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9월 2009-09-01   877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참여연대 창립15주년을 돌아보다


참여연대 창립15주년을 돌아보다

세상을 바꾼 15개 키워드



최현주 참여연대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진 정김신호 자원활동가



참여연대 15주년을 맞아, 15개의 키워드를 통해 참여연대의 지향과 가치가 담긴 작은 책을 만들어 오는 9월 15일 참여연대 후원의 밤에 오신 분들께 나눠 드릴 것입니다. 아래 글은 책에 담긴 참여연대가 세상을 바꾼 15개 키워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01
5475일의 꿈 : 함께 꾸는 꿈, 현실이 되어 가다

창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흔들리지 않고 참여연대가 믿었던 것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진리입니다. 독일의 한 시인에게서 얻은 이 귀중한 문구는 가진 것 없이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가진 참여연대를 움직인 동력이었습니다. 그 동력으로 한국사회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02
5g의 무게 : 세상을 바꾼 한 장의 문서

A4 한 장의 무게는 4.5g~5g. 불과 5g 미만의 종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3층 회의실 벽면에는 ‘세상을 바꾼 이 한 장의 문서’로 이러한 빛나는 순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기껏해야 종이 몇 장입니다. 이슈리포트나 정책제안서로, 논평과 성명으로, 보도자료로, 그리고 공개질의서나 공문으로, 입법청원서와 소장으로, 깃털보다 가벼운 이 재료로 참여연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모니터하고 견인해 왔습니다. 연금술사의 마법에 비견할만한 재주입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하얀 백지를 채워가는 과정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지독한 디테일, 참여연대의 스타일입니다.

03
느티나무 : 그 나무가 어디에 있는 나무입니까?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2번지 지하 1층에는 느티나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방이 있습니다. 왼편은 콘크리트 벽으로 오른편은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네모난 방입니다. 비상구 알람 이외에는 한 줌의 초록색조차 갖지 못한 이 공간이 어쩌다가 나무의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요? 연원은 안국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안국빌딩 신관 2층에 참여연대는 환경운동연합과 공동 출자해 <철학마당 느티나무>라는 카페를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철학이 붙은 이름 때문에 사주나 점을 보러 오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2007년 8월, 참여연대가 종로구 통인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가장 넓은 공간은 시민과 만나는 강당으로 정하고, 당연히 그 공간의 이름은 <느티나무>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시민교육기관의 이름도 <느티나무>로 붙였습니다. 사람과 이야기가 머무는 곳, 통인동 <느티나무>는 어느덧 시민사회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04
감시라는 햇살 : 좋은 권력을 만들기 위한 만인의 지혜

정부가 알아서 잘 할텐데 왜 나서서 사사건건 방해하느냐. 종종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과연 알아서 잘 할까요? 멀리 지난 일을 돌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도 벌어지는 권력형 부패와 전횡의 피해를 떠올린다면, ‘감시와 참견’의 필요성은 분명하지요.
우리 집 곳간이 음습해서 곰팡이가 생기고 쥐나 벌레도 생긴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설상가상, 우리가 고용한 곳간지기는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서야 할까요? 주인입니다. 주인이 나서서 곳간에 햇살을 비추고 곳간지기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도록 지적하고 채근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곳간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지혜도 짜내야 합니다.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의 감시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감시는 햇살입니다. 햇살은 사후 치료제도 되지만, 사전 예방제의 기능도 합니다. 참여연대가 표방하는 권력감시의 본질은 <좋은 권력을 만들기 위한 만인의 지혜>입니다. 


05
권리라는 열쇠 : 품고 있던 상자를 열다

품고 있던 상자를 열자,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이 마구 튀어 나왔습니다. 굵직한 사회 현안에 밀려 늘 조연 취급을 받았지만, 사실은 상당히 고통스럽던 것들이었죠. 참여연대는 이들을 바로 주인공으로 모셨습니다. 그리고 ‘작은권리찾기운동’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일상적인 권리 침해 외에도, 국민의 삶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권리’라는 열쇠를 확인하자, 봉인되었던 상자들이 곳곳에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국민 모두는 그 열쇠를 손에 쥐고 태어났음을 한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국민은 잊지 않으나, 권력은 종종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인내심 있고 현명한 국민이 헌법을 보여주면 될 것 같습니다.


