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1월 2009-01-01   450

특집_기로에 선 남북관계, 2009년 향방은?




기로에 선 남북관계, 2009년 향방은?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무 사무총장


정세전망을 한다는 것은 항상 어려운 문제이지만 2009년의 남북관계는 정말 예측불허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난감할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하다. 



악화일로 걸어 온 남북관계 1년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시정부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고, 그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 한-미, 남북관계의 세 축을 중심으로 한 정세의 기본틀이 크게 변화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한반도 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 흐름에서 일정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북미관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는커녕, 오히려 분단 이데올로기를 가속화하며 자신의 정권 기반 강화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현상적으로는 인도적 대북지원과 남북경협만큼은 지속화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지난 10여 년간의 남북화해협력 흐름을 중단시키고, 냉전회귀정책으로 복귀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진심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도 북미관계에 대한 큰 변화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대화도 협력도 거부할 것은 명확하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남북관계가 잘 풀려나갈 리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2009년 중후반기 정도까지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거듭할 것으로 보며 ‘개성공단마저도 실질적으로 무너지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너무 비관적인 견해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러나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황을 냉정하게 되짚어 보고 그로부터 우리의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또 2009년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이것이 남북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 뜻은 아니다. 그러면 예측 가능한 남북관계의 경로를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자(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현대아산을 비롯한 금강산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을 하는 상황, 6자회담을 비롯한 모든 외교관계에서 일본과 함께 한국이 왕따를 당하게 되고, 남북관계의 단절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이런 가운데 한반도 종전 선언을 둘러싼 북미정상회담이라도 전개된다면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이명박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까? 그 때쯤 되면, 아마 10·4수준에서 남북관계를 재개하겠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지금 전개되는 남북 양 정부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중대한 판가리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이며, 어느 일방이 자신의 정책을 전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쉽게 타협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명박 정부에게 북을 항복시킬 무기는 없다. 북을 정치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던 부시행정부마저 결국 테러지원국을 해제하고 북과 대화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이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국 이것저것 다 해보았자, 북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명박 정부에게 무슨 무기가 있을까? 기껏해야 쌀 비료 지원을 중단하고, 민간교류를 가로막는 정도로 북한이 갖가지 형태로 자신의 체제를 공격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적을 올려주기 위한 대화의 마당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지금 남북의 대화단절은 작년 10·4 수준에서부터 남북관계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필연이 이미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남북관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북의 양 정부가 기싸움을 하는 사이 통일단체들이 마냥 대책없이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다면, 그리고 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10여 년 세월 꾸준히 성장해온 평화애호세력, 통일애국역량이 자기 활동의 목표와 전투력을 상실한다면, 다시 조성되게 된 평화정착의 계기, 남북관계 발전의 결정적 계기도 제대로 활용할 힘이 없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의 NGO 길들이기는 심각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모든 NGO 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숨 막히는 남북관계 속에서 평화단체 통일단체들의 겨울나기를 잘 보내는 문제,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닌 남북관계 회복의 그날을 앞당기며, 더욱 쉼 없이 전진해야 하는 과제는 참으로 중요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대북 민간교류마저도 어렵게 만든 정부

어떤 사람들은 민간교류야 큰 부침 없이 지속되고 있으니 남북 간의 힘겨루기가 미치는 영향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한다. 머지않아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데 따라 남북관계도 풀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잠시 주춤했던 평화운동, 통일운동의 토대도 가속도를 달고 풀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심각성은 양 정부 간 대화 단절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며, 실제 정부 유관부처, 지자체, 모든 NGO의 평화활동 통일운동에 일대 혼란을 조성하며, 거의 모든 개혁적, 평화적, 민족적인 움직임들을 초토화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보도록 하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거의 죽었다가 기사회생한 통일부는 올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존의 통일정책’에 따라  민간차원의 경협과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구체화하는 통일부의 정책은 얼핏 지난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지난 정권과는 크게 달라진 양성으로 전개되었다. 

지난 10년간 민간단체의 활동은 정부와 함께 남북관계를 견인하는 두 수레바퀴였으며,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의 활성화야말로 정부가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와 화해 메신저로서 자리매김되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통일부의 대 민간정책은 대북지원과 사회문화교류를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지난 정권의 ‘화해협력’과 다른 ‘상생과 공존’이라며 요소요소에서 형식요건의 강화, 절차의 강화, 모니터링의 강화를 요구하며, 정부가 제시한 기준과 원칙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협력사업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어왔다. ‘대북 인도적 사업단체’들을 지원하는 매칭 펀드 형식의 교류협력기금 배정에서는 정부차원의 잣대라는 지극히 애매한 기준에 따라 수십 억을 배정하는 단체부터 기금배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단체까지 천차만별의 양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결정된 기금마저도,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예를 들면 서류상의 온갖 핑계를 대며 보완서류를 다시 제출하라는 식의 보완 방식) 몇 달씩 집행을 미루는 것도 일상적인 문제로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지원단체들은 북과 합의한 여러 가지 사안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연기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지원 후 이루어지는 사회문화교류사업도 중단되거나 위축되어 갔다. 이뿐만 아니다. 대북반출허가와 방북승인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기준이 강요되었고, 이러한 사태에서 북 또한 허가된 사안은 혹시 ‘이명박 정부의 그 어떤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서 색안경을 쓰고 남쪽의 민간단체들을 대하는 풍토가 강화되었다. 정부 간 대화가 막히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북지원기금을 만드는 사업은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통일부의 정책은 민간단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길들이기,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으며 가능하면 각 민간단체들의 특성을 존중하여 남북민간교류를 다양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따르는 민간단체들만 일방적으로 키워주는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민간단체들의 활동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관계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만들고, 남북의 다양한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는 일이 앞으로 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전에 그 누구라도 금강산과 개성, 평양을 갈 수 있었으나, 이미 금강산도 막히고 개성 관광도 중단되었으며 이제 평양 방북 팀도 이래저래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을 만들어가는 일은 누가 담당할 수 있을까! 2009년의 통일부의 민간단체 지원행정은 사실상  눈치 보기 행정, 웃분들로부터 지적 안 받기에만 정신없는 관료행정이었으며 더 나아가 남북관계 활성화의 최일선 보루인 민간단체들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경색에 단단히 한몫을 한 훌륭한 공무원들이었다.


