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1월 2008-10-06   572

이슈②_우리 시대의 소중한 권리 ‘알권리’

우리 시대의 소중한 권리 ‘알권리’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0642jinhan@hanmail.net

헌법상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또한 정보공개청구의 기반이 되는 기록관리를 위해서 기록물관리법, 대통령기록물법 등 기록의 생산을 강제하는 법안들도 제정되었다.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를 명문화하는 법안이 생겨 알 권리에 대한 진전이 서서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제도가 시행되고 우리 사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공개와 비공개에 대한 갈등으로 온갖 소송이 제기되었고, 담당 공무원들도 정보공개청구 업무가 늘어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또한 기록의 생산 및 관리 과정이 다 법으로 규제받다 보니 온갖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했다. 그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또다시 많은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기관장들이 밥 먹고 회식하면서 펑펑 쓰던 업무추진비가 공개되었고,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각종 공사의 기관장과 직원들의 월급이 얼마인지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직자들이 어떤 기록을 생산했는지, 어떤 기록을 폐기했는지도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 의해서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쟁적으로 각종 기록을 모은 웹사이트가 개설되었고, 현재는 인터넷만 접속해도 단 몇 분 만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제도가 있음에도 시민들은 이 제도가 있는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알아도 시민운동에 관여하거나 민원성 문제가 아니면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과 정보공개청구가 별다른 상관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권력기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공개청구

정보공개청구는 우리 실생활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 정보공개가 활성화되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공개의 활성화는 시민들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학생, 주부들이 정보공개청구를 일상적으로 하는 시대가 오면 우리사회의 공공기관과 각종 관련단체들은 큰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학교에서 배식하는 쇠고기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마을 어린이집 중 법규에 맞게 잘 운영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전세를 구하려고 하는데 양심적인 부동산 중개업소는 어디인가? 우리 동네에서 감기약에 항생제를 덜 처방하는 의원은 어디인가? 우리 아이 다니는 대학교의 취업률은 얼마나 될까?”

과거에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입소문이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보공개청구이다.

최근 필자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공개청구를 많이 활용하면서 그 위력을 조금씩 체험하고 있다. 올 초 서울시 전역에 ‘어린이집 운영 실태조사’ 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는 탓에 하루 종일 ‘어린이 집’에 아이를 맡겨야 하지만 어린이집에 대해서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많은 맞벌이부부는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정보를 얻거나 아니면 집과 가까운 곳에 아이를 맡기게 된다. 하루 종일 사랑스러운 자녀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부모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관련된 실태조사 기록은 모든 구청에서  만들고 있다. 이런 기록들만 상세하게 공개해도 부모들은 좋은 어린이집을 선택해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 결과 실태조사 내용은 공개하지만 가장 중요한 어린이집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법인의 영업비밀’ 침해라는 것이다. 구청에서 각종 관련 조항을 이행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영업비밀 침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구청은 과연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어린이집 원장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부당한 처사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이 기록들이 공개되어야 하는 기록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경기도 일부 지자체에서 어린이집 이름까지 공개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 신장시킬 ‘정보공개센터’

또한 필자는 주간지인 뉴스메이커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주요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한 적이 있다. 기업들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그들이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배출량을 환경부가 조사하고 있고 그 관련 기록을 생산·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에 대해서 아주 모호한 결론을 내놓았다. 배출량 순서와 지역은 공개했지만 기업이름은 머리글자만 공개한 것이다. 다행히 지역을 공개하고 있어 조금만 취재를 해보면 어떤 회사인지 알 수 있는 기록이긴 했다.

이것 말고도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제품의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어느 회사 제품의 컴퓨터를 쓰고 있는지도 공개되고 있다. 우리 동네 구청장은 해외출장을 갈 때 일반 좌석으로 여행을 하는지 아니면 비즈니스 석으로 여행을 하는지도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정보공개청구는 누구나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보공개청구는 사회 변화에 큰 기여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기록관리운동에 10년 동안 매진했던 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 설립 10주년을 기념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전담하여 활동해나갈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보공개제도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던 언론인, 학자, 학생 등이 참여해 10월 9일 창립 행사를 앞두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공공기관의 기록 생산 및 공개 시스템 정비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기록을 생산할 당시 공개하도록 결정된 기록은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고, 생산자가 비공개결정을 한 기록에 대해서만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3자가 판단을 묻는 제도를 확립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실 이런 제도는 참여정부 때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그러나 공개가 결정 난 기록은 미리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거버넌스 행정에 매우 핵심적이다.


사회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정보공개운동

정보공개센터는 두 번째로 앞에서도 밝힌 것처럼 공공기관에서 생산관리하고 있는 각종 기록들 중에 일반 시민들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록을 발굴해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또한 교과서에 정보공개제도를 소개해 학생들도 필요한 기록이 있으면 일상적으로 청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같은 운동은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여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참여의식도 크게 높여줄 것이다. 공공기관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민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봉사 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인식전환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세 번째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각종 재단, 종교법인, 사회복지법인, 기업 등 민간 분야의  정보공개운동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법적인 강제장치는 없지만 이 기관들의 정보공개율 (일종의 투명성지수)을 자료화해 정기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각종 재단 등의 투명성 지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단체들이 많이 있고 그 운동이 민간단체 투명성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문화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그에 반해 단체들의 투명성은 많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운동을 통해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를 도우려고 한다.

네 번째로 각 언론사의 탐사보도를 공동기획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원해나갈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의 구성원 중 상당수는 현직 언론인이다. 현재 한국 PD 연합회 회장이자 MBC의 ‘느낌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김영희 PD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 임원 의 과반수가 현직 언론인이다. 우리나라는 탐사보도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탐사보도야말로 우리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취재 수단이다. 정보공개청구가 중요한 탐사보도 방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언론인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한국언론재단도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도 언론사들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자문에 응하여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사는 세상에 햇살 비추는 알 권리

마지막으로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알 권리 재단’ 설립을 목표로 일해 나갈 예정이다. 일반인들이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부당하게 비공개결정을 받았을 때 대처방법이 없다. 중요한 기록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소송 등을 해야 하지만 일반인들이 소송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어렵다. 또한 언론인이 우리 사회의 부패한 부분을 드러내는 보도를 했을 때 각종 소송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규모 언론사에서 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보공개센터는 이런 현실로 인해 정보공개청구 무용론이 제기되고 각 언론사의 특종보도가 위축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사회적 알 권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각종 부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알 권리를 위한 재단 설립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이와 같은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며 무너져버린 정부와 시민사회의 신뢰관계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정보공개운동은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바로 ‘알 권리’이다. 알 권리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밝은 햇볕이 들게 될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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