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4월 1999-04-01   981

H.O.T가 만나는 10대문화와 연예계, 그리고 시민운동

명절날 돌리는 갈비짝, 그거 장난아니에요

"엄마가 왜 H.O.T

를 만나는데?”

“H.O.T가 인터뷰에 응해줄까요?”

“참여연대에 왠 댄스가수?”

일찍이 내가 참여사회의 인물인터뷰를 맡은 이래 이토록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본 적이 없다. H.O.T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나는 대중스타의 실팍한 무게를 절감했다.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나는 재미있는 발견을 했으니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분법’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이분법은 문화에 있어서 세대간의 구분이다. 기성세대는 가요무대, 신세대는 가요톱텐.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이 정신사나워 못 봐주겠고, 신세대에게 가요무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지루함’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꼰대’들이 신세대의 우상 H.O.T를 만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도대체 왜 만날까. 평소에 그 사람들 노래도 안 들으면서. 다섯 명의 이름과 얼굴조차 구분하지 못하면서.

두번째 이분법은 연예인은 운동권을 멀리 하고 운동권은 연예인을 멀리할 거라는 것이다. 연예인이 상업잡지나 스포츠신문에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운동권 잡지에 나오는 것은 낯설다. 운동권 잡지가 연예인을 다루는 것은 더 이상하다. 운동권은 사회의 문제점을 들춰내야 하고(그래서 골치아프고)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그래서 피곤하다). 연예인들은 우리에게는 재미와 위로를 주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라면 운동권은 방부제 역할을 하는 짜디짠 소금이라는 이분법인 것이다.

이분법의 특징은 단절이다. 상호배타적이다. 둘은 절대적으로 만날 수가 없다. 그건 둥그런 사각형만큼이나 공존 불가능이다. 참여사회와 H.O.T의 만남에 대해 사람들이 뜨악해 하는 것에는 이런 이분법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는 것이다. 그 속에는 상업적인 대중성이 이제는 순수 운동권에까지 밀고 들어오는 것인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참여연대 너마저….’

늘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죠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준 소중한 사람들을

가끔씩 내가 지쳐 혼자라 느낄 때

언제나 내게 힘이 돼준 사람들을 잊고 살았죠

(랩)

이제는 힘들어도 지쳐도 쓰러지지 말고

당신의 내일을 생각하며 일어나요

사업에 실패했어, 사랑에 실패했어

그 어떤 것도 당신을 쓰러뜨릴 순 없어

알고 있죠, 세상엔 당신 혼자가 아니란 걸

주저앉아 슬퍼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아는 걸

우리 모두 일어나요, 손을 내밀어요

모두 다 함께 해요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든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 워워 베이베

(랩)

어둠에 둘러싸인 세상이, 그 속에 쓰러져 가는 모두들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믿음과 사랑이 크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굳은 용기, 일어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눈물 닦고서 밝아오는 빛을 맞이하며 높이 우뚝 선 모두들의 행복한 미소를 그려

(랩)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씩 사랑을 보일 때,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갈 때

싸울 일 없어, 기분 나쁠 일도 없어, 서로 찡그리며 다툴 필요도 전혀 없어.

우리가 꿈꾸는 눈부신 빛이 저기 있어, 아름다운 세상이 바로 저기 보여

우린 여기 서서 바로 이렇게 말하고 있어, 우린 H.O.T 렛츠 파티…

앞으로 열릴 당신의 날들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는 빛이 되고 싶어 워워

이제 고개를 들어요, 눈부신 빛을 바라봐요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마주잡은 두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

모두 다 눈을 떠봐요, 눈 앞의 세상을 봐요

꼭 마주잡은 두 손으로 우리가 해냈어요

두려움은 없어요, 슬픔도 이젠 없어

우리 마음을 여기에 모아 기쁨의 축제를 열어요, 헤~이

멤버인 강타가 작곡한, 빛(HOPE)이다.

바로 이 노래를 듣고서부터 나는 H.O.T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참여사회에 연예란은 신설되지 않았다. ‘다함께 손을 잡아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 이런 구절을 듣고보면 참여연대의 주제가를 H.O.T가 불러준 격이 아닌가. 렛츠 파티, 베이베, 헤이 이런 후렴구나 비 맞은 뭐처럼 중얼거리는 랩이 좀 소화하기 어려웠지만 전달되는 의미는 들으면 들을수록 무릎을 치게 했다. 그 노래에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제 사회운동권도 신세대와 연대할 수 있겠다는 ‘빛(희망)’을 보았다.

