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1388

2006년 시민사회를 말한다

지금의 시민운동은 정치 및 사회 개혁에 치중함으로써 대중과 유리되는 이른바 ‘시민소외’현상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과 함께 사회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시민운동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토론자 : 맹행일(60대·남) 임은정(30대·여) 정형기(30대·남) 이형섭(20대·남)

-사회자 : 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 리 : 참여사회 편집부

사회자 : 2006년에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시민운동의 역할과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의 역할을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맹행일(이하 맹) : 2006년 한국사회는 발전과는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한미FTA협상의 일방적인 추진, 북핵으로 촉발된 남북갈등과 대치상황,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이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으로 커졌고 그로 인한 사회 불안이 심했습니다.

임은정(이하 임 ) : 전 북핵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응은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의외로 사람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김대중 정부의 성과를 노무현 정부가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하는 수준이고 시민단체가 중심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거죠.

이형섭(이하 이) : 제겐 특별한 2006년이었습니다. 5·31 지방선거가 있었죠. 투표권 행사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를 하고 나오는데 제 뒤통수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젊은 애가 투표를 하러 나오네.” 시민운동이 젊은층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했다는 것이지요.

정형기(이하 정) : 저 또한 한 발 물러서 바라만 보았던 시민사회에 올해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사안들 외에 집값 폭등, 자이툰 부대 파병, 또 개인적 관심사인 로스쿨 도입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이 많았죠. 그런데 돌아보면 시민들에게 쟁점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집회에 참석해보면, 주관단체들끼리 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과의 직접 대화, 참여 시민들에게 논점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자 : 주제가 자연스럽게 2006년 시민운동의 문제와 역할, 시민과의 소통 문제로 넘어왔습니다. 시민운동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기보다 일방적이거나 타성에 젖은 관행에 대해 아쉬운 점을 좀 더 깊이 있게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측면만 있었죠. 제가 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을 때의 총선연대 활동을 생각해보면 물론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근래에는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사회자 : 시민들은 시민단체들이 정치화되어 있고 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데, 그런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얼마 전 민주노동당 간첩단 사건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책임질 얘기를 하고 그에 대한 활동을 하면 특정 무리들이 이것을 매도하는 경향이 많죠. 사회 양극화, 평등, 한반도 평화, 민족공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봐요. 조중동이 앞장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문제가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깨는 것입니다. 홍세화 씨 말대로 노동자가 조선, 중앙일보를 보고 한겨레 같은 진보매체는 빨갱이로 치부하는 괴리가 극복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기대하는 바와 시민단체들이 욕먹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연대 이후 정치개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힘들죠. 정치개혁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오산이었던 거죠. 정치개혁과 더불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이슈를 시민운동이 제시하지 못하면 시민운동도 희망을 갖지 못합니다. 국민들이 부동산 가격만 안정돼도 살 만할 것 같다고 하잖아요. 이전에는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컸다면 지금은 부동산, 물가 안정인 거죠.

: 더불어 중요한 건 어떻게 시민들과 접목시킬 것인가가 아닐까요. 토론회를 예로 들면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된 토론회는 없었지 않나요? ‘우리’가 ‘꼭’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시민들의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지만 우리의 지향점을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전 계몽이나 엘리트주의가 나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시민에 대한 무조건 개방이 아니라 개방의 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자 : 참여연대와 시민과의 만남, 전문가와 일반인의 만남, 운동성과 대중성의 조화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된 기획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획력은 단순히 기술 실무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스타마케팅을 활용해서 지명도가 있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대학 강연이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서 대중을 만나는 것도 필요하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 대중성도 높이고 참여연대가 확실한 이미지를 다시 세웠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 시민운동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선하거나 꼭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 총선연대활동과 비교를 많이 하시는데, 그 때 폭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사회적 배경도 이유가 되었겠지만 신선한 기획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04년 참여연대의 희망업 캠페인에서 생활보호대상자의 생활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처럼요. 구조적인 문제 뿐 아니라 통통 튀는 기획력의 부재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겠죠.

