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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2월
  • 2009.12.01
  • 970



‘반서민 정책’ 불도저 막는 예산주권 선언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지난 11월 26일 국회 앞에는 3천 명이 넘는 시민과 학생들이 모여 ‘2010년 예산안’이 국민을 위한 예산안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예산 문제만을 두고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규모 있는 집회를 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만큼 예산문제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죠.


국민을 고통에 빠뜨릴 2010년 예산안

대회 참가자들은 한마음으로 ‘예산주권’을 주창했습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예산에 대한 민주적인 참여와 사회적 통제권을 국민들이 행사하는 것이 국민주권의 핵심이라고 선언한 것이죠. 세금을 책정하고 내는 과정, 그 세금을 바탕으로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권, 참여권, 심의-통제권, 변경권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결의를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예산의 주인’은커녕 ‘예산의 들러리’도 못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기만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예산편성, 예산심의, 예산통과의 전 과정입니다. 이는 세금을 책정하고 걷는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관철되는 ‘기가 막힌 원칙’이 되어 왔습니다.

매년 300조 원 안팎의 막대한 예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대기업 법인세, 고소득자 소득세, 부동산부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팍팍 깎아주게 되면, 결국 나머지 국민들이 그것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끊임없이 부자감세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민증세’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죠. 부자감세가 문제인데,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세 증세, 주세·담배세 인상, 개별소비세 부활이니 하면서 오히려 서민증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조세정책 수립과 예산안 수립-집행과정에서의 국민과의 괴리 현상은 ‘강부자’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등장한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원래 소통에는 관심이 없는 정권인데다가 예산의 사용 과정에서도 철저히 ‘강부자’ ‘건설재벌’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2012년까지 무려 90조 원에 달하는 부자감세가 강행되고 있습니다. 또 2012년까지 30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 시행 됩니다. 혈세가 낭비되고, 엄청난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초대형 국책사업이 국민적 합의와 국가재정법상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없이, 국회의 예산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불법적·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일은 이 정권이 온갖 민생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예산’을 추경대비 3.5%, 1조4천억 원이나 삭감해버렸습니다. 교육예산이 깎인 것은 10여 년만의 일입니다. 또 저소득층에게 주던 대학 장학금과 소득7분위(즉, 대학생의 70%)까지 해당되던 이자지원을 전격 폐지해버렸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25만 명의 결식아동 급식지원예산 541억 원 전액을 삭감해버렸다는 것입니다.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동사무소를 짓는데 855억 원을 쓴다는데, 굶는 아이들 급식지원 예산은 삭감되는 사태에 많은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일자리 창출 예산, 중소기업 지원 예산, 저소득층 의료급여 지원 예산, 무주택자 월세 지원 예산, 지역공공의료기관 지원 예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예산, 긴급복지 지원 예산, 장애인복지 예산 등등을 대폭 줄였거나 한 푼도 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서민들이나 저소득층들은 이 나라에서 살 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국민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을 위한 예산이 줄줄이 깎여나가고 있다고. 우리 국민들이 언제 깨어날지 궁금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예산문제에 관심을 쏟을 때입니다. 문제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열한 대응을 전개해야 합니다. 먼저, ‘4대강 죽이기’ 사업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엉뚱한 예산낭비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영수증도 필요 없는 정부부처들의 특수활동비 예산(8,600억 원), 냉전으로 회귀하는 6.25기념 예산(235억 원), 무려 4배나 늘어난 청와대 홍보책자예산(44억 4500만 원), 청와대 관람객 기념품 예산(8억 원), 미국산 쇠고기 홍보예산(13억 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 쇠고기를 왜 홍보해주는 것일까요?), 이른바 ‘영부인 예산’이라는 한식세계화 예산(139억 5천만 원 증액해 239억 5천만 원 배정, 김윤옥 씨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음), 국민을 우습게 보는 법무부의 ‘법질서 바로 세우기’ 사업 예산(33억6200만 원), 의료민영화와 연관 있는 외국인환자유치 예산(100억 원) 등등은 대폭 증액해 편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참여연대 등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비장한 각오로 ‘예산투쟁’에 ‘다 걸기’하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가만히 있으면 위와 같은 황당한 예산안이 그냥 통과되는 것입니다. 예산주권은 철저히 짓밟히고, 국민들의 삶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부자감세로 세수는 줄고 4대강 사업으로 세출은 탕진

