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0월 2006-10-01   344

제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지난 노동절 때 노동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비정규직 법안 폐지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비정규직 특별법 폐지 노력은 대중의 냉소와 함께 그들만의 외침으로 끝이 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이제 본회의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도 비정규직 법안과 유사한 제도가 한참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름하여 ‘최초고용법(CPE)’이다. 최초고용법은 계약기간 2년 동안 연수생으로 실컷 부려먹다가 2년 후에는 정규직으로 고용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제도이다.

또한 실업률은 낮아져 대외적으로 생색을 낼 수 있으니, 회사 운영하시는 분들과 정치하시는 분들 보시기에 모두 좋은 법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제로 두 나라는 시끄러웠지만 그 해결 양상은 반대로 전개되었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비정규직 특별법 반대시위가 대중의 냉소에 묻혀 본회의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최초고용법 반대 시위에 100만 명이 넘는 학생 및 시민들이 참여했고, 곧 그 법은 철폐되었다(이 시위를 두고 ‘제2의 68혁명’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프랑스는 배운 대로 행동했다’는 제목의 최초고용법 관련 기사가 실렸다. 프랑스는 교사노조의 교사로부터 실업계고교 학생들과 26세 미만 대학생들이 노동과 고용, 사회복지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며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속임수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의 이라크 파병 반대 수업이 ‘빨갱이 육성교육’으로 매도되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고등학교에서까지 이 법안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하고 분석하는 교육을 바라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학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은 저항담론의 요람으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대학은 커리큘럼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 열 중 여덟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이들만이라도 비정규직 법안의 속임수를 안다면 조선일보가 아무리 헛소리를 해댄다 해도 대학생들의 입에서 민주노총 데모꾼들의 배부른 소리니 뭐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이 법안에 대해 알지 못하고 비판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교육 초기때 부터 이어져 온 주입식 학습 방식과 습관 안에서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다만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에겐 그들이 전달하는 지식이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하나의 도구로서 안주하며 살아가게 하기 위한 지식인지,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서, 주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식일지를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형섭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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