플랫폼 중개 과정은 데이터, 노동, 집, 차, 서비스, 지식 등 누군가의 남아도는 자원을 시장 거래 대상과 품목으로 올려놓고 이를 필요한 소비자에게 (인공)지능적으로 매개해주면서 시장 수익을 올리고 효율을 증대함으로써 효과적 자원 관리, 물류 혁신과 유통 혁명을 촉진하고 있다. 게다가 알고리즘 예측 기술은 플랫폼을 매개한 장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전통 시장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역할이 엄격히 분리된 것과 달리, 공유경제에서는 개별 프리랜서들이 전면에 등장한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이자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가령, 에어비앤비(Airbnb)에 가입하면, 나는 방을 빌려주는 개인 사업자일 수도 있고 이용 고객이 되기도 한다. 공유경제 플랫폼에서는 대개 공급-소비 역할 교환이 쉽게 이뤄진다. 이것이 시장 혁신을 돕는 공유경제의 탄력성이다. 

 

또 다른 공유경제의 강점은 직접적 ‘소유’ 없이 ‘접근’과 ’사용’만으로 주위의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모든 것을 소유해야만 이용권을 획득하던 전통 시장 논리를 넘어서서 누군가 남는 시간, 노동, 서비스, 상품 등의 자원을 빌려주고 빌리면서 시장을 최적화 한다. 노동자의 실제 고용 부담이나 설비나 자산 소유라는 큰 위험 부담 없이도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활용해, 쉽사리 유휴 자원을 저렴하고 실속 있게 나누는 편리한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민낯

문제는 공유경제가 노동 과정에서 기존의 직장 노동 계약을 무너뜨리고 노동자를 개별사업자(비정규 프리랜서)로 변신시켜 이들과 새롭게 자유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발생한다. 플랫폼 노동 과정 중 발생하는 모든 위험과 노동권 쟁점이 개인 사업자에게 외주화 되는 반면, 플랫폼 중개인(브로커)은 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군다나 그에게 이윤이 독점화하는 불평등 구조를 내재하게 된다. 무엇보다 배달, 청소, 돌봄, 임상실험, 감정노동 등 노동을 공유 자원으로 삼는 플랫폼 모델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앱 등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 노동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유경제는 경기 상승기 보다 침체기에 성장을 거듭했다. 공유경제의 부상은 사실상 자본주의의 만성화된 고용 침체와 임시직 노동자들의 플랫폼 시장 유입이란 구조적 요인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지고 있다. 허나 이도 시간이 가면서 과열 증상이 식는 추세다. 그 까닭은 공유경제 모델이 노동자 대부분을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평등화하는 ‘긱 경제(gig economy)’❶이자 새로운 형태의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밝혀지면서부터 이다.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전지구적으로 성장하고 주류 기업이 되는 데 반해, 이상하리만치 실질적인 노동이나 자원을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프리랜서들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워진다. “네 것이 다 내 것(what’s yours is mine)”만 있는 플랫폼의 신종 독과점 질서가 드러나고 있다. 겉보기에 플랫폼은 자원의 공유와 교환의 분산성과 평등성을 띠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플랫폼 이윤의 집중과 독점화가 진행되면서 모순이 응집된다. 즉 플랫폼 중개인이 수수료 등 이익을 과도하게 취하는 반면, 노동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전혀 플랫폼에 대한 경영 접근권이나 결사권, 그리고 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최소 수준의 의사결정권조차 없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공유경제의 딜레마

동시대 공유경제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지 아니면 시장 약탈의 또 다른 변형인가에 대한 판단을 좀 더 분명히하기 위해서, 우리가 시급히 개입할 사안들 몇 가지만 짚어보자. 먼저 ‘지배적 플랫폼 중개인 대 만인 프리랜서’라는 새롭게 출현한 노동 공식에 대한 면밀한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사업자와 노동자의 전통적인 노동계약 관계를 허물면서도 노동의 질을 악화하는 신생 노동 현장에 대한 면밀한 실태 조사와 대비책이 없다면, 플랫폼에 매달린 프리랜서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위태로워질 확률이 높다.

 

둘째, 플랫폼 소유와 분배의 승자독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시급하다. 오늘날 플랫폼 프리랜서들의 활동과 성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반해, 플랫폼 소유와 통제는 단일의 중개인에게 몰리는 모순 관계를 띄고 있다. 이를 어느 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플랫폼 경영, 소유, 분배, 피드백 등 모든 것이 독점적인 구조에 실질적인 ‘공유’ 모델을 정착해야 한다. 공유경제의 사활은 시장 플랫폼의 좀 더 정상적 운영과 이익의 공정 배분에 달려 있다.

 

셋째, 공유경제를 실제 떠받치는 가상의 공장기계인 (빅)데이터 알고리즘 테크놀로지의 투명성 문제도 중요하다. 데이터 알고리즘은 플랫폼 혁신과 효율을 위해 주로 존재하지만, 플랫폼노동 통제에 악용될 소지 또한 크다. 자동화된 스마트 앱을 통해 노동을 유연화하거나 고객과 노동자의 사적 정보들을 관리하는 알고리즘 코딩 시스템은, 노동권과 배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게다가 일반인이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입이 어려운 대목이지만, 플랫폼 내 자동화 기술 수위나 정도는 미래 노동권 방어와 관련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는 무엇보다 자본 시장 바깥이나 변경에 머물던 유·무형 자원들에 시장 강렬도를 더욱 깊게 각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컨대, 공유경제는 우리 이웃과 친구와 함께 하던 식사, 잠자리, 자동차 풀링, 짜투리 일손 돕기, 여름 농활 등 상호부조의 거의 모든 호혜적 가치들을 시장 논리로 흡수하고 있다. 시장과 화폐의 교환 없이도 잘 유지될 수 있었던 시장 변경에 머물렀던 일상 문화나 상생의 덕목들을 거의 남김없이 플랫폼에 예속시키는 일종의 ‘식신 경제’에 가까워져 간다. 향후 공유의 미덕이 오로지 공유경제를 통해서만 얘기되는 우울한 미래를 경계해야 한다. 

 

공유경제가 편리성과 효율성이란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장점을 갖고 태동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과연 그것이 사회 혁신 과정에 중요한 촉매가 되고 있는지 아니면 결정적 장애가 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는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임시로 사람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



 

 

특집. 플랫폼, 노동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2019년 5월호 월간참여사회 

1. 승강장에서 SNS까지,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윤상진

2. 한국의 플랫폼노동 실태와 사회적 책임 김성혁

3. 플랫폼경제, 상생의 공유와 승자독식 사이 이광석

4.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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