경제위기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더 나빠졌으면 더 나빠졌지 좋은 일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실제로도 체감실업률이 11%에 달하고 가계부채도 700조를 돌파했으며, 소득격차도 사상 최대에 이르는 등 여러 통계들이 서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서민들에게 예산을 써야 서민도 살고 경제도 살아나는 법이지만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반서민’의 위험한 역주행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경제위기로 실업이 늘고, 일자리고 줄고 있는데도 201O년 예산안에서 <표3>에서처럼 일자리 예산과 일자리 창출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15세 이상 생산가능 인구(4,012만 5천 명)중 취업자(2,382만 8천 명)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2009년 7월말 기준(통계청) 59.4%로 이는 참여정부 후반기 2007년 7월 고용률 60.6%에 비해 1.2%하락한 것으로 고용률 유지를 전제로 할 때 결과적으로 2년 전에 비해 48만 7천 개(40,125천 명×1.2%)의 일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이런 조치가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는 이유가 부자감세와 4대강 죽이기 사업 그리고 예산낭비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부자감세를 중단 또는 유보하고 4대강 사업비를 최대한 삭감하여, 그 예산으로 보육 급식 교육 실업 일자리 비정규직 중소기업 지원 등에 집중해서 쓰자고 호소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MB예산을 ‘국민예산’으로 전환해야

한편 이명박 정권이 부자감세로 세입에서, 4대강 죽이기 사업으로 세출에서 예산을 탕진하면서 나라 빚도 <표4>처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0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407.1조 원(GDP 대비 36.9%)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게 됩니다. 국가채무가 300조 원을 돌파한지 2년 만에 400조 원을 넘어섰고, 국민 1인당 국가채무도 833만 원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 증가에 따라 일반회계 대비 국가채무이자비율 역시 역대 최고인 10.0%로 추정되는데, 2010년에는 나라 예산에서 무려 20여 조 원을 이자로 내게 됩니다. 국가채무 이자가 이처럼 증가하게 되면, 복지 등 국가사업에 지출할 재정여력이 감소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4대강 죽이기’ 사업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 까요? 당연히 국민들을 위해서 써야 합니다. 2010년에 수자원공사 예산 3조 2천만 원을 포함하여 8.6조 원이 4대강 사업에 투하될 예정이고, 사람들은 이를 ‘삽질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8.6조 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삽질에 서야겠습니까. 그 돈을 우리 국민들에게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4대강 죽이기에 쓸 8.6조 원을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을지 한번 추계해봤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사회를 위해서는 급식, 교육, 실업, 비정규, 복지 예산 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5대 분야의 예산을 추산해 봤습니다.

△학교급식 지원 확대 : 2조 1천억 원이면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실현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 : 3조 원가량 배정하면 소득에 따른 ‘반값 등록금’ 실현 가능

△실업자 구직촉진 수당제도(실업부조) 도입 : 3천억 원 신규 배정해서 고용보험(실업급여) 사각지대 해소의 계기 마련

△기초생활수급권 사각지대 100만 명 추가 보장 : 3조9천억 원 증액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지원 예산 : 5천억 원 배정

이 예산을 모두 합하면 10조 원가량 됩니다. 4대강 죽이기 사업 8.6조 원과 영수증도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 예산, 민주주의 압살하는 공안예산 등 예산낭비를 줄여나가면 충분히 10조원 배정이 가능하고, 결국 중요 민생문제들이 일거에 해결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싱크탱크, 주요 당사자 조직들은, 2010예산안 공동대응모임을 운영하면서 ‘부자감세’와 ‘4대강 죽이기’사업에 맞서 민생복지교육의료일자리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0예산안공동대응모임은 야당들에게도 무엇보다도 ‘예산투쟁’에 ‘다 걸기’ 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당의원들이 똘똘 뭉쳐 대응을 하고 있는 일부 상임위에서는 삭감된 민생예산이 복원되거나 증액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예산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예산안이 ‘MB예산안’에서 ‘국민예산안’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세금 제대로 쓰면 국민이 행복해져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절망스러운 풍경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살률, 노동시간, 산업재해 발생률(OECD 기준), 교통사고 발생률(자동차 1만 대당, OECD 기준, 교통사고 사망사고 중 50% 가까이가 보행자 사고임) 등이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반면, 출산율은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고용률이 떨어지고(한국 고용률 60%, 선진국 70% 수준) 실업문제(최근 체감 실업률 11%대)가 심각하고, 보육-급식-교육 관련 부모들의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에다가, 남녀 간의 임금 격차도 OECD국가에서는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불합리한 사회적 차별도 여전합니다.

또 등록금(OECD 조사 결과 등록금액만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비싼 2위지만 장학금 규모, 실제 가계가 부담하는 고등교육 부담 비용은 훨씬 더 많음), 사교육비, 가계부담 통신비 비중, 취업 후 자기 집을 구입하는 기간(집 없는 국민이 50% 육박) 등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주거, 의료, 교육, 통신비용의 사적 부담이 과도한 수준을 넘어 ‘살인적’ 수준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고, 실제로 관련 지표들이 심각한 국민들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증명해줍니다.

국민들은 안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높은 삶의 질까지는 아니어도 대체로 지금과 같은 ‘불안한 삶’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고, 나라 예산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는 명백합니다. 나라 예산을 국민들이 가장 고통 받고 힘들어하고 있는 문제인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복지 분야, 실업-일자리 대책, 산업재해와 자살 예방 등에 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국민 개개인도 살고, 나라 전체적인 발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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