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2월 2006-12-01   571

작은 시골학교, 통학문제부터 해결을

우리 큰애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3년 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돌아오는 농촌학교 육성사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이 되었는데 최근 그 운영보고회를 가졌다. 이 학교는 전체 6학급의 작은 학교인데 「특성화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좋은 학교 만들기」를 주제로 3년 동안 수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다양한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애를 써왔다. 어학실, 미술실 따위를 만들고 주변의 많은 골프장과 연계해 골프 영재를 키운다는 이유로 운동장에 골프연습장까지 지었으며 남아공에서 원어민 영어 교사를 초빙해 방과 후에 골프, 영어, 중국어, 바이올린, 사물놀이, 미술, 논술 같은 특기 적성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했다.

그 결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진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고 속셈학원 수강자도 다소 줄어 어느 정도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학생 수의 증가는 실망스럽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적지 않은 예산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 수는 오히려 3년 전 185명에서 올해 162명으로 줄었다.

하기야 나라 전체로 볼 때 농업은 생명산업이 아니라 죽어가는 산업, 농촌은 한국인의 마음속에나 고향으로 남아있을 뿐 최고의 소외지역인데 건물 좀 새로 짓고 특기 적성 교육 몇 가지 실시한다고 도시로 빠져나갈 사람들이 머물러 있겠나. 농업과 농촌의 미래가 오간데 없는데 이 정도 해놓고 감히 돌아오는 농촌학교를 기대했으니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는지 모른다.

평가단의 학부모 면담에서 평가단장이 “여기 아이들도 학원에 많이 다니느냐”고 묻자 한 학부모가 나서 “주변에 학원이 몇 곳 없어 많이 다니지 않지만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소질 계발보다 통학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학부모들은 버스는 하루 몇 번 안 다니고 학교까지 먼 길을 걸려 보내거나 자전거를 태워 보내려 해도 인도도 없이 차만 쌩쌩 달리는 살벌한 국도로 아이들을 내몰 수 없는 열악한 여건, 그런데도 학교 버스는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소극적인 운행으로 학생들의 발 노릇을 해주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차분히 토로했다. 학기 중에는 물론 방학 기간에도 특기 적성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교통편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평가단장은 “이 학교에 오기 전에 방문한 도내 한 초등학교는 최근 학생이 늘었는데 그 이유가 통학버스의 운영에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역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이런 실정을 인터넷에 올려보라는 권유나 할 따름이었다.

원어민이 영어를 가르쳐주고, 방과 후에는 골프채를 휘두른다 해도 학교 오가기가 이처럼 힘이 들어서야 어떻게 아이를 시골에서 키울 수 있겠는가.

고진하 (참여사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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