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468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공기도 깨끗해야

사회과학적 조사방법론에서 통계학은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수단이다. 객관화되고 계량화된 통계수치는 현상을 이해하는데 높은 설명력을 가지게 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이 개인적인 선택으로 치부되고 그저 하나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는 단순화된 수치를 개인의 구체적인 삶으로 복원해내고 그 삶을 억압하고 있었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읽어내려 했다. 그것은 메마른 과학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서울의 대기오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하다. 서울의 대기 중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2002년 71ug/㎥으로 도쿄(40ug/㎥), 뉴욕(28ug/㎥), 파리 (24ug/㎥), 런던(20ug/㎥)보다 2~3배 높다. 이산화질소( NO₂)농도도 37ppb로 도쿄, 뉴욕, 파리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곳으로 알려진 멕시코시티보다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로 인한 오염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기오염도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대기오염의 최종 저감 목표라 할 수 있는 년 평균 기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도의 노력만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미세먼지에 대해 60ug/㎥라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미국 환경보호청( EPA) 50ug/㎥, 미국 캘리포니아 주 20ug/㎥, 영국 40ug/㎥, EU 20ug/㎥, 세계보건기구(WHO) 20ug/㎥로 설정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계속해서 체내에 누적되기 때문에 현재 서울시의 기준치라면 허용기준 이하의 농도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피해를 일으키게 된다.

■ OECD 주요도시의 대기오염 비교

OECD Environmental Data Compendium, 2002

세계보건기구는 대기오염이 조기사망, 천식의 30~40%, 호흡기 질환의 20~30%와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2000)은 미세먼지의 농도가 50ug/㎥에서 100ug/㎥으로 높아졌을 때, 사망률, 호흡기 관련 병원 내원, 기관지 확장제 사용자수와 사용일, 호흡기 관련 증상이 모두 2배로 증가 또는 악화함을 보여준다. 대기 중 분진에 노출될 경우 기침, 기관지염, 천식 증상의 발생이 4~15배 늘어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출산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쳐 저체중아·미숙아 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에는 현재 20명 중 1명이 천식 같은 환경성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영유아에게는 피해가 더 커서 4세 미만 영유아 4명 중 1명이 천식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OECD 주요도시의 대기오염 비교는 서울 시민들이 어느 정도로 대기오염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대기질이 유지된다면 서울 시민은 동경 시민보다 평균수명이 3년이나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나 영유아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고 곧 우리자신의 문제가 된다. 통계와 수치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김혁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간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