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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2월
  • 2008.12.01
  • 883




감옥에서 보내온 편지


지난 10월 29일 조계사를 나와 잠행 농성중이었던, 박원석 협동사무처장(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비롯한 김동규, 백성균 님이 연행되어 구속기소되었습니다. 박원석 처장에 대한 공소사실은 일반교통방해와 집시법 위반입니다.

박원석 처장이 구속되자마자 겨울이 성큼 다가온 양 추운 날씨가 계속 되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걸 알고는 박 처장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손으로 쓴 여러 장의 편지도 감동이지만 좁고 불편한 곳에서도 어려운 경제상황을 걱정하고 당부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활기차에 편지 전문을 올렸습니다)

“오늘로 이 곳 서울구치소에 도착한지 엿새째를 맞이합니다.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 속에 모두 무탈하신지요? 이제야 소식 전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인 징역살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공간에 몸도 마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나봅니다. 손 편지를 쓰는 것도 너무 오랜 만이어서인지 머릿속에 맴도는 말들이 손끝에서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오후에 운동을 나갔다가 첫눈을 맞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흩날리던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더군요. 사방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운동장에 서 있었지만, 첫눈의 감상마저 빼앗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첫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전에 면회를 다녀간 후배가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추위를 걱정하더군요. 흔히 감옥의 겨울은 바깥보다 더 일찍 온다고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바닥에 은근한 온기가 들어오는 방 안에 앉아 있다보면, 겨울 징역살이가 고되다는 말도 옛말인 듯싶습니다. 물론 징역살이의 군색함과 고단함이 어디 가진 않겠지만 말이지요. 겨울 잠자러 들어온 곰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려 합니다.

조계사를 나온 이후 많은 분들의 걱정, 기대, 바람과는 달리 다소는 힘 없는 모습으로 검거된 점 먼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부주의함이 동료들과 뜻을 함께 하는 많은 분들께 적지 않은 누가 되었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의 신중함과 무거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일 청계광장에 촛불이 처음 밝혀진 이후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고 마음의 큰 빚을 졌습니다. 미처 감사하다는 말씀도 다 드리지 못한 것이 또한 마음의 빚이 됩니다. 먼저 극도의 긴장과 누적되는 피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책임과 헌신을 다해준 국민대책회의 상황실 파견자 동지들에게 깊은 신뢰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한 많은 참가단체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감사한 분들은 네티즌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입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들풀처럼,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순간 일어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셨습니다. 비록 지금 광장과 거리에 촛불이 꺼졌다고 하나, 가슴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는 촛불을 저는 믿습니다.

조계사에 들어간 이후 총무원장 스님 이하 많은 스님들과 신도들 그리고 총무원 직원들과 종무소 직원들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떠나면서 아무런 기별도 인사도 드리지 못한 점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삼귀오계를 받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한 마음 잊지 않고 늘 참회하고 정진하겠습니다. 118일간 조계사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습니다. 후원금과 후원물품 그리고 따뜻한 격려의 방문과 말씀에 다시금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특히 매번 손수 만든 정성스러운 음식을 보내주신 봉천동 아주머니(성함조차 모르는 결례를 범했습니다)께 감사드리며, 조계사를 떠나면서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많은 지인들,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지원과 사랑 늘 기억하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조계사에서 농성했던, 그리고 지금은 이 곳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6인의 수배자들 어떤 순간에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제한된 신문 지면을 통해 접하는 정보지만, 우리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깊고 어두운 것 같습니다. 경제가 위축될수록 더욱 곤궁해질 민생이 걱정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이 신뢰할 대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기업도 정부도 국민이 신뢰할 만한 비전, 위기관리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되는 지금 많은 나라의 정부는 신뢰의 형성 또는 회복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정책에 집착하고 있으며, 재벌기업과 건설자본을 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정책의 모순을 차치하더라도, 적자재정 편성을 무릅쓰고 지출을 늘리려는 분야가 대부분 건설부문인 점을 보더라도 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과 수혜대상이 무엇이며, 누구인지는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그 결과는 우리 사회를 더 깊은 불평등과 차별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입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촛불은 부자와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매섭게 비판하며 민생을 살리는 촛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한 광장과 거리에서 촛불을 드는 형태만이 아닌, 정책이 만들어지고 공론이 형성되는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수단, 방법을 통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확인된 네티즌들과 국민들의 창조적 역량이 다시 한 번 발휘되길 기대합니다. 민주적 기본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각종 악법추진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지키는 것이 어려운 싸움임을 새삼 느낍니다. 촛불의 성과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전략적 의제를 가다듬고 정치적 유능함을 발휘해 국민의 신뢰 속에 촛불운동과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길 기대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감옥에 죄지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법의식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다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개중에는 한 순간의 실수나 판단착오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생계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죄를 지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두려운 점은 규칙을 어기고 타인을 해하더라도 일신의 부귀와 안위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는 풍토가 갈수록 만연하는 것입니다. 이 사회의 잘 나가는 기득권층이 보이는 모습이 이와 다르다 할 수 있을까요?

큰 눈이 있었다는 소식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됩니다. 내일은 오랜 만에 부모님께 편지를 드려야겠습니다. 불어 닥친 한파에 몸 상하는 일 없이 모두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하루를 백 년같이 무겁고 귀하게 살겠습니다.“

2008년 11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박원석 올림

※ 박원석 처장 1차 공판기일 : 12월 4일(목)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522호 법정



○ 지기지友는?

  ㆍ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수입반대 활동에 참여, 공동상황실장을 맡은 이유로 6월말부터 수배된 박원석님을 기억하고, 지원하기 위해 평소 박원석님을 옆에서 지켜보던 학교동문, 직장 선후배, 그 동안 거리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함께 모여 만든 모임입니다.

○ 지기지友는 이런 활동을 합니다.
  ㆍ2008년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밝혔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촛불에 담긴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합니다.
  ㆍ촛불 정신을 훼손하는 부당한 시도에 맞서 촛불 투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ㆍ양심수 석방을 위한 민가협 목요집회 참석 등 다른 촛불지기와 연대합니다.
  ㆍ박원석님의 재판, 수형 생활에 필요한 지원활동을 합니다.
  ㆍ면회를 통해 감옥에 있는 박원석님에게 바깥 소식을 전합니다.
 
  - ‘촛불원석지기지友’모임에 함께하실 분은 메일(candlews@gmail.com)이나,
지기지우까페(http://cafe.daum.net/candlews )에 가입해주세요.

■ 면회
  - 4호선 인덕원역(2번출구)에서 하차, 마을버스 또는 택시(기본요금)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 면회는 평일 1회이며,  면회객은 최대 5명까지 가능합니다. 면회시간은 오전 12분, 오후 10분입니다.
(사전에 카페 http://cafe.daum.net/candlews 에서 면회 일정에 등록 후 가시길 바랍니다)

편지 쓰기
  - 주    소 : 경기도 군포시 군포우체국 사서함 20호 115번 박원석 (우편번호 435-050)
  - 전자서신 : 서울구치소 홈페이지 http://seoul.corrections.go.kr/로 들어가셔서 왼쪽에 있는 인터넷 전자서신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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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여름, 고생도 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마음 속 촛불 점화를 이끌어 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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