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2월 2009-02-01   957

참여연대는 지금_경찰의 정권 사병화를 걱정한다




경찰의 정권 사병화를 걱정한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


2009년 1월 20일 이른 아침,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 5층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혹하고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철거민들을 새벽에 테러진압 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물대포를 이용해 강제진압을 강행하다 일어난 참사이다. 이번 용산 참사는 떼를 쓰는 시민들에게 본때를 보이겠다는 이 정부의 강경기조와 경찰의 사병화가 불러온 예고된 사건이다.



정당한 공권력은 사라진 지 오래


현재 용산 참사의 진상과 원인을 두고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점이 대부분이다. 경찰과 검찰은 용산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과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에게 미루고 있지만 사건의 본질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이다. 그렇다면 왜 경찰은 건설회사와 재개발조합을 한 축으로 그리고 세입자와 철거민을 한 축으로 한 민간인 간의 대립에 전격적으로 테러진압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특공대가 전격적으로 투입되었을까?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에 따르면 이번 참사가 일어난 용산 4구역 재개발에서 건설회사인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등이 차지하는 개발이익이 몇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강제철거와 재개발이 급격하게 진행되었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주민들과 세입자들은 철거민이 되어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철거가 늦어지고 개발이 늦어질수록 대형건설회사와 개발업자들의 이익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러한 자본의 이해에 적극 장단을 맞춘 정권은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아래 철거민들의 저항을 조기에 처리할 필요가 있었고, 농성 시작 세 시간 반 만에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경찰이 정권의 사병이자 자본의 사병으로 활용된 것이다. 특히 경찰이 재개발조합이 고용한 용역깡패들과 합동으로 작전을 펼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이 아니라 정권과 자본(재벌)의 사병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최고 책임자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심지어 전현직 경찰관모임인 무궁화클럽의 전경수 회장마저도 “이번 참사는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의 과잉 충성심 때문에 불거진 참사”라며, “불상사를 줄인다는 원칙을 망각하고 경찰권을 행사한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위법성이 드러나면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조차 정권과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의 하나임을 지적한 것이다. 공권력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용산에서 공권력은 정권과 자본의 이해에 맞춰 국민들의 생명을 짓밟았다. 용산 철거민 농성 현장에 투입된 경찰력은 경찰 제복을 입었지만 공권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민중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는 경찰


경찰은 이미 지난 해 촛불시위에 대한 진압과정에서 공권력으로서의 정당성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광우병대책회의 등의 추산에 따르면 경찰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한 시민이 1,500명을 넘었고, 경찰에게 폭력을 당해 부상당한 시민은 2,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찰이 여대생을 집단폭행하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었으며, 물대포와 소화기 등을 마구잡이로 쏜 것이 확인되었고, 심지어 촛불시위대를 검거한 경찰관에게 연행자가 불구속될 때 1인당 2만 원, 구속되면 1인당 5만 원씩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포상금을 내걸어 비난 받은 바 있다. 경찰들의 일상적 활동으로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대응이었다. 결국 경찰의 강경한 촛불시위 진압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정권을 지키지 위한 폭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경찰이 정권의 사병 역할을 하는 것이 이번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멀리 일제시대를 걸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시대 경찰은 국민을 보호하는 정당한 공권력이라기보다는 정권의 사병 노릇을 해왔다. 경찰은 강도나 도둑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감시하는 정권의 충복이었다. 또한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보다 반정부 인물과 단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시국사범을 잡는 정보과나 대규모 학생시위나 노동조합의 파업을 효과적으로 진압한 경비과 출신 경찰들이 득세했다고 한다.



정권유착이 출세의 발판


어청수 전 경찰청장은 청와대 치안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에 맺은 인연이 고속 승진의 발판이었다고 한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2월 현재 치안감 이상의 직위를 가진 33명의 고위간부 중 대통령실(구 대통령비서실)에 파견근무를 하거나 인수위에 참여한 간부는 12명, 정보관리부장이나 보안부·국장을 지낸 소위 정보통이라 할 수 있는 간부는 13명에 이른다. 권력 가까운 곳에 있었거나 권력이 필요로 하는 정보업무와 관련된 인사가 고위 경찰의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이 권력자의 뜻을 받들고 권력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정권의 사병 역할을 할 때 지휘관들의 출세는 보장될지 모른다. 현 정부 들어 그러한 추세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의 정권 사병화가 심해질수록 도둑과 강도를 잡는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지, 국민들로부터 정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바람과 달리 경찰 고위 간부들의 개인적 출세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경찰을 정권의 사병으로 썼던 과거의 독재정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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