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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6년 12월
  • 2006.12.01
  • 1746
1996년 12월 12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2006년 12월 현재, OECD의 회원국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영국, 독일, 스페인, 미국, 캐나다, 일본,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그리스, 터키, 멕시코, 체코, 헝가리, 폴란드, 한국, 슬로바키아의 30개국이다. 한국이 가입한 뒤에 슬로바키아공화국이 3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아직까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만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상태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은?

OECD는 애초에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협력을 위해 창립되었다. 이 때문에 OECD는 일종의 ‘선진국 클럽’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이 OECD에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로 확정되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공표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그렇다. OECD는 ‘선진국’의 표상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과연 어떤 ‘선진국’인가?

박정희의 ‘조국 근대화’ 이래 한국에서 ‘선진국’은 무엇보다 경제력이 강한 나라를 뜻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을 내걸고 경제제일주의, 성장지상주의, 개발제일주의가 횡행하게 되었으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 돈을 벌어야 한다는 풍조가 말 그대로 사회 전반에 만연하게 되었다. 최근에 문화방송에서는 한국인이 돈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확실히 한국은 경제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은 국토면적으로 세계 109위의 조그만 나라이지만 국내총생산으로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제제일주의의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보자면, 한국은 대단히 기형적 상태에 있다. UN이나 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삶의 질’은 세계 30위 정도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질’과 연관된 핵심조건 중의 하나인 ‘환경 질’은 세계 130위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돈 많은 못 사는 나라 한국

쉽게 말해서 ‘돈 많은 못 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런 기형적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OECD 가입 10년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런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을 ‘기형국가’로 만든 경제제일주의의 관점에서 OECD 가입 이후 10년을 평가하는 관점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여기에는 OECD 가입이 이루어지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외환위기가 밀어닥쳤던 역사도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OECD 가입을 둘러싸고 10년 전에 벌어졌던 논란의 지형은 아직도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한편에서는 OECD가입은 범의 입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잡아먹기 좋게 옷을 홀랑 벗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경제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역사적 선택으로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문제가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러한 두 주장과는 다른 관점에서 OECD 가입과 그 효과를 살펴볼 수는 없는 것일까?

먼저 OECD 가입은 단순한 ‘정치 쇼’는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경제적으로 OECD에 가입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1996년의 국내총생산은 5574억 달러로서 OECD 회원국들 중 10위였으며, 2005년에는 7875억 달러로 OECD 회원국들 중 9위가 되었다. 1인당 GDP는 1996년 22위에서 2004년 23위로 떨어졌으나, 액수는 1996년 1만3843달러에서 2004년에는 2만907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보수세력은 국내총생산으로 인도와 브라질이 최근에 한국을 앞선 것을 놓고 ‘한국 경제의 추락’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조그만 ‘반도국가’이지만, 인도와 브라질은 거대한 ‘대륙국가’이다. 보수세력은 진돗개와 공룡을 비교하는 따위의 혹세무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을 위해

한국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분명히 경제대국이다. 한국의 문제는 경제력이나 경제성장 자체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 이와 관련해서 OECD 가입이 ‘선진국’의 꿈을 더욱 명확하게 실체화했다는 것은 정말로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 상당히 중요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이 경제제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나, 그것을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풍요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OECD 가입 직후에 외환위기를 겪었어도 한국은 경제대국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OECD의 기준으로 보아서 한국이 가장 열등한 부분은 단순히 경제성장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다. 한국은 사회의 성숙을 통해 경제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선진국 분기점’에 이르러 있다. 예컨대 복지의 확충이라는 사회적 투자를 통해 사회의 성숙과 경제의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여전히 낡은 착취형 성장을 계속 추구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환경의 질은 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살율·교통사고율·고교생 평균 수업시간·연간 노동시간은 OECD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경제력은 10위권의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삶의 질과 관련된 각종 사회지표나 환경지표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태는 경제력과 삶의 질이 크게 어긋나는 ‘기형국가’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여기서 나아가 경제성장조차 상당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미 자연과 노동의 착취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는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OECD 평균을 목표로 한국의 각종 사회지표나 환경지표를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의 성숙에서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지출은 OECD 평균이 GDP 대비 20%인데 한국은 고작 6%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세력은 ‘작은 정부’ 운운하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OECD 가입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기형국가’ 한국의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제 그 원인과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서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자.

홍성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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