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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06년 12월
  • 2006.12.01
  • 1223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아동보육정책개략


아동보육정책은 단순히 아동양육의 책임을 사회화시킴으로써 부 또는 모 (대부분 모)의 노동시장 참여를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다. 또한 아동보육정책은 아동복지의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도 곤란하다. 아동보육정책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아동복지 증진이라는 협의의 과제를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지국가 재편의 핵심 정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복지국가의 역할이 전통적인 소득분배에서 사회서비스로 확대되는 것은 단순히 복지국가의 기능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산업화된 복지국가의 토대 변화가 역할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으로 인해 산업화된 복지국가가 지속적으로 시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창출이 필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은 해당 사회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될 때 성취될 수 있는 과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1개국의 아동보육 실태를 개략하고 이에 대한 정책함의를 간단하게 논의하고자 한다.

3세 이하 보육시설이용률과 출산력은 밀접 관계

<표 1>은 아동보육시설 이용실태, 정부지원 수준, 부모의 비용부담 등을 통해 OECD 21개국의 아동보육실태를 개괄한 것이다. 먼저 0~2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을 보면 덴마크와 스웨덴이 각각 64%, 65%로 OECD 21국 중 가장 높다. 이어서 벨기에 41%, 뉴질랜드 40%, 프랑스 39%, 노르웨이 37% 순으로 조사되었다. 핀란드는 전통적으로 사민주의 국가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0~2세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비율은 25%에 그쳐 보수주의 국가인 프랑스, 벨기에와 자유주의 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핀란드의 영아보육정책이 시설이용보다는 가정아동양육수당(home child care allowance) 정책으로 제도화되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OECD, 2005, Sutela, 2004). 그리스, 독일, 스위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캐나다, 한국은 시설이용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세 이하의 아동에 대한 보육비율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아동의 초기양육자로 누구를 상정하고 있는가를 반증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젠더역할에 대한 가치관이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의 경우 아동에 대한 초기양육의 책임을 어머니에게 강제해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이 낮게 나타난다. 반면 젠더역할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국가의 경우 아동양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다. 두 번째는 슬리보스(Sleebos, 2003)가 지적한 바와 같이 0~2세 아동양육을 국가와 사회가 분담할 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용이하게 한다. 세 번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논의와 연관선상에서 양육의 사회적 분담을 통해 출산 양육과 경제활동 참여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양립 가능한 문제로 인식됨으로써 해당 국가의 출산력 수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케슬러스(Castles, 2003)는 0~2세 아동에 대한 공적보육시설 이용률은 출산력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3~5세 아동에 대한 보육비율은 0~2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처럼 국가들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덴마크 등은 3~5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이 90%를 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는 10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징적인 점은 0~2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이 5%에 불과한 스위스의 3~5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이 95%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0~2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는 그리스, 캐나다, 한국 등도 3~5세 아동의 보육시설이용비율은 각각 46%, 23%, 50%에 이르고 있다.

0~2세 보육과 달리 3~5세 보육은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조기)교육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고,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육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0~2세 보육비율의 경우 보육시설이용비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65.0%)과 가장 낮은 아일랜드(1.0%)의 차이가 무려 64.0%포인트인데 반해 3~5세 보육비율의 차이는 15.0%포인트에 불과하다. 정리하면 OECD 국가들에서 0~2세 아동보육을 위한 부·모 노동력의 탈가족화와 상품화 수준은 이질적인 반면, 3~5세 아동보육은 상대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육 정부지원, 한국이 OECD 꼴찌

GDP대비 아동보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수준을 보면 덴마크의 GDP대비 지출비율은 2.7%로 OECD 21개국 중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스웨덴(1.9%), 노르웨이 (1.6%), 핀란드(1.5%) 순이다. 이렇듯 사민주의 국가들의 보육지원수준이 높은 이유는 보육지원이 보편주의 원칙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를 보면 1960년대 중반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로 인해 보육지원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잔여주의에서 보편주의로 전환되었다 (Borchorst, 2002). 또한 정부의 지원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0~2세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의 경우 21개국 중 2위, 스웨덴 1위, 노르웨이 5위 등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뉴질랜드, 한국 등은 GDP대비 정부예산 지출비율이 0.3%이하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한국은 0.1%로 OECD 21개국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보육비용에 대해 정부지원을 제외한 부ㆍ모의 순보육비 부담수준을 보면 미국이 월 평균 997USD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영국(593USD), 아일랜드(578USD), 뉴질랜드(575USD), 네덜란드(565USD), 캐나다(499USD) 순으로 조사되었다. 대부분 자유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국가들에서 부모의 순보육비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상대적으로 자유주의 국가들에서 아동보육을 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O'Connor, Orloff and Shaver, 1999). 그러나 이들 국가들에서 시장을 통해 아동양육을 탈가족화시키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의 존재가 필수적인데,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Esping-Andersen, 1999, O'Connor et al., 1999).

또한 일반적으로 탈상품화 수준이 높다고 간주되는 네덜란드에서 부모의 보육비부담이 높은 이유는 여성의 전업주부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에, 국가의 아동보육에 대한 역할이 취약한 반면 시장이 상대적으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남성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복지제도의 수준은 높으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전제한 복지수준은 낮기 때문이다 (Bussemaker and Kerbergen, 1994).

부모의 보육비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포르투갈, 덴마크 순으로 나타나 비교적 북유럽 국가들에서 보육비부담이 낮게 나타났다.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국가의 지원수준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부모의 보육비용부담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취학 전 보육이 노동력 질에 큰 영향 미쳐

현재 산업화된 복지국가가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명제는 보편적 동의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은 반숙련과 저임금 노동에 기반 한 제조업 중심의 사회와 달리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을 가진 노동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에 기반 한 노동력은 기존의 학교교육만을 통해 성취될 수 없다는 점이다.

노동력 질의 상당부분은 학교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형성되어지고 있다는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sping-Andersen, 2005). 즉, 취학 전 보육이 아동의 인지능력과 같은 인적자본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이후 해당 사회의 노동력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은 아동의 학업성취도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이후의 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아동의 출신배경이 아동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유럽사회와 자유주의 국가들을 비교분석한 논의에 따르면 (Esping-Andersen, 2005), 질 높은 공적보육이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북유럽국가의 경우 출신배경의 차이가 아동의 학업 성취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는 그 차이가 증대되거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의 대물림과 같은 현상이 북유럽 국가에서 현격하게 낮은 이유는 바로 잘 발달된 질 높은 보편적 보육정책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적자본을 효과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핵심에 보편적 공적보육이 자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고율의 세율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자본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북유럽사회가 가지고 있는 높은 수준의 노동력의 질이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노동수요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장하준·정승일, 2005).

그러므로 보육은 단순히 여성의 노동권 보장과 아동복지 차원을 넘어 해당사회의 구성원이 보다 더 평등한 기회를 갖도록 지원하는 주요한 정책인 동시에 해당 복지국가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한다면 한국사회에서 아동보육정책의 목적은 명백하다. 질 높은 보편적 공적보육을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미래인력의 인적자본을 높이고 이를 통해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노동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에 기반한 노동력은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수량적 유연성이 아닌 기능적 유연성으로 대응함으로써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불평등, 양극화,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할 것이다. 사회투자국가는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해 한국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해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해내는 것이며, 그 핵심에 바로 질 높은 보편적ㆍ공적 아동 보육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윤홍식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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