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7월 2009-07-01   1320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사라진 것과 생겨난 것: 이명박 정부가 일그러뜨린 한국의 현실 14



이명박 정부가 일그러뜨린 한국의 현실 14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실용 정부를 표방했지만 민주화 이후 지금보다 더 이념이 판치던 때는 없었다. ‘보수 세력’은 입만 열면 ‘좌빨’을 외치면서 민주주의를 계속 위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도 실용을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그 선봉에 서 있다. 나아가 ‘강부자 정부’, ‘고소영 정부’, ‘불도저 정부’, ‘거짓말 정부’ 등 여러 비판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나는 이명박 정부를 정치적인 면에서 ‘독재화 정부’, 좀 더 넓은 사회적인 면에서 ‘후진화 정부’로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경찰의 폭력과 일방적 홍보에 기대어 광우병 위험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등 잘못된 정책들을 계속 강행하고 있다. 요컨대 경찰의 폭력과 일방적 홍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분명히 ‘독재화 정부’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 발전과 국민 복리를 해치는 정책들을 강행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분명히 ‘후진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사례를 통해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독재화’와 ‘후진화’의 사례는 너무나 많아서 일일이 다 들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망언들만 모아도 충분히 두툼한 책 한권을 만들고도 남는다. 사례는 그보다 훨씬 많다.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정치, 경제, 문화, 생태로 나누는 게 좋지만, 이 경우에는 다시 여러 하위항목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나열적 방식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사라지는 말들, 쫓겨나는 사람들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독재화’와 ‘후진화’의 사례들을 모두 나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는 1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서 그 사례를 개략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사라진 것과 생겨난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명박 정부의 특징과 문제를 제시하겠다. 2차대전 이후의 신생국으로서 고성장과 민주화에 모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인 한국의 현실이 지금 얼마나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는가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작은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언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로드맵’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들은 사라졌다고 한다. 대신에 ‘잃어버린 10년’, ‘좌파’, ‘불순세력’, ‘규제 완화’ 등의 말들이 횡행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를 가리켜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의 결합이라고도 하거니와 이명박 정부에서 사용하는 말에서도 그런 성격을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명박 정부와 관련해서 더욱 널리 퍼진 말은 ‘강부자’, ‘고소영’, ‘명세빈’, ‘형님정권’, ‘오빠정권’, ‘영일대군’, ‘방통대군’, ‘어륀쥐’, ‘명박산성’ 등이다. 이명박 정부의 편파성, 계층성, 전근대성, 비민주성 등을 비판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사람.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사람이 바뀐다. 그러나 현 정부는 법으로 신분이 보장된 사람들조차 무리하게 추방하는, 추방과 장악의 정책을 강행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김금수 이사장, 정연주 사장을 내쫓고 KBS를 장악했고, 황지우 총장, 김정헌 위원장, 김윤수 관장 등의 문화인들을 내쫓았고, 박연차 회장, 강금원 회장 등의 기업인들이 몰락했으며, 이광재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몰락했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자살로 생을 마쳤다. 반면에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통위원장, 천신일 회장, 원세훈 국정원장, 조용기 목사, 김홍도 목사, 김진홍 목사, 이병순 사장, 백용호 국세청장, 신재민 문화부 차관 등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정부의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시대의 요구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건설교통부를 국토해양부로 대폭 확대해서 토건국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환경부는 존속되었으나 사실상 ‘반환경부’로 기능한다. 여성부는 대폭 축소되어 겨우 존속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국정원은 크게 강화되어 내정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정치적 의도로 권력을 전횡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넷째, 세금 면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1% 부자를 위한 종부세 완화를 강행해서 사실상 종부세를 폐지해 버렸다. 그리고 양도세도 크게 완화해서 적극 투기를 부추기고 나섰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정부’의 면모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세입이 줄고 재정이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두부세를 신설하고 부가세를 제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를 위한 부자의 정부인 것이다.



‘강부자 정부’가 만든 ‘서민 지옥’

다섯째, 복지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장애인 수당, 노인 의료비 지원 등의 필수적인 복지예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강부자 정부’가 부자를 위한 감세안을 강행한 필연적 결과이다. 이 때문에 ‘부자 천국, 서민 지옥’이라는 말조차 만들어졌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열성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은 이 나라의 기형성을 잘 보여주는 대단히 기이한 사회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저출산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복지의 악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여섯째, 생활 면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크게 대두되었다. ‘광우병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문명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불안을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다. ‘광우병’은 절대적인 위험으로서 철저한 예방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을 강행해서 절대적인 위험인 ‘광우병 위험’을 모든 국민에게 강요했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생활정치가 전면적으로 분출하게 되었다.

