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0월 2009-10-01   1823

김재명의 평화이야기_’푸른 황금’ 둘러싼 물분쟁, 물로 보지마!



‘푸른 황금’ 둘러싼 물분쟁, 물로 보지마!



글/사진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정치학박사)


우리 인간이 사는 지구는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다. 그러나 97.5%의 물은 소금기가 많아 식수로 쓸 수 없다. 2.5%의 물만이 식수로 쓸 수 있다. 게다가 그 가운데 3분의 2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 속에 갇혀 있는 상태다. 20세기 내내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물 사용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기후 변화(지구온난화) 탓에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 물은 도리어 부족해지고 있다.
21세기 지구촌의 평화와 안정을 흩트리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강대국들이 군사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저지르는 신식민주의적 행태와 자원 침탈 △국가가 비무장 민간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국가 테러(나치독일의 유대인학살, 일본제국주의자들이 한국과 중국에서 벌인 민간인 학살 등) △비국가집단의 테러(이를테면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이 벌인 9·11 테러)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 고갈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환경 파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덧붙여 부족한 물 자원을 둘러싼 분쟁도 지구촌 평화를 위협하는 한 요인이다.



전세계 24억 명이 물부족으로 고통 

1960년대 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 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 말했다. 50년 전에도 지구촌은 물 부족이 문제였다. 그 뒤로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물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약 24억 명이 물 부족으로 말미암아 더러운 환경과 질병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며, 특히 11억 명은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마저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가 심각하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는 여인들이나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물을 뜨러 다니는 것이 주요 일과다. 힘들게 길어온 물이 깨끗한 것도 아니다. 불소나 칼슘, 염분 등이 많아 마시기엔 적당치 않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낮은 데에는 오염된 물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03년 봄 유엔에 제출된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20세기 세계 인구는 2배 늘어났지만 물 사용량은 6배 늘어났다. 인구 증가에 맞춰 2030년까지 세계 식량 공급이 현재보다 55% 늘어나면, 물 사용량은 더 크게 늘어나 3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지구의 1인당 담수 공급량은 앞으로 20년 안에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93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적게는 48개국 20억 명, 많게는 60개국 7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나라끼리의 노력은 국제적인 갈등의 씨앗이다. 현재 2개 국가 이상을 흐르는 국제 하천은 241개. 이 강들이 50개국 영토를 지난다. 지구촌 인구의 40%는 그런 이웃 국가들의 물 통제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미 물 분쟁으로 인한 충돌은 곳곳에서 벌어져 왔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잔자위드 민병대가 다르푸르 토착민들을 쫓아낸 것은 한정된 수자원을 누가 더 많이 쓸 것인가와 관련된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인 나일강(길이 6,671km)을 젖줄로 삼는 8개국은 자주 물 분쟁을 벌였다. 터키와 시리아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물을,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산맥을 끼고 흐르는 브라마푸트라 강물을, 미국과 멕시코는 리오그란데 강물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메콩 강물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갈수록 고갈되어 가는 석유를 차지하려는 ‘피 묻은 석유전쟁’과 더불어 ‘물 전쟁’이 터지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에 제한급수, 물마저 무기화하는 이스라엘

흔히 ‘6일전쟁’으로 알려진 제3차 중동전쟁(1967년)이 터진 데에는 이스라엘-아랍권 사이의 해묵은 증오가 자리 잡고 있지만, 물 자원 확보를 둘러싼 갈등도 한몫했다. 6일전쟁에서 시리아를 이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상류 지역은 물론 또 다른 주요 수원지인 골란고원까지 차지했다. 골란고원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수량의 30%를 채워준다. 시리아에게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선뜻 돌려주지 않는 것은 시리아가 갈릴리 호수로 통하는 물길을 막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몫한다.

물 문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한 요인이다. 팔레스타인 곳곳에 자리 잡은 유태인 정착촌을 지나다보면 밭에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흠뻑 뿌려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물이 넘친다. 이에 비해 팔레스타인 쪽은 물 한 모금 먹기가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 남부도시 헤브론에 갔다가 음식점에 들러 손을 씻으려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지하수의 85%를 당겨쓰면서, 팔레스타인 주거지로 통하는 수도관을 틀어막고 급수를 제한하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목마르다고 해서 1병에 300원쯤 하는 생수에 엄두를 내기는 어렵다. 한 팔레스타인 소아과 의사는 “비위생적인 물 때문에 어린이 환자들이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스라엘이 물을 독점 관리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보기에 이스라엘은 물마저 무기화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 환경 단체인 ‘캐나다 시민회의’는 한 보고서에서 “산유국들은 석유 카르텔을 이뤄 석유자원을 무기화했었다.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물이 풍부한 국가들이 물을 무기화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21세기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물 때문일지도 모른다. 석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검은 황금’라는 등식이 생겨났다. 마찬가지로 21세기가 지날수록 ‘물=푸른 황금’이란 등식이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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