체험을 노래한다

밤새 딸아이 침대 머리맡에 붙은 H.O.T의 포스터를 보며 다섯명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건만 막상 현장에서는 또 더듬고 말았다. 마음은 가요톱텐이라도 몸은 어쩔 수 없는 가요무대라는 것을 스스로 절감하고 있는데 첫질문마저 ‘꼰대’ 스타일로 나가고 말았다.

“요즘 10대들을 보면 도무지 세상에는 관심이 없이 쾌락과 흥미만 좇아 사는 것 같아요. 자기밖에 모르고 사회의식도 없고, 소비적이고… 당신들은 10대 팬들이 많을테니 요즘의 청소년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렇게 말하는 내 머릿속으로 조카녀석들이 지나갔다. 통바지를 질질 끌고 다녀서 우리 집에 들어올 때는 우리 어머니의 입회하에 반드시 다른 바지로 갈아입어야만 실내 입장이 허용되는 패션,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날 한쪽 귀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귀걸이를 꿰고는 약국에서 부지런히 소염제를 사먹는 멋.

“기성세대들도 10대 때는 다 그랬는데 다만 요즘은 방법이 큰 바지와 귀걸이일뿐이에요. 과거를 생각해보시면 10대를 욕할 수만은 없다고 봐요.”

그들은 개그맨 임하룡이 연기했던 추억의 책가방에서 빨간 양말과 나팔바지를 예로 들었다.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강한 것이 더 장점 아닌가요. 개성이 살아 있는 것이 더 좋은 거지요. 때론 그것이 이기적이거나 반항적으로 보이겠지만요.”

“사실 어른들이 10대에 대해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저희가 기성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IMF가 10대들의 과소비 때문에 왔나요? 아니잖아요.”

그들은 이런 질문을 지겹도록 많이 받았던 것이다. 어른들의 걱정은 아이들의 열광에 비례한다고나 할까.

“세대간에 너무 공감대가 안 서는 게 문제에요. ‘저는 춤을 추고 싶은데요’하면 부모는 ‘가수는 무슨 가수, 공부할 시기에 공부해야지’ 큰 소리 치세요. 한번씩 가수나 춤 같은 꿈을 얘기했지만 혼내는 걸로 끝내요.”

“저도 집안에 대화가 없었어요. 아버지랑 얘기할 거리가 없고 얘기하기도 싫어요. 학교생활, 여자친구, 이런 청소년들의 관심거리는 어른들이 거부감부터 느끼시니까요. 그런데 이 일을 하고부터 화목해졌어요. 아버지가 TV를 보고 ‘이런 가수가 있더라 넌 어떻게 생각하냐’ 그러세요. 저도 아버지 일에 관심갖게 돼서 사회이야기, 증권이야기도 하고 좋아졌어요.”

“저도 똑같아요. 어머니가 처음에 1집 낼 때는 염색하는 것 싫어하시더니 ‘2집 3집 낼 때는 노란색으로 해보라, 넌 어울릴 것 같다’ 면서 제 개성을 살려주시려고 하세요. TV도 여러 가지 프로를 폭넓게 보시고 제게 조언도 해주고 더 친해졌어요.”

문제 하나에 답은 서너개. 자신들의 의사전달이 또렷하고 적극적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그래서 랩을 잘 하나?

이런 체험이 ‘아빠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낳은 모양이었다. 참여사회 책 한권을 받고는 표지에 쓰여 있는 글들을 랩으로 읽어내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풀밭에서 풀을 뜯는 들소새끼들 같았다. 무엇이든지 마음에 닿는 것이 있으면 곧 음미하고야마는. 그리고 몇번이고 계속해서 되새김질하는. 갑자기 랩이 되새김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돌아와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니 자신들의 체험을 그대로 녹여 만든 노래가 적지 않았다. 처음에 가수되어 연습실에서 땀흘려 고생하던 것, 직업 동료 다섯 명이 느끼는 우정과 의리, 자신들이 겪었던 열등감, 가난, 가족문제…. 이런 체험적인 노래가 같은 나이또래의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리라.

“사랑타령만 한다구요? 아니요. 저희 노래 다 들어보셨어요? 안 그런게 더 많아요.”

노래를 들으면 사람을 아는 법인데 나는 왜 그 세대의 노래를 듣지 않았던가. 왜 그들의 노래에 귀가 열리지 않았던 것일까. H.O.T에게 이름과 얼굴을 딱딱 못 맞추겠다고 했더니 ‘이름만 아셔도 대단하신 거예요’ 했었지. 우리는 어쩌면 신세대를 알려고 하기 전에 겉만 보고 포기했던 건 아닌지. 조용한 밤에 가사를 보면서 그들의 노래를 듣노라니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그들은 내 속에 있는 고정관념 하나를, 둘로 나누고 있던 벽 하나를 부숴주었다.

