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841

혹 떼려다 붙였어요

강수경 간사


막강한 파워의 시민단체 참여연대를 감히 ‘비평’의 타깃으로 삼아 조사하고 연구하여 논문을 쓴 발칙한(?) 사람이 강수경 간사이다. 그는 성공회대학원(NGO학과 전공)을 다니면서 시민운동단체에 대해 공부를 하였는데, 대개의 시민단체들이 시민운동에 대한 철학이나 경영 마인드가 부족하고 회원참여도가 낮은 것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논문을 쓰게 되었다. ‘주창형·대변형 NGO의 회원참여프로그램 분석-<참여연대>를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애초부터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다른 단체는 문서가 참여연대만큼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 참여연대가 그의 목표물이 되었다. 당연히 비판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걸어온 10년의 노력이나 과정이 참 대단하고 좋게 여겨져서 그만 거기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여연대를 파헤치려다 오히려 그 안에 푹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이제 2년 째, 첫 마음은 그대로일까.

“너무 힘들어요. 제 능력이 참여연대의 사회적 이미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구요. 좋은 반응을 얻도록 일을 잘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새로운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조직의 흐름이나 성향을 먼저 생각하고 중시하게 되었어요.”

참여연대 파헤치려다 빠져들어

늘 명랑해 보이는 비결은 원래 낙천적이고 낙관적인 성격에다 좋은 면을 보려고 많이 노력하기 때문이란다. 아직 천진스런 미소는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하였기 때문인 듯도 한데, 본인 말은 얼굴만 아동학과이고 몸통은 학생회 활동에 열심이었단다. 아버지가 주신 성(姓)이 가나다 순서로 제일 앞자리인 덕분에 과대표가 되었고,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오고, 그러는 과정에서 세상의 아프고 어두운 면을 많이 접하였으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배우게 되었단다. 물론 그때 한 율동패 활동 덕분에 참여연대 행사 때마다 나무토막처럼 뻣뻣한 간사들을 좌지우지하기도 하고.

뻣뻣한 간사들 좌지우지, 국회의원은 죽이고 살리고

일을 많이 하고 또 잘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천만의 말씀이라며 선배들의 공으로 돌렸다. 하는 일들이 다 재미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의정감시센터에서 운영하는 ‘열려라 국회’ 사이트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국회의원 299명에 대하여 재산 보유 내역이나 본회의 출결 상황, 법안 표결 참여율, 찬반 여부 등등을 일일이 조사하여 자료를 만드는 일은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민감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치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밥 먹듯 밤을 새워 숫자 싸움을 한 보람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 한 예로 제주 지역의 김재윤 의원은 표결에 100% 참석하는 열의를 보임을 알 수 있었다. 먼 거리지만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해서 되겠느냐는 소신이 낳은 결과였다. 그를 모델로 국회 내에서는 90% 이상 표결, 100% 출석 하자는 ‘90-100’ 모임도 만들어졌다. ‘열려라 국회’ 사이트는 어마어마한 자료가 유권자들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 정치/정부/NGO 분야에서 우수 사이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6,000건에 달하는 시민들의 질책과 민원과 격려의 목소리로 실시간 국회 감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상근 간사 3명 외에 자원활동가들의 노고를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함께 야근하고 늦은 귀가 길을 보살펴주며 주말에도 같이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사내 커플 C가 참 고마웠다고 한다.

현재 강 간사는 한미 FTA 업무에 파견 중이다. 북핵 사태 이후 한미 FTA 반대 운동이 침체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회의원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최종 비준에 반대할 수 있도록 세(勢)를 결집시키는 일을 하고 있단다. 이미 지난 9월에 국회의원 23명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청구 소송을 내는 일에 실무를 맡았다. 국회의원이 한미 FTA 같은 중대한 국제조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 찬반 투표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행정부로부터 국회의원의 역할과 권한을 되찾고,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라는 소송으로, 정확한 정보와 인식이 한미 FTA 비준 반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살맛나는 동네 가꾸는 풀뿌리 운동의 꿈도 익어가

그의 장래 희망은 지역 풀뿌리 운동가이다. 서울 마포 주민들이 대안학교를 세우고 라디오 방송을 하고 카센터도 운영하면서 살맛나는 동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꿈이 더 확실해진다고 하였다. 참여연대는 제도 개혁을 위하여 일하지만 그 개혁된 제도를 실천하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므로 그는 지역단체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웃는 모습이 소박하고 응석을 다 받아주는 착한 사람과 결혼하고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된 후에 할 일이지만.

이해숙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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