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2월 2009-02-01   1582

서평_약리학자가 바라본 커피 한 잔의 힘




약리학자가 바라본
                  커피 한 잔의 힘



박철우
서울 통인동 ‘커피공방’ 로스터



로스터를 난처하게 하는 커피의 건강학

날콩 상태의 커피를 볶아 원두커피로 제조하는 일을 하는 로스터(커피 볶는 사람)들은 종종 커피의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곤 한다.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가는 바로 당신이라는 기대감으로 바에 앉아 질문을 던지는 고객들의 궁금증을 어떻게 하면 풀어줄 수 있을까가 항상 로스터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인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들 중에는 정석의 답변을 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어떤 커피가 좋아요?” “이 기구는 어떻게 써요?” “냉장고에 커피를 보관해도 되나요?” 같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로스터를 정말로 난처하게 하는 질문들도 있다. 바로 커피와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이 대표적이다.

매장에서 커피를 판매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커피를 드시지 못하는’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데, 커피를 마시면 가슴이 뛰거나 잠을 자지 못한다든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동료나 친구와 함께 카페를 찾긴 하지만 정작 커피는 드시지 못하는 이러한 분들을 접할 때마다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신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엇임을 실감하게 된다.

더구나 커피가 일상적으로 대량 소비되다 보니 커피의 기능 또는 유해성에 대한 보도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그런 기사가 나온 후에는 커피가 몸에 좋은가 나쁜가라는 아주 고전적인 논쟁이 손님들과의 대화 주제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커피에 대한 수많은 연구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커피의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커피의 생산(볶음, 로스팅) 과정에서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만으로도 수백 가지의 화학변화가 발생하고(고작 10여 분의 시간 동안이다) 아직 그 효능이 규명되지 않은 수많은 화학성분들이 원두커피에 남게 되다보니 여전히 연구는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현장의 종사자들에게 커피와 건강의 문제는 슬쩍 피해갈 수밖에 없는 영역으로 남고 있다.



커피가 가진 힘


그런데 이러한 모호한 상황을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의 약리학자 오카 기타로가 예방의학의 관점에서 이전의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커피 한 잔의 힘(도서출판 시금치)』은 커피의 역사와 수백 년 간의, 특히 현대의학에서의 연구 성과를 쉽게 정리하고 있다.

커피는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 약리적 효능을 인정받아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정작 오늘날 커피를 선전하는 문구들에는 “‘건강’이라는 단어를 전혀 쓰지 않고 ‘깊은 맛’이나 ‘갓 볶은’ 등의 감정에 호소하는 단어들(7쪽)”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어쩌면 “인류의 절반 이상이 매일 마시는 커피를 구태여 ‘기능성 식품’이라고까지 불러야 할 이유(42쪽)”가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정리한 커피의 성분이 몸과 반응하며 발생하는 변화들을 따라가다보면, 무심코 마신 커피가 나에게 일으킨 효과들이 떠오르며 무릎을 치게 되는데, 커피가 단순한 기호음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음을 상상하게 된다. 혹 커피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다면 나만을 위한 커피 음용 기준에 대한 힌트를 이 책의 2부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각성의 음료, 건강의 음료?


사실 커피를 상징하는 화학 성분인 카페인의 구체적 효능(이뇨작용, 각성작용, 항염증작용)이 현대의학으로 규명되기 시작한 역사는 백 년이 채 되지 않는다. 커피에 설탕과 우유가 들어간 지는 400년이 채 되지 않고, 커피가 유럽으로 전파된 역사도 5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탄생부터 약리작용과 떼어낼 수 없었던 각성의 음료 커피는 주로 그 매력적인 맛과 향으로 인해 20세기 이후 전지구적 음료로 애용되고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머지않아 제약회사가 만든 건강 음료로서의 캔커피를 실생활에서 접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 “연구의 진전에 따라 변할 수(151쪽)”는 있지만, 커피는 이미 당뇨와 고지혈증, 파킨슨병, 간과 관련된 질환 등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역학적으로 규명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적 친밀도와 생활습관, 비용과 가치의 문제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면 의료경제의 관점에서도 각광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음료로 다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커피 홀릭을 위한 대화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커피에 대한 화제는 언제나 반갑다. 이 한 권의 책이 커피의 맛과 향을 사랑하는 수많은 커피 홀릭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커피는 “지금까지 커피를 사랑하고 더 맛있는 커피를 탐구해온 사람, 여태까지는 커피를 그다지 마시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건강을 위해 마시려고 생각하는 사람…(8쪽)” 모두에게 열려 있고 당신의 육체적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덧붙여 이 책의 1부에 있는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도 읽어보기를 권유하고 싶다. 수많은 커피관련 출간물의 시작은 언제나 커피의 역사였지만, 『커피 한 잔의 힘』이 정리한 커피의 역사는 커피의 사회적 관계까지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더구나 술술 읽혀가는 재미까지~!


박철우 님이 로스터로 있는 ‘커피공방’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있습니다. ‘익숙해질수록 참 재미있는 곳’ 커피공방은 ‘아기의 숨결처럼 부드러운 커피의 향기와 온갖 삶의 굴곡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날카로운 맛에 반해버린 사람들이 몇 개월에 걸친 수공작업을 거쳐 탄생시킨(커피공방 블로그 소개글 중에서)’ 공간입니다. 길 가다가 들러보세요. 로스터가 기분 좋은 날엔 커피를 공짜로 준답니다. ^ ^ http://blog.naver.com/coffeenalda 02-725-9808


-책소개-

<커피 한 잔의 힘>
| 오카 기타로 지음 | 이윤숙 옮김
| 도서출판 시금치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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