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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2월
  • 2008.12.04
  • 2591




위인설법(爲人設法)을 아시나요


이상민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간사 cadicalce@pspd.org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한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원래는 없는 관직이나 자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최근 국무회의에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리를 마련한 것을 보고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형님’의 절친한 친구인 최시중 위원장이라는 개인을 위해 ‘위인설관’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위인설관’이 아니라 ‘위인설법(爲人設法)’이란 말은 좀 생소하게 들린다. 특정한 사람 때문에 아예 법을 뜯어 바꾼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오는 사회의 혼란을 해결하고 조화와 복지를 도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는 ‘법’이 과연 특정한 사람 때문에 생겨날 수 있을까?
 
삼성을 위한 법이 반시장적?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가 정답이다. 더군다나 그런 사례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삼성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법의 성격은 어떤 것일까? 얼핏 생각해보면 너무 친 시장적인 법안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너무 친시장적이어서 정당한 부의 재분배를 막거나, 적절한 노동 환경에 반하는 법안이어서 사회정의와는 조금 거리가 있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삼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은 전혀 친시장적이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반시장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 이유는 삼성이라는 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아니라 이건희 전 회장 또는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재용 씨가 삼성 그룹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안들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을 세금 없이 아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을 합법화하기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성이라는 기업이 좀 더 시장에서 유리하게 경영활동이나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끔 법을 만든 것이 아니다. 이건희 전 회장이 불과 1% 지나지 않는 적은 지분으로 삼성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법안이다. 또한, 이 회장보다 더 적은 지분을 가진 이재용 씨가 삼성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려는 것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서 이재용 씨가 삼성에버랜드만 지배하게 되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여 사실상 삼성의 모든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현행 공정거래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어기게 되기 때문에 삼성은 이러한 법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공익재단을 편법 상속의 통로로

작년 세법개정안에는 ‘기부문화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공익법인의 동일기업 주식 취득 제한을 현행 5%에서 20%로 늘리는 상증세법이 갑자기 포함되었다.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금액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만일 공익재단에 현금 등 자산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주식을 기부한다면 일정 부분까지는 상증세가 면제되지만 공익재단이 5%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상증세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특정 공익재단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5%이상 취득하게 되면 그 공익재단은 특정 기업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서의 존재 의미가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아들에게 증여하려면 상당액의 상증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식을 ‘이건희 공익재단’에 ‘기부’한다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삼성생명 주식을 넘길 수 있다, 그래서 이재용 씨는 ‘이건희 공익재단’을 통해서 삼성생명, 더 나아가서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 기업의 주식을 5%까지만 취득할 수 있게 제한하였는데, 삼성의 지배구조 세습을 위해 5%를 20%로 높이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것이다.

만약 진정한 의미로 공익재단에 기부하고 싶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된다. 그래야 공익재단도 그 기부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 같은 비상장 주식을 공익재단이 기부 받으면 공익재단이 삼성생명 비상장 주식을 팔아서 자체 공익사업에 쓰는 것이 아니라,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수단으로만 쓰일 수 있게 된다.

결국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의 반발로 인해 5%한도를 20%한도로 늘리는 정부안에서, 10%로 늘리는 절충안(?)이 통과되었지만, 10%로 상향조정한 것으로도 공익재단을 편법 상속의 통로로 상당부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금산분리

금산분리 원칙이란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산업기업)은 분리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산업기업은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 같은 금융기업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 받는다. 금융기업은 산업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자금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과거처럼 정부가 어느 회사에는 저리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고, 어느 회사는 자금줄을 막아 고사시키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규제하여 장래성이 있는 기업은 자금을 지원 받고 수익성이 없으면 퇴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금융기업이 산업기업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으면 그 금융기관은 장래성이 있는 기업에 대출을 해주기보다는 자기 자회사에 우선적으로 대출해주게 된다. 사회의 한정된 자본이 비효율적인 곳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지는 원칙이다. 그런데 이재용 쭭 삼성에버랜드 쭭 삼성생명 쭭 삼성전자 쭭 삼성카드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산업이 금융을, 금융이 또 산업을, 그 산업이 또 다른 금융을 지배하여 금산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이 구조는 현행 금산법 제24조 등을 위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삼성의 지배구조를 합법화하기 위해서 금산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물론 삼성의 입김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삼성은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의 대원칙마저 허물어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규모 기부 뒤에 숨은 비밀

금산분리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이 보유한 산업회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공정거래법에 있다. 즉 여러 이유 등으로 금융기관이 산업회사 지분을 가지게 되어도 그 영향력을 제한하여 금산분리의 원칙을 살리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삼성은 공정거래법의 이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런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왜 삼성이 이런 무모한 일을 했을까 의아해했다(혹자는 삼성의 재무팀과 법무팀이 권력을 다투는 과정에서 법무팀이 벌인 일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강압에 의해 기업이 비자금을 주었으리라는 이전의 추측과는 달리, 삼성이 적극적으로 정치권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삼성은 이를 무마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공정거래법 헌법소원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어차피 이길 수가 없는 헌법소원을 ‘반성의 뜻’으로 취하한다는 것이 우스워 보이긴 했지만 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성의 뜻’을 보이기 위해 취한 헌법 소원 취하보다 더 중요한 조치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부의 사회 환원을 위해 대규모의 기부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기부.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대규모 기부는 물론 삼성복지재단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 세법개정안에는 갑자기 공익재단 출자에 대한 ‘상증세법’ 개정안이 포함되었다.

삼성 따라잡기 급급한 상증세법

물론, 삼성 때문에 바뀐 법들이 죄다 나쁘게만 바뀐 것은 아니다. 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발전에는 삼성의 공이 대단히 크다. 이 전 회장이 당시 우리나라 상증세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상증세법이 점점 정교해졌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와 같은 편법 상속에 문제를 제기하면 과세당국은 뒤늦게 상증세법을 고치고, 또 다른 허점을 이용해서 재산을 물려주면 그 이후에 과세당국이 또 다시 상증세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상증세법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증여하고 이후 그 회사를 상장시켜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은 지금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지금의 우리나라 상증세법은 상당히 정교하고 잘 만들어진 ‘완전포괄주의’(형태와 상관없이 내용상 상속 및 증여로 간주되면 과세하는 방법)가 잘 정착하게 되었다. 이것을 삼성의 공로라면 공로라고 할 수 있을까?


<제1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보건복지연합학술대회>

보건복지에서 진보의 재구성
기조강연 “한국 사회복지 60년과 재정조세정책의 방향” 
기획주제1 “보건복지분야에서의 진보적 대안은 무엇인가”
기획주제2 “보건복지운동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일시 2008년 12월 12일 (금) 오전 9:30 - 오후 5:00
장소 중앙대학교 대학원 5층 국제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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