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6월 2009-06-01   920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_당신에게서 희망을 배웠습니다




당신에게서 희망을 배웠습니다



장성국 참여연대 회원

아침에 일어나 친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문자를 받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것을 보고 순간 멈칫했습니다. 충격 이전에 마치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뉴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와 봉하마을 분위기, 각 정당 반응, 국가 원수들의 애도 성명 등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한지 3개월이 된 학생입니다. 정치, 경제에 대해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의 짧은 식견으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많은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비준, 비정규직 보호법 통과 등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대통령이었다는 사회적 지위를 활용하여 권력에 한축을 형성했던 것에 비해 적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부끄러워할 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을 계속 속으로 되뇌던 저는 늦기는 했지만 어제 저녁,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덕수궁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남양주시에도 곳곳에 임시분향소가 있었고, 조문을 하러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도 곳곳에 임시분향소가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덕수궁으로 향했던 건 역사의 가장 극적인 장면 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제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회원 분들과 인사를 나눈 뒤 덕수궁 방향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조문 행렬을 목격했습니다. 광화문역 근처에서 시청역까지 좁은 인도를 따라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국민들에게 공통되고도 선명한 그리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각인시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그만큼 우리 국민에게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말입니다.


저는 작년 촛불을 대학입시를 핑계로 무관심하게 바라봤던 수험생의 한 명이었기에 하나된 국민들의 열기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된 국민들의 열기를 직접 목격하자 아직 우리 사회에도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명지대 비정규직 행정조교 투쟁에 결합해서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건 학생들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무관심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두려웠습니다.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이 우리 사회의 목을 조여오는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1분이 채 되지 않는 조문을 위해 2시간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언제든지 계기만 된다면 우리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특히나 교복을 입고 조문 행렬에 동참한 중,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둡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며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 손에는 국화를 들고 줄을 섰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쪽지들 덕수궁 담벼락을 가득 메웠습니다. 줄에 매달린 노란 리본에 적힌 국민들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글 또한 길 한편에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각자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음에도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했습니다.

아마 길에서 그들을 다시 만난다해도 저는 그들을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2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헌화를 하고 절을 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으로 보며 속으로 되뇌였습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셔도 되겠어요. 당신을 통해 알았습니다. 우리가 하나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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