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2월 2009-12-01   1087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시민정치운동과 연합정치

국민공천운동, 지방선거 맞는 창조적 실천

고원 상지대학교 학술연구 교수
 
현대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융합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운동’과 ‘정당’, ‘대중의 참여행동’과 ‘대의제 정치’ 사이의 소통과 연계를 통해서 민주주의는 한 단계씩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1970~80년대의 ‘재야’, 1990~2000년대의 ‘시민운동’으로 표현되는 대중정치운동은 정당정치와 상호협력과 견제관계를 형성하면서 민주주의를 일궈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느 때부터인가 양자 사이의 선순환 고리가 단절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도정치·정당정치는 시민적 삶, 시민적 주체성으로부터 급속히 분리되어 왔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구조적 위기에 처하게 된 것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바로 이 부분을 복원하지 않으면 제도정치?정당정치의 위기극복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시민정치운동’, ‘시민주권’이라는 담론들이 그것이다.


시민으로부터 분리된 정당정치의 위기

다른 한편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진보개혁진영의 다양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 현재 이명박 정권이 진행시키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내는 데에 선거 승리라는 계기가 가장 효과적이고 결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지금 진보개혁진영은 ‘연합정치’ 혹은 ‘정치연합’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던지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의 분산·분절되어 있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개혁진영이 ‘시민정치운동’과 ‘연합정치’라는 두 가지의 중요한 개념을 꺼내들긴 했는데 이 양자의 개념을 어떻게 연결하여 정치적 실천으로 조직해야 하는지의 문제에 이르러서는 콱 막혀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선거라는 국면에서 필요한 구체적 실천이 무엇인지에 관해 기존에 해왔던 관성적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문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생각을 밝혀보기로 한다.


정당체제의 카르텔 깨는 유권자의 직접참여

먼저 우리는 지방선거가 ‘시민정치운동의 복원’이라는 맥락에서 유권자의 실질적 참여를 통해 치러지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 실천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속에서는 지방선거가 기득권 정당세력들의 놀음판으로 전락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파와 계파 그리고 야심가 개인들의 이익의 교환과 거래, 유착과 암투가 횡행할 것이 빤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 국민들은 철저하게 관객으로 전락하고 다시 한 번 상실감과 냉소에 빠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기성 정당체제의 카르텔 장벽을 뚫고 직접 참여를 통해 선거에서 주권자로서의 몫을 찾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천단계에서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공천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기성정당들이 국민의 대표성을 제대로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직접 선거공천을 주도하자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무작위로 추출된 배심원들이 국민공천을 통해 ‘좋은 후보’를 가려내고 그 후보들이 지방정치에 대대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공천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 좋은 후보를 발굴하는 실질적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둘째, 정파·정당을 초월해서 공천을 함으로써 보다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발굴해 낼 수 있다. 셋째, 과거 상향식 경선이 노출했던 조직 동원과 대중영합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공천은 정당정치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수록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서 제대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우주미아처럼 헤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당이나 현실 정치세력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우리 국민들이 직접 참여를 통해 역사의 중요한 고비를 돌파해 온 일이 한 두 번이던가? 2002년 노무현 돌풍을 일으킨 국민경선이라는 것도 당 밖의 민심의 힘을 끌어들이는 비정당적 방법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국민공천이 꼭 정당정치와 절대적으로 대립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정당의 공천과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으며, 정당의 공천을 보완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연합 이끌어내는 유용한 압력수단

국민공천배심제는 어느 한 정당에서도 채택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연합정치(선거연합)에 더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일적으로는 아니라 할지라도 중요 지점에서 선거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재보선 때 안산과 양산의 선거가 보여주었듯이 그 방식과 원칙에 대한 합리적 대화와 합의의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따라서 진정으로 가능한 대안은 선거연합을 중재·조정하는 세력이 주도가 되어 개별 정치세력들을 강력하게 견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압력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그 압력수단은 현재적 조건에서 시민사회운동집단 자체의 힘만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가 없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민들이 스스로의 참여행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좋은 후보를 찾아내고 거기서 희망의 싹을 발견하도록 하는 일이다. 그렇게 국민들 가슴 속에 커다란 변화의 불길을 당기고, 그 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민생을 지켜내는 정치연합(선거연합)을 이루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정치기획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대답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의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같은 모델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너무 많이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총선연대운동을 전개하던 때의 결의수준과 경험능력을 발휘하되, 그것을 오늘날의 시대상황에 맞는 형태로 바꿔내면 대중의 폭발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창조적 실천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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