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9월 2008-09-03   879

[힘내라 참된희망] 어디든 꽃을 달고 뻗어갈 칡넌출_참여연대 공동대표 청화스님





지금은
꽃을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반짝이는 잎새들을 말할 때도 아닙니다.
먼 곳으로부터
노을빛 같은 것이
오고 있는 이 가을
오래 기다린 바구니마다
여문 열매들을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담아서 잠 안 오는 밤
혼자 쭉정이들 가리면서

곰곰이 그 원인들을
귀뚜라미처럼 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강물을 따라 간 그 길에서
자신에게로 돌아가야 할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이청화



회원여러분, 가을입니다. 그 동안 발로 장애물들을 걷어차고, 몸으로 벽을 뚫은 그 지고한 노력들이 과원의 과일들처럼 이 가을에 잘 익어가기를 기원합니다.

해마다 오는 가을이기에 이젠 그것이 오래 입은 옷처럼 별다른 감흥이 없을 법도 하지만, 웬일인지 지금도 가을은 처음 맞는 것처럼 몸속 깊숙이 소슬하게 스며들어 안타깝고 아리는 느낌은 저로 하여금 자꾸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가을이, 한없이 저를 사무치게 하는 그 가을이, 어느 순간 낮은 소리로 저의 마음속에 들어올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詩도 아니면서, 음악도 아니면서 어찌 이토록 사람의 폐부에 스며와 혼을 점령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참여연대는 곧 창립 14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간에 참여연대는 회원님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활동에 의해 진전된 민주화와 시민의 권익 그리고 밝고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데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여러 가지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그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신 분들과, 일선에서 분투하신 분들의 그 고귀한 정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회원여러분, 금년에는 여러 가지로 충격과 분노와 상처가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전례가 없는 참여연대 소임자 중 구속자와 수배자가 나왔고, 거기다 집무실의 압수수색도 당했습니다. 14년이 되도록 그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참여연대가 바로 그만큼 절제되고 성숙한 시민운동을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촛불정국을 맞아 촛불이 켜진 이유는 성찰하지 않고, 마치 참여연대가 대중을 선동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흠집 내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분노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회원여러분,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런 사건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이명박 정부는 그런 작태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그의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명박 정부의 실체는 민주주의의 역행자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참여연대는 당연히 그에 대한 저항으로써 옳은 일에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촛불 건으로 빚어진 일에 대해서는 사기를 잃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은 점령군처럼 모든 것을 대통령의 임의로 결정하고 장악하고, 뒤엎고, 밀어붙이는 행태입니다. 이런 모습은 민선 대통령직을 무슨 군주전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예컨대 쇠고기 협상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바치고 협상을 했다고 하고, 남북관계는 전 정부의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놓고,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들은 사냥감같이 물고, 공영방송에는 최측근 인사들을 배치하고, 뜬금없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고, 국가 공무원들을 선교사로 전락시키고,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을 했으면서 정작 이와 같이 경제를 죽이는 조건들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경색, 사회불안, 이 두 가지가 기류를 이루고 있는 한, 외국 투자자들은 새처럼 날아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한국 경제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평화를 도모해야 할 대상에게는 적의를 품게 하고, 통합을 이루어야 할 상대에게는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여기에다 기름을 끼얹는 보수 언론과 뉴라이트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정황들로 볼 때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대단히 불길하고 어둡습니다. 그렇지만 회원여러분, 이 앞에서 우리가 절망한다면, 어찌 참여연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참여연대는 불이 꺼진 곳에서 다시 불을 켜고, 물이 마른 곳에서 솟구치는 샘을 파는, 그런 지혜와 용기와 불굴의 화신이어야 합니다. 이제 참여연대는 힘을 내야 할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어두운 밤이기에 등불을 밝히듯이, 뛰어야 할 길이기에 신발 끈을 조이듯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앞에 힘을 내야 합니다. 어디에고 강한 적은 없습니다. 어느 때나 내가 약해질 때 바로 상대방이 강해지는 법입니다.


더욱 뜨거운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9월 8일 후원의 밤에서 만날 때까지 모두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 만난
무성한 칡넌출의 칡꽃

손을 뻗어 칡순을 잡는다.
오- 쇳소리가 울리는 가슴
어디든 꽃을 달고 뻗어갈
나도 한 넌출이다.

이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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