똑똑하고 솔직한 딴따라

“음악이 좋았다. 춤이 좋았다. 오직 그것만으로 난 행복했다.”

다섯 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하는 말이다.

“부모는 뭔가 바람이 들었나보다 생각하죠. 세상은 공부 못하는 애들이 연예계 나온다고 하죠. 딴따라.”

다섯 명이 다 겪어본 일이라고 했다.

40명이 한 반인 어떤 초등학교에서 장래희망 조사를 했더니 28명이 가수나 춤꾼이 되고 싶다고 했단다. 그러나 부모들은 여전히 ‘사’자 붙은 직업을 선호하고 있으니 저마다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대갈등은 동서갈등보다 더 골이 깊고 더 심각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열맞춰란 노래 들어보셨어요?”

H.O.T가 왜 좋으냐고 올해 스무살 된 조카에게 물었더니 대답대신 한 질문이다.

“…하나도 보고 배울 것이 없는 그대들 재미없어, 없어, 자신을 바라봐, 모두 똑같은 크기의 젓가락 행진일 뿐이야 …

캐캐묵은 권위, 명예와 돈과 욕심 많은 것들 바꿔야 해, 자기 것만 알고 남은 짓밟고 다 내꺼 다 내꺼 1등 아니면 다 안 된다는 생각, 2등부터 고개 들지도 마 이제 모든 굴레 벗어나고 싶어 숨막혀 (열맞춰) 무조건 억제하고 다그치고 (열맞춰) 낙오하면 버림받고 (열맞춰) 모든 개성들은 잘라버려 (열맞춰) 모두가 꿈꾸었던 세상 어느 누구도 지배하게 둘 수 없어 인간을 재는 기준과 잣대는 모두 없어져 버려.”

여기에 대해 토니가 가장 드센 항변자이다.

“법률이 좋아서 검사가 되는 것이나 음악이 좋아서 가수 되는 거나 다 마찬가지 아니에요?”

팀의 리더격인 연장자(그래봐야 한두 살이지만 이 때만 해도 나이에 민감하니까) 문희준의 말은 조금 더 따갑다.

“TV를 보는데 연예인이 한 마디 하니까 사회자가 좀 낮춰보는 거예요. 똑같은 말을 대학나온 사람이 했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겁니다. 28명이 가수가 된다고 했다고 해서 정말 다 가수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려서 한번쯤 꿔보는 꿈인데 그것도 못하게 막는 건 심해요. 그리고 하고 싶지 않은 일 억지로 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요. 제가 대학에 간 건 제 노래를 똑바로 보는 눈들이 있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냐고, 장인정신이 중요하다고 말들 하지만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사회의 위계구조에 대한 체험적 증언이 ‘열맞춰’에 들어 있다. 그걸 대변해주는 그들에게 신세대는 열광한다. 그리고 기성세대의 비판적 평가에 나름대로 반론도 단단하다.

“노랫말이 거칠다, 춤이 현란하다, 머리모양이 안 좋다는 식으로 지적하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모방하고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요. 그렇지만 그건 어른들 생각이에요. 10대들에게 물어보면 오히려 정확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랬듯이. 그들이 원하는 건 대리만족이에요. 자신들이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한 연예인들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 그래서 과중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고 나름대로의 희열을 느끼는 것. 정작 그런 옷을 만들어 돈벌이를 하는 건 어른들이에요.”

“사회의식을 가지라고 하죠. 그렇지만 정치적인 노래를 하면 금지되더라구요. 너무 뜨끔하니까요. 사전심의제가 아니니까 통과됐더라도 꼭 억압되는 거예요. 제가 아는 그룹 중에 그런 의식 가진 사람들 적지 않아요. 저희도 그렇구요. 정치 사회에 관심없다고 하기 전에 왜 그렇게 됐는지는 생각 안해 보세요?”

대중문화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

90년대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다. 그 인기가 하늘을 찔러 TV의 휴먼다큐에서까지 그들을 다뤘다. 서태지가 말했다.

“저희는 문화노동자입니다. 이렇게 춤추고 노래하는 건 고된 노동입니다. 28살정도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도 기억되는 신선한 말이었다.

H.O.T도 똑같이 말했다.

“가수지망할 때는 무대에 서고 싶고, 음악이 하고 싶어서였지만 운동선수랑 비슷해요. 노래연습, 춤연습, 스케쥴, 불규칙한 생활, 건강을 많이 해쳤어요.”

