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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2월
  • 2009.12.01
  • 1084


“아프간 어디에도 안전지대란 없다”


글 사진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정치학박사)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라 일컬어져온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군사력의 심장부’인 워싱턴의 펜타곤(미 국방부건물)이 테러공격을 받았다. 그 후 8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참으로 혼란스런 나날을 보내왔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깃발을 앞세운 미국이 엄청난 군사력으로 카불에 친미정권을 세우자, 물라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지도자들과 9.11의 주역 오사마 빈라덴은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의 산악지대에 몸을 숨기고 목숨을 간신히 이어가는 옹색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의 전쟁지도부가 지녔던 낙관론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즈음 탈레반 세력은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70~80%를 지배하고 있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세력권을 넓혔다. 그래서 ‘신new탈레반’이란 소리마저 듣는다. 미국은 전쟁비용과 인력손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계 동맹국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어왔다. 그러나 미군의 아프간 침공 뒤 마구잡이 민간인 학살과 포로 학대, 전쟁범죄와 부패로 얼룩진 아프간 정권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많은 국가들이 고개를 돌렸다. 미국이 맹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들이 병력을 보낸 게 고작이다(이 가운데 최대파병국은 영국군 9천 명).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한미동맹’이란 질긴 끈 때문에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를 보냈지만, 국민 다수의 드센 철군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고 2007년 말 모두 철수시켰다.


아프간에서 죽어간 외국군만 1524명

아프간에는 현재 미군 6만5천 명과 나토 국제안보지원군ISAF 4만 명을 합쳐 10만5천 명이 주둔하고 있다. 문제는 아프간 주둔 외국군 사망자 숫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간 전쟁 전사자 집계 사이트(http://icasualties.org)에 따르면, 미군 전사자는 올해 매달 40~50여 명이 숨졌다(전사자 총계는 최소 907명).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 전사자(영국군 235명, 기타국가 366명)와 미군 전사자를 합치면 2001년 전쟁이 터진 뒤 아프간에서 죽은 외국군은 1,524명에 이른다(2009년10월 현재). 특히 올해엔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 숫자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한 미군 숫자가 더 많다. 이라크와 아프간 두 지역에서의 미군 전사자는 지난 9월로 5,000명 선을 넘어섰다.

  아프간 전황이 갈수록 꼬여가자,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워싱턴 전쟁지휘부에 4만 명을 증파해달라고 조르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미국이 아프간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지금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수렁에서 헤어 나오기 위한 묘책을 찾느라 고민 중이다. 미군 전사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싸늘해진 미국 내 여론을 무시하기도 어렵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도 은근히 부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 어려운 상황을 헤아려서일까,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아프간으로 파병을 할 채비다. 지난 10월 30일 정부는 아프니스탄에 ‘민간재건팀’약칭 PRT을 130명 이상 보내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특전사로 구성된 경계병력 300명 이상을 파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26개 PRT가 활동 중이며, 그 구성원은 군병력과 행정요원, 기술요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PRT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점령정책의 구도 아래서 만들어진 것이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눈길로 본다면 점령군의 군사행동이나 다름 아니다. 따라서 탈레반 저항세력의 공격목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일할 사람보다 총든 군인이 많은 재건팀

그런데 최근 이명박정부가 파견을 서두르는 한국 PRT는 여러 가지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첫째, 이명박 정부가 ‘민간재건팀’이라 부르고 있는 PRT의 우리말 번역이 문제다. PRT의 영어원문은 ‘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지역재건팀’이 옳다. 그렇다면 ‘민간’이 지역을 재건하냐고? 딱히 그것도 아니다. PRT는 군인과 행정가, 그리고 실무전문가들로 이뤄져있다. PRT를 ‘민간재건팀’으로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파병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오역이 아닌지 궁금하다.

  둘째,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민간재건팀’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재건을 위해서인데, 일할 사람 숫자보다 총을 든 군인이 더 많다. ‘재건팀 130명 이상’ 보내고, 이들의 안전을 위해 ‘특전사 병력으로 구성된 경계병 300명 이상’을 보내려 한다. 그렇다면 아프간 재건이 목적인지, 아프간 재파병이 목적인지 헷갈린다. 숫자로만 본다면 파병이 1차 목적이고 재건은 부차적인 그런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 PRT는 대규모 아프간 재파병을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전인가.

  셋째, PRT 파견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가 의문이다. 앞에서 썼듯이 아프간은 지금 국토의 70~80%가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그런 혼란스런 곳에 가는 것은 불난 집에 섶을 이고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군 전사자 증가를 나타내는 가파른 그래프 곡선이 그곳 형편을 잘 말해준다. 국방부는 내년 4월쯤 재건팀을 파르완지역에 보낼 것으로 알려진다. 파르완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 맞닿은 북부지역으로 카불에서 60km 떨어진 바그람 미군기지가 자리 잡은 곳이다. 바그람은 105mm 박격포나 로켓추진총류탄RPG으로 무장한 탈레반의 공격목표 가운데 하나이고, 2007년 2월 한국 다산부대 윤장호 병장(통역병)이 폭탄테러로 죽었다. 아프간 어디에도 안전지대란 없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아프간 점령정책에 들러리를 서야 하는가”하는 논의는 제쳐두고라도, 아프간 불바다에 우리 귀한 젊은 인력을 보내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가 묻고 싶다. 파병은 국가적인 중대사이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라 우길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을 물어야 마땅하다. 국회동의절차를 거친다 해도 한나라당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헌법 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그런 훌륭한 제도를 버려두지 말고 이번 기회에 국민의 뜻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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