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0월 2009-10-01   975

아카데미 느티나무_ 가장 약한 사람들의 외침, 세상을 바꾸다



가장 약한 사람들의 외침, 세상을 바꾸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서평을 쓰기 위해 『인권을 외치다』를 펼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책이 참 깔끔하고 단아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었다. 그 후 내용을 읽어가면서 든 생각은 책이 참 옹골차고 내실 있다는 느낌이었다. 겉과 속이 모두 알차고 성실하다. 이 책은 인권을 새롭게 알기 위해 적당한 입문서를 찾는 사람과, 인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적절한 정리용 텍스트를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잘 만들어지고 속이 꽉 찬, 그러면서도 초심자나 전문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자료…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책은,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결코 흔하지 않은 법이다. 무엇이 이 책을 그러한 경지에 오를 수 있게 했을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이 책은 역사적 인권문헌의 집대성이라는 점에서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도서다. “인권 공부는 인권사 공부”라는 말이 있다. 인권이 발전되어 온 과정을 반추하면서 그것을 따라 먼 길을 함께 걸어보는 것이 진정한 인권공부라는 뜻일 게다. 『인권을 외치다』는 바로 그러한 목적에 잘 부합되는 책이다. 인권의 발전 역사를 통해 이정표가 되었던 핵심 인권 문헌들 39편이 빼곡히 한 자리에 정리되어 있다. 이 문헌들이야말로, 아니 이 문헌들의 저자들이야말로, 근대 이후의 인권운동을 온 몸으로 전진시켰던 이들이다. 이쯤해서 우리는 왜 이 책의 부제가 “가장 낮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열망으로 바꿔온 인권의 역사”로 되어 있는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이름 없는 인권의 저자들이 땀 흘린 기록이 바로 인권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평자도 인권을 공부해 왔지만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흥미있는 문헌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디거스들이 17세기에 지은 “뒤엎어진 세상”이라는 글을 20세기에 재구성 해놓은 레온 로젤슨의 말을 들어보라. “사적으로 갖기 위해 땅을 사고팔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부동산 광기로 얼룩져 있는 우리 사회를 향한 예언적인 경고처럼 들리지 않는가?  

둘째, 인권이론과 인권운동에 능통한 인권운동가에 의해 집필된 책이다. 그래서 문헌의 선별과 해설의 수준에 대해 독자들은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39편의 꼭지마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이 붙어있다. 역사적 배경, 문헌의 의미, 오늘날에 주는 함의 등 해설만 읽어도 큰 자산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인권 공부가 발전한 나라에서도 잘 찾아보기 어려운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책이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에 따라 몇 개의 모둠으로 구분되어 있으므로 일종의 테마별 인권발전사를 익힐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인권문헌을 찾고 읽고 정리하고 해설해 온 저자의 내공이 한 눈에 보이는 노작이다.   

셋째,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전공한 영문학자(진영종 성공회대 교수)의 철저한 감수를 거친 책이다. 인권을 전공한 인권운동가와 텍스트 비평과 번역의 전문가가 힘을 합친 결과 아주 고밀도의 충실한 역사적 인권문헌이 탄생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문헌의 내용으로 읽어도, 텍스트의 완성도로 읽어도 양쪽 모두 손색없는 저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충실성faithfulness과 가독성readability 모두에서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인권서가 등장한 것이다.

『인권을 외치다』를 읽고 있던 중 평자는 이 책의 저자가 참여연대 아카데 느티나무가 주관하는 <류은숙의 인권문헌읽기> 강좌를 진행한다는 말을 들었다. 프로그램을 찾아 보았더니 8회에 걸쳐 세계의 인권문헌을 샅샅이 훑어볼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을 기본 텍스트로 해서 강좌가 진행될 것 같은데 ‘저자 직강’으로 인권사를 공부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된다면 무조건 수강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이 책의 문헌을 한편 한편 읽으며 인권의 나지막한 외침을 마음 깊이 삭여본다면 그 얼마나 만족스런 독서경험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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