“인기팀 1위곡도 빨리빨리 바뀌어요. 정신적 스트레스 부담감이 크지요. 밖에서 자유가 없어요. 시간도 없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친구를 못 만나요. 자유를 희생시키고 사는 거지요. 가수지망생들은 충분히 생각해보고 하셔야 돼요.”

“패션을 바꾸고, 변화를 주는 것도 스트레스에요. 염색을 하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지요. 프로는 프로다워야 하니까요.”

인기와 돈을 한 손에 거머쥔 듯한 그들에게도 ‘쓴맛’이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쓴맛이.

앞서 서태지의 이야기를 해줬더니 지금껏 자신들을 불러준 말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문화전사라고 했다.

“1집에서 부른 ‘전사의 후예’는 학원폭력을 비판한 거예요. 단 한명이라도 그 노래를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그것으로도 큰 일 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성공이지”(이들은 생활 자체가 노래요, 랩인 것 같다. 누가 한 마디 하면 바로 맞장구나 후렴이 나온다. H.O.T가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애들이 재밌어요’ 했던 게 생각났다).

“우리가 춤만 추고 노래하는 것도 맞지만 다른 나라와 문화경쟁을 하는 것도 있어요. 일본문화가 들어오면 누가 지키지요? 옛날에는 팝송과 외국배우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상이었어요. 그래도 H.O.T 사진이 붙어 있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요. 그런 면에서 저희를 인정해 주세요.”

“곧 일본문화가 개방된다고 해요. 거긴 규제가 거의 없어요. 어차피 닥쳐올 문제인데 그것 좀 한번쯤 생각해 주세요. 정확히 누가 제재하는지, 높은 분 한 분인지 모르지만요. 전국 가요시장이 팝시장보다 큰 나라가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팝시장이 1/10이래요. 그렇다면 한국경제에도 도움이잖아요.”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가수생활, 그들은 서태지처럼 ‘문화노동자’라 믿지만 28세에 은퇴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팬들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고 애늙은이 같은 말도 할 줄 알았다.

“그러려면 가수를 키워주는 분위기가 잡혀야 되는데, 정치나 대기업처럼 연예계도 식사대접, 촌지 이런 것이 눈에 보여요. 설날 갈비 돌리는 것은 다 아는 연예게 풍습처럼 된 거예요. 갈비값만 몇백만 원, 장난이 아니에요. 사회 첫발 내딛고 너무 놀랐어요.”

“기획사와의 관계가 나쁜 가수들이 많아요. 정말 건전한 운영방식을 통해 국내 아니 세계 최고의 뮤지션을 산출하는 기획사,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렌다(랩). 외국에서는 인기 있는 가수에게 굉장히 예우를 갖춘대요. 저희도 노력해서 그렇게 되고 싶어요.”

“단지 무대에 서서 환호를 받기 위해 가수가 되는 게 아니라 노래가 좋아 춤이 좋아 가수가 되려는 이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H.O.T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

“참여사회 책 참 좋은 책이네요. 가지고 가서 공부할게요.”

“그런데 재미없어요. 어려워요. 눈에 안 들어와요.”

그들을 보고 느끼면서 나는 내 안에 우리 어른 안에 들어 있는 소금(운동권/어른)과 설탕(대중성/신세대)의 이분법을 확인했다. 몸에는 좋지만 입에 들어가기 어려운 짠맛을 단맛으로 순화시키고 입에는 좋지만 몸에는 나쁜 단맛을 짠맛으로 보완해 주는 일이 이제는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만화 광수생각을 보면 느끼는 게 많아요. 10대는 흥미롭게 봐야 관심을 가져요. 10대가 정치에 관심없는 거 당연하지요. 어렵고 재미없어요.”

“세대차이요? 갈등이요? 한발씩 물러서면 돼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기성세대 문화에 먼저 관심을 가질 수는 없잖아요. 어른들이 먼저 다가와야지요.”

H.O.T에게 답한다.

“오냐, 우리를 너희에게 보내마.”

“연예인도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아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높은 자리에 서면 나태해지는 게 문제에요. 따끔한 말 해주는 사람들이 사라지잖아요. 자기만 철저한 마음 가지면 수명은 있다고 봐요. 우리는 악기를 하나씩 다루면서 음악 수명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돈 안 생겨도 우리가 필요한 곳,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고 가요.”

H.O.T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 이제는 사회운동이 너희를 지키고 키워주마.”

그것이 우리 사회 이분법의 벽에 빛을 넣는 길이므로.

오한숙희 여성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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