한반도 리스크에 주목하는 세계

요즘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민감한 경제분야에서도 남북관계의 경색은 정말 큰 문제가 된다. 금강산 개성 관광중단도 참으로 기막히는 일이지만, 개성공단까지 중단될 경우, 예상되는 사태는 엄청나다. 현재 중단되어 있는 금강산 관광 협력업체만 200여 개에 달하고, 개성에는 이미 운영 중인 88개의 기업과 입주예정인 50여 개의 기업, 또 이 업체들의 협력업체만 3,000여 개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벌써 주문이 취소되고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막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절망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문제가 단지 이들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남북화해협력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이 막힘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이미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은 한반도 긴장상황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 신인도 평가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


정부, 한반도 평화정착 걸림돌 되지 말아야

부시행정부 하에서 한국정부는 북미대화와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했으며 북미대화와 6자회담의 진전에 긍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시행정부 하에서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심각한 대결양상이 펼쳐졌을 때, 한국정부는 북미대화와 협상을 촉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했으며,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 정부에서의 북미관계에서 이명박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번 12월 8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회의에서 보여준 한국정부의 태도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한국정부는 지난 10월 북미양자협의에서 합의된 정신과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함으로써, 가장 강경한 입장으로 북한을 압박하였고  6자회담을 파탄시키고 북미대화와 협상의 방해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라

우리 국민들은 그 누구도 남북관계의 경색을 바라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도 이를 의식해 공개적으로는 북과 대화를 하겠다는 발언을 남발한다. 그런 이명박 정부의 태도를 보며  이럴 때야말로 남북 대화의 끈을 잇는 특사의 역할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기대도 생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남북관계의 양상은 절대 특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북한 무시정책, 인도적 지원을 빌미로 북의 구걸을 강요하고, 북 체제를 비판하는 북한 살포용 삐라를 막기는커녕, <북한 인권법> 등을 통과시켜, 탈북자 지원과 북한 민주화론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북을 겨냥한 군사비를 증액하고, 군사훈련을 강화하며, 지난 정부의 남북대화의 성과를 모조리 부인하는 각종 대북비방 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진전은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경우, 한반도 평화와 우리 경제 살리기, 장차는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역할까지 송두리째 소멸되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중시하고, 그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의 전환만이 남북관계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체이자 핵심이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민간차원의 다양한 평화활동과 통일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냉전회귀정책, 한반도 분단 강화정책이 오히려 대중들의 냉엄한 평가를 받아 정책을 전환할 수 있도록 국민적 여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은 평화단체·통일단체 등 모든 NGO의 활동이 이명박 정부의 민간단체 길들이기 정책에 민간의 자율성을 옹호하고 단결하며, 이 어려운 정세를 돌파할 태세를 갖출 때이다.


2009년 한반도에 평화 정착하는 극적 계기 마련될지도

필자는 2009년 가을쯤에 10만 명 정도의 군중이 자발적으로 자기내용을 가지고 참여하는 통일엑스포 같은 꿈을 꾸어본다. 작년 10·4선언을 기념하는 1주년 행사는 그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다. 6·15, 8·15통일행사가 진보진영, 통일운동단체 중심의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는 행사였다면 10·4는 대중들이 모두 참가하는 다양한 행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박람회 형식인 것도 괜찮지 않을까? 치과 선생님들은 아이들 치아 검사를 해주고, 청소년들은 통일퀴즈 골든벨 행사를 하며, 초등학생들은 통일신문 경진대회를 하고, 아줌마들은 통일노래가사바꿔 부르기 전국 노래자랑을 하고, 지원단체들은 자신의 홍보부스를 만들고, 평화단체들은 평화캠페인을 하고… 학자들은 토론회를, 화가들은 미술전을,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부문별 지역별 단체별로 기획하고, 모든 행사들은 통일박람회로 모아낸다면, 정말 신명나는 통일문화축제판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명박 정권이 한참 기세를 올릴 2009년의 정세 속에서 우리 NGO들이 마음을 모아,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거대한 통일축제를 벌이자고 제안하는 것도 정말 괜찮은 도발이지 않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남북관계이지만 지난 10년간 구축되어온 평화애호세력들, 통일애국역량들의 활동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단결한다면 아마 이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 극적인 전환을 맞을 수 있는 날도 한층 가까워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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