: 얼마 전 참여연대 인턴이나 자원 활동하는 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재미있냐는 물음에 재미없다고 하더군요. 그들이 활동가들과 같은 목적을 갖고 시민단체를 찾은 것은 아니지요. 하는 일의 필요성이나 목적을 알리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자원활동가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지만 각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고 다른 단체 활동을 연결해주는 다리 노릇을 하는 시민교육 분야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희망제작소에서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군을 발표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봐도 시민운동에 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에서 청년연수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 연대의식, 공동체의식의 부족현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자동차 1만 대 당 4만 명인데 일본은 1만 명입니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율은 한국이 8명, 일본이 1명이라고 합니다. 피해자와 병원의 부조리 때문이라는 거죠. 스웨덴 모델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니, 스웨덴 국민들은 세금을 우리나라의 배 이상 부담하고 있지만 세금 적은 나라로 이민을 가는 사람이 없다지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 잘 되고 부자 되자는 생각 버리고 같이 나누고 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 자, 조금 내부로 접근해볼까요. 올해는 시민운동 흠집 내기가 참 많았습니다. 정치 및 기업과 시민운동의 거리, 시민단체 내부의 권력주의 등. 이 점에서 우리가 짚어보아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 참여연대 보금자리 마련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전술적 실패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에게 참여연대의 어려운 상황을 사전에 알렸어야 한다는 거죠. 목표가 선하기 때문에 조금 게을리 해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 같기도 했고요. 그 방식이 얄팍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시민단체가 필요하고, 정부의 직접 지원은 부담이 된다면 인프라 구축 정도는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시민의 돈으로만 집을 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물론 정부 돈이어서는 안 되지만 공공기금을 모으는 운동, 아니면 시민단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건물 정도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시민단체가 돈 얘기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죠. 공격당할까봐.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 일정부분 동의합니다. 시민사회단체를 비판할 때 대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죠. 기업 삼성을 보는 것과 정부를 보는 것과 이른바 조중동을 보는 것과는 다른 잣대로 바라봅니다. 참여연대가 정부지원금을 받지 않는데 아직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렇다면 크게 홍보를 해서라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북핵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외국 사람들이 너희 큰일 난 거 아니냐며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생각하더라구요. 그런데 오히려 한국사회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평화로운 현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평화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비판의 주체는 대상보다 더 큰 도덕적 요구를 받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단체도 돈과 권력을 받았네 아니네 하는 논란이 있죠. 솔직히 참여연대도 100% 회비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기업 후원도 조금 받지 않느냐 하는. 결국 돈 이야기이고, 참여연대 출신 고위공직자 진출 현황 보고서도 결국엔 권력이잖아요. 사실이 아닌 것은 그렇지 않다고 적극적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자 :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씀들이시고요. 마지막으로, 진단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보죠.

: 내년 연말 대선이 있습니다. 지금 진보는 인기가 바닥이고 민주노동당은 간첩으로 추락하고 있어서 보수세력이 앞장설 텐데, 그러면 미국 논리 그대로 따라갈 것이고 한일군사동맹은 공고화할 겁니다. 분단이 굳어지고 막개발을 해서 우리나라 역사를 적어도 30~40년 은 후퇴시킬 것이 분명한데, 시민단체가 이것을 바라만 볼 것인지 걱정됩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합니다.

: 현대사회엣의 자유주의가 무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자유주의를 선호하여 무조건 미국을 따르는게 자유주의가 아니라는 거죠.

: 시민의 역할은 불합리한 것에 대해 당연히 분노하는 것이고, 시민사회단체는 그들을 어떤 식으로 운동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봐야죠. 벤치마킹을 해보고 싶습니다. 젊은 학생들의 집회를 참여해보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슈와 재미있고 독특한 접근방법을 모아보고 싶어요.

사회자 : 오늘 귀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전문가 간담회와 전혀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을 다루는 데는 전문가와 일반인이 다른 게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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