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7월 2009-07-01   852

2009희망 복지학교_살갗으로 느끼는 복지



살갗으로 느끼는 복지


김지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희망복지학교 2기 이틀째가 되던 날.  드디어 기다리던 현장 방문의 시간이 찾아왔다. ‘캠퍼스 밖 복지이야기’란 표어와 같이 학교 밖에서 ‘우리들 몰래’ 생존하는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현실을 대면하고 그 이야기 속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 우리들이 강조하는 전문성 함양의 일환으로 캠퍼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론들의 학습과 습득의 증명으로 나타나는 학점이란 결과물에 매달리며 울고 웃는 우리들에게 사실과 현실을 ‘느끼지’ 못했던 차가운 가슴이 달구어 질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부근,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서울의 한 복판 뒤쪽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동자동의 쪽방촌이 있다. 그곳에서 지역민들의 권리 수호와 복지를 위해 숨쉬는 ‘동자동 사랑방’과 쪽방촌 주민들이 오늘 우리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화자들이다.  

서울역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걸으니 마치 한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공간인 듯한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골목길의 여인숙 간판들 속에서, 왼쪽 한 켠 ‘동자동 사랑방’이라 새겨진 조그마한 나무 팻말을 만날 수 있었다.

쪽방촌에서 3년간 거주하며 주민들과의 직접적 소통을 통한 활동을 해오다 장사를 시작하려던 마음을 거두고 그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삶을 이루고자 사랑방을 설립하신 엄병천 대표님. 사회복지 학도로서 제도화된 복지체계 속 한계성을 직면하고 자신의 복지인생을 걸어가고자 사랑방을 선택하신 문세경 사무국장님. 한때, 노숙생활을 하시다 지금은 동자동의 노숙인 재활 전도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한울타리 이태헌 대표님. 각자 이곳에 도달한 과정은 달랐으나 그들은 지금 이곳에 함께 있다.  

쪽방체험에 앞서 사랑방에 대한 대표님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사랑방은 기존 복지단체가 하는 서비스 제공 위주의 사업보다 쪽방촌 주민들이 쟁취해야 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는 곳이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일정한 크기의 빵을 쪼개어 줄 수밖에 없는 제도권 기관들이 할 수 없는 일, 규격화 되고 때론 달고 때로는 짠 빵을 거부하고 “그 빵은 우리의 빵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더불어 당사자들이 스스로 외칠 수 있도록 정보와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 사랑방의 주요 역할이다. 

우리는 3개조로 나뉘어 쪽방체험에 나섰다. 엄 대표님과 함께 처음 도착한 곳은 어느 5층 건물.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시커멓게 얽혀 있는 굵은 전선들은 쪽방의 대표적 상징처럼 보였다. 3층 쪽방에서 질병으로 인해 1주일에 3번, 1회에 4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으신다는 아주머니와 만남을 가졌다. 신장 투석으로 인한 상처인지 질환으로 인한 증세인지 알 수 없으나 아주머니의 팔은 피부가 짓눌려 부풀어져 군데군데가 울퉁불퉁하였다. 생계급여를 통해 생활을 영위하며 질병과의 싸움을 계속하시는 아주머니의 삶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급된 금액은 고작 40만 원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고사하고 오늘의 삶을 살아가기조차 힘든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원대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외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쪽방체험 첫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신 아주머니는 다음 쪽방으로 이동하는 우리에게 살얼음이 낀 캔 커피를 하나씩 쥐어 주시며 사회복지를 전공한다는 학생들을 향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하신다.

“아, 사회복지 한다는 학생들이니까 지금 잘 보고 앞으로 잘 해줘. 지금 우리들 사는 모습들 많이 보고 앞으로 학생들이 꼭 잘 해줘야해. 고마워~ 고마워~” 

캠퍼스 안에서 사람을 위한 공부가 아닌 학점을 위한 공부를 하였던 우리들에게 아직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네어 주신 캔 커피와 “고마워”란 진심어린 말씀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선불요금이자 저축이다. 이후 ‘사회복지학도’에서 벗어나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갈 어느 때 쯤, 아주머니께서 찾아와 저축하신 캔 커피와 감사의 표현을 인출하길 원하실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돌려 드릴 수 있을 것인가?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조차 돌려드릴 수 없는 불행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리라 다짐해 보며 가슴속 한켠에 담아둔다.  

이 후 몇 군데의 쪽방과 동자동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 사랑방의 주 1회 영화 상영이 이루어지는 ‘새꿈 어린이 공원’을 거친 뒤 무료 급식소가 운영되고 있는 ‘인정 복지관’으로 향했다. ‘인정 복지관’ 앞의 길을 기점으로 반대편에는 이미 바리케이드가 세워져 있다. 쓰나미와 같은 잠식성을 가진 거대 자본의 상징물처럼 존재하는 바리케이드는 지금이라도 곧 동자동 쪽방촌을 집어 삼킬 듯 보인다.

쪽방체험을 마치고 사랑방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엄 대표님은 많은 주민들을 만났다. 그 중 희망근로를 마치고 돌아오시며 문화상품권을 곧 받을 것이란 한 아저씨의 말씀에 엄 대표님은 외치신다.

“아, 대통령 월급도 상품권으로 주라 하지.”   

같은 공기로 숨 쉬어보지 아니한 사람은 그 공기의 향내를 알 수 없다. 사회복지는 더더욱 그러하다. 가치와 이념이 녹아들 통로를 찾지 못한다면 그저 명시적 문구와 우리만의 이야기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이야기 속에 우리의 지식과 열정이 녹아들 때 복지의 생명은 잉태되기 시작한다.
 
“캠퍼스 속 학우들아! ‘밖’으로 나오자. 나와서 함께 숨 쉬며 이곳의 향내를 맡아보자! ”
 
“동자동 사랑방은 가난한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 하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을 중시하고 사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곳이 동자동 사랑방이 존재해야 할 곳 입니다.”   -엄병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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