06
평화라는 공기 : 필수 불가결한, 거저 누릴 수 없는

왜요? 사람들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창립 9년차인 참여연대가 평화군축센터를 발족하자 사람들은 권력감시운동을 하던 단체가 왜 뜬금없이 평화운동이냐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참여연대와 평화운동과의 조우는 필연적이었습니다. 참여연대가 참여민주주의를 확장과 실현을 위해 활동하면서, 냉전 분단체제와 마주 서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가 펼치는 참여민주주의와 인권은 물론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는 평화라는 공기가 있어야 살아 숨 쉴 수 있지 않을까요? 공기라는 것이 그렇듯, 평화도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가치입니다. 동시에 거저 누릴 수 없는 가치입니다. 평화라는 공기가 오염되거나 밀도가 줄어들지 않도록 감시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 그것이 참여연대의 평화운동 입니다.


07
투명재정 : 지구중력 보다도 강력한 원칙

돈으로 시민운동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면 시민운동도 어렵습니다. 특히 일상적인 권력감시를 표방한 참여연대로서는 매일매일 지속적인 시민운동을 펼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참여연대에서도 ‘돈’은 특별한 지위를 갖습니다. 동시에 지구중력보다도 강력한 원칙의 지배를 받습니다. 참여연대 재정원칙, 이른바 <아름다운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원칙은 <참여연대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한다>, 두 번째는 <참여연대는 정부로부터 일체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1998년 이후 정부로부터 그 어떠한 재정지원도 받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재정의 독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원칙입니다.
동시에 회계를 포함한 재정 전반을 엄격하고 투명하게 운영합니다. 참여연대에게 있어 이 <아름다운 원칙들>을 지켜내는 일상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특히 상근활동가의 낮은 급여와 복지는 참여연대의 오래된 내적 고통입니다. 하지만 이 고통은 견딜 수 있습니다. 돈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독립적인 재정과 투명한 운영이 참여연대의 존재 기반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08
시민참여 : 당신은 나의 운명

시시비비와 논쟁이 일상화된 참여연대 공간에서 절대 이견이 없는 단 하나의 명제가 있습니다. ‘시민참여’가 그것입니다. 참여연대의 모든 활동은 시민을 향해 있으며, 다루는 의제는 시민에게서 나옵니다. 참여연대 활동의 성과도 고스란히 시민에게 환원됩니다. 그뿐인가요.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 자체가 ‘시민(회원)의 참여(후원)’을 존재 기반으로 삼고 있으니, 참여연대에 있어 시민참여의 부정이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나의 운명’이라고 노래할 만 하지요.
그러나 참여연대는 여전히 시민참여에 목마릅니다. 민주주의처럼 시민참여 역시 마침표가 아니라 늘 진행형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09
대안제시 : 시민의 마음을 담은 불빛

말로는 돌맹이 하나도 옮길 수 없다는 것을 참여연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참여연대의 첫 상근 사무처장인 박원순 변호사가 하루도 빠짐없이 강조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시민운동이 실사구시(實事求是)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비판,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까지 제시해야, 반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가 생각하는 대안은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데 필요한 안정적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련된 법이나 제도를 마련하고 개선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참여연대가 내놓는 대안은 구체적이고 정교합니다. 정책제안서나 입법청원안의 경우, 채택해서 현실 정치에 곧장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편입니다. 이것은 우연히 얻은 행운이 아니라, 수많은 땀과 노고의 필연적 결과입니다. 


10
발상의 전환 : 입법청원과 공익소송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결국 법이란 시민의 편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던가요? 종종 놀부 심보의 법들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이들도 종국에는 상식과 시민의 품에 안기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5년 전에는 이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릴 수 없던 시절, 권위주의 군사정부 하에서는 법이란 주로 억압의 도구였습니다. 시민운동이 그 칼날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으니, 법이란 칼자루를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법을 목적이면서 동시에 수단으로 전환시켰습니다. 법과 제도를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참여연대 만의 독보적인 개성이 되었습니다. 


