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1월 2006-01-01   624

산사랑

영하 6도, 영하 11도, 영하 13도. 일요일이 다가올수록 뉴스에서 예보하는 기온은 계속 내려가기만 하였다. 산사랑 송년회가 있는 날만 아니면 나도 따뜻한 방에서 쉬고 싶었다.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는 날씨 탓인지 겨우 11명이 모였다.

대신 대여섯 분이 송년회를 하는 장소로 곧바로 오신다고 하였단다. 날씨가 추우니 산행은 짧게 하고 내려가서 점심부터 송년회를 하자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핀잔이 날라왔다. 산사랑을 어떻게 보느냐고, 산사랑 역사에 춥다고 점심을 거른 적은 없다고 면박을 주었다. 우이동 그린 파크 쪽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우이암으로 가서 망월사 쪽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초입부터 오르막인데 옷을 두텁게 입고 왔더니 영 불편하였다.

그런데 이 날씨가 영하 13도? 눈은 자분자분 내리고 있었지만 바람 한점이 없어 등에서는 땀이 나고 있었다. 눈오는 날은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더니 예보와는 달리 참 포근하고 정겨웠다. 모두들 이렇게 날씨가 좋을 수 있느냐고 만면에 희색(喜色)이었다. 조금 가다보니 햇님마저 고개를 내밀었다. 하얀 겨울산이 햇살에 반짝였다. 능선에 오를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올까 말까 망서려질 때는 일단 오고 볼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색시 걸음처럼 얌전하게 내리는 눈은 세모(歲暮)를 보내는 분위기와 딱 들어맞았다. 차분하게 내리는 눈 때문에 마음마저 차분해지는 것 같다는 석락희 회원의 말을 들으며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면 이 저무는 한해가 얼마나 더 심란했을까.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우이암이 눈앞에 다가왔다. 아이젠을 차고 단단히 무장을 한 뒤 겨울바위에 올랐다. 평범한 길에 눈이 덮이니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일행은 눈을 헤쳐 길을 찾느라 부산한데 나는 멀리 산을 바라보며 사진찍기에 바빴다. 바위나 나무나 능선이나 계곡이나 모두가 눈에 덮여 깨끗하고 순결하고 소담스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과 같은 우리의 현실도 다 저렇게 하얀 눈 속에 온갖 흉허물이 덮여졌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 연방 셔터를 눌렀다.

도시락도 없이 산에 올랐지만 조연분 회원이 싸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과 오곡이 다 들어간 조주순 회원의 기가 막히게 맛있는 찰밥으로 평소보다 배부르게 먹었다. 카레와 떡과 빵과 포도와 커피와 복분자차도 마셨다. 다시 산행이 시작되자 모두들 배를 안고 걷느라 고생이었다.

길이 미끄럽고 눈이 덮였거나 얼음이 얼어있어서 걸음이 조심스러운 탓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서 멀고 응달진 망월사 쪽 길을 피하고 양지쪽이라 아늑하고 가까운 코스인 마당바위와 도봉매표소로 향했다. 그 길엔 등산객들이 많아 역시 서울은 만원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부지런히 서둘러서 마중 나온 음식점 차까지 이용했지만 5시 경에야 겨우 송년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울 산행이 6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송년회장에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지에서 2시간 반이나 걸려서 오신 김수호 회원, 무릎이 아파서 오랫동안 못 나온 설병진 회원, 독일에서 온 일산의 김영근 회원, 건강때문에 원거리 산행은 피한다는 기우봉 회원, 멀리 천안에서 일부러 오신 김종복 회원, 한 시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리신 조덕현 회원, 물어물어 찾아온 김판임 회원이 오셨다. 6년 세월의 묵은 정들이 마주보는 눈빛에 묻어나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이었다.

<1월 산행계획>

1월 8일 청계산행 (4호선 서울대공원 매표소 앞, 9시 30분)

1월 15일 청계산행 (옛골 종점, 9시 30분)

1월 22일 청계산행 (4호선 서울대공원 매표소 앞, 9시 30분)

1월 1일과 29일은 산행이 없습니다.

문의 : 임주일 회장 010-3909-9626

※ 1월 20일(금)은 산사랑 정기총회(참여연대 2층 강당, 오후 7시)가 있습니다.

많이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이 해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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