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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11월
  • 2006.11.01
  • 983
입시철이 돌아왔습니다. 전국에서 수십 만 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시험을 보고 그 성적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게 됩니다. 고등학생의 존재 이유는 대학입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니, 이 나라의 입시경쟁은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엉터리 영유아학습서가 대유행하고 있기도 하고 부모들의 근심과 기대를 악용한 추악한 상술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주당 평균 학교 수업시간(보충·심화수업 포함) 37.1시간으로 세계 1위. 학원 수강 등 과외 수업시간 주당 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배. 하루에 4~6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고교 3학년 학생 비율 30.3%”(〈한겨레〉 2006년 5월 16일). 이 나라의 학생들은 이렇듯 가혹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려 15조 원을 넘는 사교육비의 문제도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써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입시철은 학생들의 ‘자살철’이 되었습니다. 수능시험의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여러 학생들이 몸을 던지거나 약을 먹어서 목숨을 끊습니다. 헌신적으로 돌봐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스트레스, 비인간적 성적제일주의가 강요하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입니다. 지난 5월 15일에는 ‘아이들 살리기 운동 선포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나라의 입시경쟁은 말 그대로 ‘입시지옥’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입시지옥’을 피해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민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체 사교육비에서 유학 관련 비용은 이미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기러기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 현상 혹은 새로운 가족 해체 현상이 널리 퍼져 있는 실정입니다.

이 나라의 입시경쟁이 입시지옥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학벌에 따라 공공연히 차별이 자행되는 ‘학벌사회’의 문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2003년 11월의 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70%가 ‘학벌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며, 60%는 ‘성공·출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학벌’을 꼽았습니다(〈한겨레〉 2003년 11월 26일). 이 나라의 모든 학교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완전히 서열화되어 있으며, 서울대를 비롯한 이른바 ‘SKY 대학’은 강남을 비롯한 부자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폐쇄적인 ‘학벌-신분’의 구조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사회의 두드러진 문제의 특징으로 투기사회와 학벌사회를 들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으나 여전히 ‘후진국’ 상태를 보이는 한국적 이유로 이 두 가지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투기는 집값 상승과 자연파괴로, 학벌은 사교육비와 인성파괴로 우리를 괴롭힙니다. 망국적 학벌병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벌 자체와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줄여야 합니다. 바라건대, 즐거운 입시철이 될 수 있기를.
홍성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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