11
1인 시위 : 한 사람으로도 충분하다

시민운동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집회나 시위입니다. 몇 명이나 모여야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수백 수천의 숫자 앞에, 참여연대는 1을 내놓았습니다. 단 한 사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을 참여연대는 이미 2000년 겨울에 입증했습니다. 집회 및 시위를 규정하는 것이 다수인이라면, 한 사람은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죠. 첫 1인 시위에 국세청 공무원들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들, 기자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이런 시위는 불법이다”라고 하고, 참여연대는 “불법이 아니다. 법률 검토를 다 끝낸 것이니 고발하려면 해라”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왔을까요? 종로경찰서 소속 정보과 형사들이 해석을 내렸습니다. 처음 보는 시위형태에 곤혹스러워 하면서 “불법은 아닌 것 같다”라는 견해를 조심스레 밝혔습니다. 이렇게 1인 시위가 탄생했습니다. 첫 1인 시위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89일째 시위날, 참여연대는 국세청에게 답변을 얻었습니다. “지난 주에 (이재용 씨 등에게) 과세통지를 했습니다.”


12
희망의 연대 : 함께 비를 맞는 사람들

같은 무리 안에서 얻는 신뢰가 최고라고 한다면, 참여연대는 이미 그것을 얻은 집단입니다. 이름에서부터 표방했듯 연대는 참여연대의 반쪽입니다. 조직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편견과 이기심을 넘어 큰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것. 동시에 한쪽이 흡수하거나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연대의 이상입니다. 그래서 참여연대에게 연대란 함께 비를 맞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지난 15년 동안 참여연대는 기꺼이 함께 비를 맞는 역할을 자처하며, 시민사회운동 속에서 하나의 밀알이 되어 왔습니다.
참여연대의 연대는 국경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2004년 참여연대는 UN ECOSOC(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를 취득해  유엔 회의에 참가해서 구두 또는 서면으로 발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3
상근, 활동가 : 1인분의 일

“1인분 주세요!”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이렇게 외쳤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푸짐한 양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음식이 아닌 일이라면, 당혹감은 배가 되겠지요.
참여연대를 구성하는 인적 구조 가운데에는 45명 내외의 상근활동가가 있습니다. 간사, 팀장, 국실장 그리고 사무처장들이 그들입니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까지로 구성된 상근자들은 1만 회원과 250여 명의 임원, 200여 명의 자원활동가가 함께 탄 참여연대 호(號)의 승무원입니다.
참여연대 상근활동가의 일의 양이 그렇게 많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사회문제에 대한 감수성, 약자와 시민과의 공감, 소통과 조정 능력, 기획과 추진력 등 한 사람이 갖추어야 할 소양의 범위가 다소 넓어 부담인 것이 사실입니다. 상근자들의 능력은 늘 부족하지만 임원과 자원활동가와 함께 오늘도 참여연대 몫의 과제를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14
자원, 활동가 : 그들은 밤마다 김밥을 먹는다

때때로 참여연대의 밤은 낮보다 빛납니다. 비상근 활동가들이 속속 모여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생업에 열중하고 저녁에는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을 자원활동가라고 부릅니다. 참여연대의 사업 전 분야에 걸쳐,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고 공부하며 활동해 나갑니다.
상근활동가의 10배에 달하는 자원활동가가 참여연대 사업의 각 분야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수, 변호사, 회계사, 기업인 등 250여 명의 전문가가 각 센터의 실행위원 등으로 참여연대의 전문성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200여 명의 시민과 회원들께서 안내데스크, 우편발송과 전화작업을 비롯해, 자료의 취합과 분석, 번역과 사진촬영, 영상편집 등 곳곳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양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참여연대가 이분들께 드린 것은, 그저 일하고 회의할 때 끼니로 때운 김밥들뿐입니다. 송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15
거인의 어깨

1만 거인의 어깨를 딛고, 더 큰 세상을 바라 보다
참여연대 존재의 기반은 1만 회원입니다. 참여연대에 회원이 없다면, 참여연대는 그 어떤 권력과도 맞설 수 없었을 것이며, 어떤 권리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슨 말로 회원을 표현할 수 있을까. 적당한 말을 찾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근대과학의 기틀을  마련한 뉴튼은 자신의 과학적 업적에 대해 동료 과학자와의 편지에서 이런 문구를 남깁니다. “내가 (그들보다) 좀 더 멀리 볼 수 있는 까닭은 거인들(이전의 위대한 과학자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15년 간 쉼 없이 달려올 수 있던 것은 1만 명의 거인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힘으로 앞으로도 좋은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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