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3월 2009-03-01   2090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 도시재개발사업의 쟁점




용산참사 치유할 대안이 마련돼야



이주원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헛다리 대책 용산 5법

용산참사 이후 정부는 2월 10일 국무회의를 열어 후속대책으로 용산 5법1) 을 내놓았다. 참사의 여파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주요 내용은 △조합원에게 분양 뒤 남은 상가에 대해 세입자들에게 우선분양권 부여 △휴업보상비를 3개월에서 4개월 치로 상향 조정 △재개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 순환개발 추진 △조합운영의 투명성 강화 △세입자보상에 대한 건물주의 책임 강화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또 헛다리를 짚고 있다. 세입자들의 요구는 몇 푼 안 되는 현금보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와 영업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이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뉴타운 재개발 현장의 분쟁유형을 보면 된다.



재개발조합과 토지등소유자 사이의 분쟁

뉴타운·재개발사업 등 도시재개발사업 현장을 가보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켜 백인백색의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분쟁 사례를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접근하여 크게 둘로 나눠보면, 재개발조합과 토지등소유자(조합원) 사이의 분쟁과 재개발조합과 주택 및 상가 세입자 사이의 분쟁으로 나눌 수 있다.

<표 1>



조합에 대한 주도권 분쟁
 

가장 대표적인 분쟁으로 재개발 사업의 주도권을 잡아 거기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차지하려는 싸움이다. 많은 재개발 지역에서 초기 단계부터 추진위원회가 난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구리뉴타운 수택1동 지역은 추진위원회가 4개였고, 흑석뉴타운 3구역은 한때 5개까지 분열됐다가 현재 2개가 대립하고 있다. 이런 분열은 소송으로 비화하면서 큰 후유증을 남긴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시 비용분담의 기준에 관한 분쟁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제26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시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에 대한 분담기준(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추가되는 가구별 분담액)을 동의서에 명시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동의서를 징구하여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00동 재개발사업구역과 서울 중구 00동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의 경우 조합원들이 이 문제로 소송을 제기해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시공사 선정을 둘러싼 분쟁


현행 도정법에서는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시 시공사의 선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나 가능하다. 즉, 시공사 선정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권한이 아니라 재개발조합의 권한이다. 그러나 영세한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차입이 필요한데, 자금을 지원해주는 곳이 바로 시공사인 건설업체들이다. 적게는 몇 억 원에서 많게는 몇십 억 원씩 추진위원회에 지원하는 건설사들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가계약 또는 시공사 선정을 요구하여, 다수의 재개발사업구역들은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의 시공사 선정권이 배제됨은 물론 향후 주민들의 재산 피해가 예상되며, 조합설립 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라는 법률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및 재개발조합과 분쟁이 심각하게 불거진다. 서울 성북구 보문3구역 등 여러 지역에서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무효 판결을 내렸다.



관리처분 주민총회에서 개별감정가를 통보하지 않아 발생하는 분쟁


현행 도정법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시 개관적인 비용분담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시행인가 후 감정평가를 통해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조합원들에게 개별감정가(권리가액)와 추가분담금의 금액을 통보해야 하는데, 다수의 재개발조합에서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유인 즉, 사업성이 낮은 주택재개발사업구역일수록 개별감정가가 낮게 나온다. 조합원에게 재개발사업의 이익이 없어 관리처분총회가 무산될 확률이 높다. 재개발조합은 이를 숨기고 있다가 관리처분총회에서 즉석 통지 후 일사천리로 총회를 진행하고 결의한다. 관리처분총회장에는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서울 은평구 응암7구역도 이 문제로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관리처분총회무효 판결을 받았다.



재개발조합과 주택 및 상가세입자 사이의 분쟁

-주거이전비 자격취득요건 관련 분쟁-

국토해양부, 서울시, 각 지자체 및 정비사업조합 등은 정비사업구역 내 주택세입자 주거이전비 지급 자격취득 기준일을 구역지정공람공고 3개월 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미보상 주택세입자들은 사업인정고시일을 사업시행인가일로 본다는 도정법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3개월 전부터 거주한 주택세입자에게도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07년 행정법원 판례에도 드러났듯, 주거이전비 지급은 실제 주거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주거이전비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세입자 권리의 하나로서 조합은 즉각 지급해야 한다.



현실 반영 못 하는 영업손실보상금



<사례 1>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3구역에서 J철강을 운영하던 A씨는 지역 재개발로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보았다. 330㎡ 규모 점포에서 철강제품을 취급하던 그는 이 점포를 내기 위해 권리금 3억 3,000만 원을 포함해 5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하지만 뉴타운 개발로 그가 보상받은 돈은 고작 6,700만 원이다. A씨는 “똑같은 규모로 점포를 내려면 3억 원이 넘는 권리금 외에 시설이전비 2억 원 등 10억 원이 필요하다”며 “조합이 산정한 보상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례 2> 인근에서 치킨 체인점을 운영하던 B씨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B씨도 권리금으로 3,200만 원, 가맹비 6,000만 원, 부대시설비 2,000만 원 등 총 1억 2,700만 원을 투자해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조합이 영업보상비와 시설ㆍ상품이전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겨우 1,895만 원이다.  B씨는 “모든 재개발 지역의 상인 세입자들이 이와 똑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최소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개발 지역 상가는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상인 세입자에게 3개월분의 휴업보상금을 지급하면 철거를 진행할 수 있다. 세입자가 요구하는 임시매장이나 대체상가, 권리금 손실 보전액 등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조합과 세입자 간에 분쟁이 일어나 용산 4구역처럼 극렬한 대결로 치닫는다. 권리금은 점포를 인수할 때 상인이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돈이지만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보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토지보상법도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권리금은 점포 크기와 영업 활성화 정도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한다.  용산 4구역 세입자의 상당수도 수억 원의 권리금을 날리게 돼 이의 보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권리금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보상할 방법은 없다. 현실과 법의 괴리로 상인 세입자는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용산4구역 재개발조합의 명도소송에 의한 강제퇴거 사례



“지주조합에서는 용산 4구역에서 영업하는 모든 상가에 명도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입자 대책위는 변호사를 선임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건물주가 제가 제기했던 항의소송을 빌미로 저의 업소를 강제 명도 집행하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변호사는 방도가 없다는 답변뿐이었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개발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고, 세입자를 탄압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수단으로 악용했던 것입니다.”