일곱째, 이명박 정부는 멀쩡한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초유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경제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편파적인 대응이 위기를 더욱 더 악화시켰다. 또한, 재벌의 숙원과제인 금융산업의 규제완화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망국적인 토건경제와 투기경제를 단군 이래 최악의 상태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그 단적인 예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반대가 격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있다.

여덟째, 노동 면에서도 참담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던 것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비정규직 수는 850만 명을 넘었고 실업자 수는 100만 명을 넘보게 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는 법을 강행했으며, 여기서 나아가 최저임금을 줄이는 사상 초유의 정책마저 강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아홉째, 교육과 관련해서 일제고사를 강행해서 교육경쟁을 극단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미 망국적인 상황에 이른 사교육비 문제는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 중산층조차 막대한 사교육비를 충당하느라 사람답게 살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기형적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은 학생들과 학교들을 모두 서열화해서 교육경쟁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후진적인 서열화 교육을 강화해서 교육과 사회를 모두 위태롭게 하고 있다.



독재화 치닫는 추방과 장악 정책

열째, 이명박 정부는 언론을 장악해서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 경찰력을 동원하는 식으로 폭력적으로 KBS를 장악했다. 이어서 MBC를 장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MBC <PD수첩>에 대해 끝없이 공격을 퍼부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엄기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MBC를 장악해서 전면적인 ‘땡박뉴스’를 방송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그것은 그저 ‘독재화’의 생생한 증거일 뿐이다. 한국의 언론자유는 이미 크게 악화되었다.

열한째, 이명박 정부는 통신도 적극적으로 규제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에 대해 엄청난 규제권력을 행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를 내세워서 사실상 검열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받고 있다. 검찰은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는 만행조차 저질렀다. 여기서 나아가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악해서 인터넷에 이어서 휴대전화까지 완전히 통제하려 하고 있다. 통신비밀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자유권조차 전혀 보장되지 못하는 후진적인 상태로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갈수록 중국이나 이란과 비슷해지고 있다.

열둘째,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더욱 더 강력한 통제가 강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불순세력’의 폭력행위로 매도하면서 시민들과 소통은 하지 않고 오히려 시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시민단체의 집회는 사실상 원천봉쇄되고 있으며 폭력적인 ‘보수단체’의 ‘관변 집회’는 적극 조장되고 있다. 광장은 또 다른 벙커로 전락한 상태이다. 광장의 폐쇄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열셋째, 문화 면에서도 암담한 개악이 강행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흔히 ‘개독’이라 불리는 보수 기독교와 강력히 결합되어 있다.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욕설을 내뱉고, 학부모에게 세뇌됐다는 몰상식한 발언을 해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말 놀랄 일은 문화를 ‘이념’과 ‘정권’의 도구로 여기고 무모한 추방과 장악의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이제 영화관에서 ‘대한 뉘우스’ 방식으로 ‘4대강 죽이기’를 홍보한다니, 이명박 정부는 정녕 ‘이명박정희 정부’를 꿈꾸는 모양이다. 

열넷째, 이명박 정부의 시민단체 정책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화와 함께 설립된 다양한 시민단체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며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거의 모두 끊겼으며, 후원자들에 대한 탄압도 강력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 핵심에 국정원과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에 반해 ‘뉴라이트’를 비롯한 각종 ‘보수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보조금을 풍족하게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신이나 5공이 자꾸 생각나는 후진화의 풍경이다.

 
신자유주의 토건세력, 생각 대로, 원하는 대로

단순히 정권이 바뀐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우리는 ‘총체적 후진화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사상, 집회, 통신 등의 자유권, 건강하게 노동하고 그 댓가를 충분히 받는 노동권, 구성원으로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복지권, 다양한 가치와 내면의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권, 안전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환경권이 모두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강력한 신자유주의 토건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총체적 후진화’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4대강 죽이기’이다. 실제로는 모두 18개의 주요 강들을 죽이게 될 이 파국의 사업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많은 지역이 정말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절대적으로 불가역적인 문제이다. 사전예방 외에는 어떤 사후대책도 불가능한 문제인 것이다. 이 때문에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이 2008년 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생명의 강 순례’, ‘오체투지 순례’를 펼쳤으나 이명박 정부는 오불관언이요 막무가내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토건세력은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했으니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건 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거리에서 펼치는 대중운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선거로 수렴되어 실질적인 권력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의 중요성을 직시해야 한다. 선거를 통한 권력의 개혁, 그리고 권력의 개혁을 통한 사회의 개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좋은 사회’의 목표, 그를 위한 과제, 그에 이르는 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확립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몇 해 전부터 ‘생태복지국가’를 제안해왔다. 여러 제안들이 폭넓게 논의되어 ‘좋은 사회’를 향한 실질적인 연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