(용산4구역 상가세입자의 증언)



재개발조합의 상가세입자 영업 방해 사례


재개발조합은 용역직원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하는 등 상가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다양한 방법으로 위협하고 있다.


“저희 용산4구역 지역은 이주한 점포보다 영업을 하고 있는 점포가 더 많은데도 지주조합은 영업방해를 목적으로 공사 전 작업으로 펜스(가림막)를 높게 설치해서 영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점포의 주거공간에 대해 계약서상의 이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용역깡패들을 동원해서 무단 침입하여 닥치는 대로 부수고 철거하고, 또한 부당하다고 저지하는 세입자를 폭행하려 하고, 피해자인 그 세입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또 점포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와 다른 손님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고 점포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수법으로 영업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주한 빈 점포에서 발파 작업을 하고 쓰레기와 오물을 버려 극심한 악취가 나게 해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용산4구역 상가세입자의 증언)



개발사업 종료 후까지 실질적 영업권 보장해야


용산 5법이 도시재개발사업의 갈등과 아픔을 치유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려면 좀 더 세심하고 과감하게 세부대책을 다듬어서 내놓아야 한다.


영세 세입 상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보증금을 비롯한 시설투자비 보상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상가세입자에게 가장 중요한 ‘개발기간과 개발사업 종료 후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영업권의 보장’이 빠져 있는 것을 정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조합원에게 분양한 후에 남는 상가가 설사 있다고 해도 상가세입자의 상당수는 분양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차권의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도심지 정비사업 등 개발 전 상가세입자가 입점했었고, 개발 후 상가가 단지 내에 배치되는 계획에 있어서는 재개발 시 임대주택 의무건설과 같이 공공이 임차상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임대인이 되어 입점 권리를 가진 임차인에게 공급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2) 상가 임차권의 실질적인 보장이 보상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모든 권리 세입자에게 임차상가를 보장해주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개발 후 상가의 임대 보증금 부담능력 부족과 업종 변경의 불가피성 등으로 인해 폐업을 선택하는 세입자에게는 현실화된 휴업보상비(폐업보상비 수준)의 제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재개발 개선 위한 공공의 역할

정부는 가급적 순환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이주대책의 핵심은 주거이전비와 같은 현금성 보상보다 ‘거주 가능한 거처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순환개발을 통해 임시거주용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다만, 서울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단이 제시한 바와 같이 수급 계획이 신규 공급량과 멸실량 추정에 의거하여 이루어져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특히 서울시와 정책적 협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순환개발을 대책으로 제시했을 때, 서울시는 난색을 표명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장기전세주택(shift)은 공급물량의 100%가 전용면적 50m2 이상이며, 재개발임대주택은 서울시의 정책의지와 무관하게 건설호수의 17% 이상 공급되고 있다. 즉, 철거지역의 세입자들이 입주할 임대주택 재고가 없다. 정부와 서울시가 임대주택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순환개발은 말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의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안은 개발지역 거주가구의 70%를 웃도는 세입자의 참여가 법적으로 배제된 상태에서 조합(소유자)과 이를 지원하는 시공사, 정비업체 등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개발사업의 전개과정을 감안하면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분쟁조정위원회 등의 예를 보더라도 ‘분쟁조정위원회 설치’가 분쟁을 조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분쟁조정위원회에 적절한 권한을 주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옥주와 세입자 간의 힘의 불균형을 감안한다면 공공이 전문가로 구성된 재개발사업지원전문가단을 구성하여 재개발사업지구에 파견하고 전문가단은 세입자나 비동의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적 옹호계획가’3) 제도를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재개발 지역의 건물주인 또는 상가주인은 자기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에 대해 아무런 보상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조합이 전부 부담해왔다. 특히 주거이전비를 노린 친인척의 위장전입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세입자 이주비 등 대책비용의 일부를 건물주가 부담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세입자 보상에 대한 공공책임을 회피하면서 가옥주 개인에게도 부담을 지움으로써 가옥주와 세입자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면서 공공은 빠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많은 전문가들도 지적하듯이 보상에 있어서 가옥주나 조합의 적절한 개발이익 분배나 초과이익 환수를 유지하면서 공공의 재정적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세부적으로는 도시재정비촉진기금 설치4)나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의 대폭 확대와 같은 정책수단이 실현되어 개발사업의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각주

1) ‘용산 화재사고 후속 제도개선 방안’ (2009. 2. 10 국무회의 결과)
2) 이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최고가 입찰방식의 잔여상가 분양방식이 아니라 조성원가로 공공이 매입하여 임대하는 방식이 강구되어야 한다. 
3) 용산철거민 참사를 계기로 본 도시재개발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 (2009. 2. 4) 변창흠 교수 발제문.
4) 도시재정비촉진기금 설치 서민생계보호 및 주거권 확대를 위한 주거복지정책 및 도시재생사업의 과제(2009. 2. 6), 민주당 뉴타운대책 TF 김희철 의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